[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시리아 남성 28명이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6개월째 머물고 있다. 송환대기실은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하루 이틀 지내다 가는 곳이다. 그러나 시리아 사람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와 반군, IS(이슬람국가) 간 전쟁으로 고향은 초토화됐다.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살육하는 건 정부나 IS나 매한가지다.

전쟁과 테러를 피해 목숨 걸고 한국으로 도망친 사람들이지만, 한국 정부는 이들의 입국을 거부했다. 한마디로 난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리아 내전은 전 세계가 알고 있고, 유럽과 북미 등은 시리아 사람을 99%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한국은 아니라고 한다. 송환대기실에 있는 시리아인들은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해 난민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생활용품조차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송환대기실은 단기간 있다가 떠나는 곳이기 때문에, 잠을 잘 곳도 샤워 시설도 없다. 시리아인들은 6개월 동안 치킨버거와 콜라로만 삼시 세끼를 해결하고, 의자나 바닥에서 잠을 잤다. 치약이 떨어져도 살 수가 없고 가지고 온 옷도 다 해졌다. 송환대기실을 지키는 용역들과 갈등도 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시리아인 28명이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반년간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송환대기실은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사진 제공 공익법센터 어필)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진다. 사실 한국에서 '난민'은 이목을 끄는 주제가 아니다.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지, 한국에도 난민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국은 1993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에도 가입했고, 2013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다. 겉모습만 보면 난민에 대해 뛰어난 감수성을 보여 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난민법까지 시행하고 있는 나라에서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

송환대기실 내 시리아인들을 돕고 있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를 만났다. 이일 변호사는 현재 시리아인 28명을 입국시키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송환대기실에서 그들을 직접 만난 적도 있고, 그들과 이야기하며 처지를 자세하게 알게 됐다. 인터뷰는 5월 13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어필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공항에 있는 시리아인들을 돕고 있는 이일 변호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정부의 애매한 판단으로 인권침해 지속

- 왜 시리아인 28명이 공항에서 반년간 발이 묶여 있는 건가.

외국인이 한국 공항에 내리면 처음에 입국심사대에서 심사를 받는다. 난민 신청을 하려고 온 사람이라도 처음부터 '나는 난민 신청하러 왔다'고 하지 않는다. 난민을 반기지도 않을 뿐더러, 일단 여권이 통과될지도 모르니까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일단 한국 땅으로 들어와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처음부터 난민 신청하러 왔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입국심사대에서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으면 재심실이라는 곳으로 간다. 앉혀 놓고 어떤 목적으로 한국에 왔는지 묻는 거다. 난민 신청을 하러 왔다고 하면 '난민신청심사대기실'로 보내서 이 사람이 진짜 난민인지 아닌지를 간략하게 심사한다. 여기는 정식 심사를 받기 전에 간단하게 가짜를 가려내는 곳이다. 최대 7일 동안 심사를 할 수 있고, 명백하게 가짜가 아닌 경우라면 일단 입국시켜야 한다.

입국 거부로 판단이 내려지면, 그 자리에서 공무원이 '송환 지시서'를 써서 항공사에 준다. 정부가 이 사람을 태워 온 항공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항공사 직원들은 이 사람을 '송환대기실'로 데려간다. 입국 거부된 사람은 거기서 머무르다 본국이나 다른 나라로 다시 가게 된다. 대부분 얼마 안 있다 출국하지만, 시리아인 같은 난민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 한 나라에서 입국 거부 도장을 받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잘 안 받아 준다.

▲ 송환대기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걸려 있다. (사진 제공 공익법센터 어필)

송환대기실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곳이다. 송환대기실은 항공사운영협의회라는 곳에서 관리하는데, 이게 기만적이다. 실제로 정부가 임차료도 내고 다 관여하면서 겉모양만 항공사들이 관리하는 것처럼 해 놨다. 물론 공항 입장에서는 입국을 거부당한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갈 때까지 있을 장소가 필요하기는 하다. 여기에서 하루 이틀 있다가 가는 것이 위법인지는 따져 봐야 할 문제지만, 시리아인들처럼 장기간 있게 하는 경우는 명백히 위법이다.

법적으로 아무 근거 없이 사람을 구금하고 있는 것이다. 이걸 피하기 위해 공항에서는 송환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청서를 받는데, 이 또한 기만적인 행동이다. 자신이 구금되기를 신청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 법으로도 맞지 않는 일을 정부와 항공사들이 하고 있다는 건가.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나.

한국에 시리아인이 800명 정도 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세 명밖에 안 되지만, '인도적 체류'라는 방식으로 일단 들어오게는 한다. 인도적 체류는 보충적인 보호다. 내전이 끝날 때까지 쫓아내지는 않겠다는 거다. 이 제도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국 땅을 밟을 수는 있다. 2013년에는 시리아인 300명이 이 자격으로 들어왔다.

이미 시리아인들이 몇 백 명 되는 걸 감안했을 때, 이번 사건은 사실 이렇게까지 커질 일이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이상한 기류가 돌았다. 한국도 이슬람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국정원장이 인천공항에 시리아인 200명이 한국으로 들어왔으며 65명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랍어 쪽지 사건도 일어났다. 마침 기독교계도 이슬람포비아를 확산시켰다. 그런 분위기 가운데 당국이 '혹시 테러리스트면 어쩌지'라며 한 명 한 명 애매하게 판단해 버린 것이다. 그런 케이스가 쌓여서 28명이나 됐다.

이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소송의 판결을 통해 결국 들어오게 될 것이다. 6월 둘째 주에 판결이 있고 우리가 승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들어올 수 있겠지만, 이미 너무 오래 있었다. 우리는 그 전에 좀 들여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

▲ 송환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은 평상이나 의자, 바닥에서 잔다. (사진 제공 공익법센터 어필) 

-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다.

(노트북으로 사진을 보여 주며) 이곳이 송환대기실이다. 그냥 공항 시설처럼 의자만 있다. 안쪽에 평상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자든지 의자에서 자든지 아니면 그냥 바닥에서 잔다. 이런 곳에 100명 정도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태국인, 중국인이 가장 많은데, 이들은 난민 신청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

원래 하루 이틀 있다 가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그냥 자기가 가져온 캐리어에 있는 것으로 생활한다. 샤워 시설도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한다. 치약이 다 떨어져 비누로 이를 닦고, 비누가 다 떨어져도 새로 주지도 않는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굶길 수는 없으니 그냥 세끼 모두 치킨버거와 콜라를 주는 것이다. 6개월이 지나 옷도 해졌다. 그나마 난민 단체들이 제공하니 살 수 있는 것이다.

송환대기실을 지키는 사람들은 경비 용역들인데, 이들은 난민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가 안 받아 준다는데 왜 안 돌아가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 의한 폭언과 폭행 등도 발견된다. 잠들어 일어나지 않는다고 얼굴에 물을 뿌린다. 그렇다고 시리아인들이 용역들에게 대들 수도 없다. 잘 대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말이 안 통하니 힘들다. 정말 헬(hell)이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어마어마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쿠르디에는 슬퍼하더니

- 난민 이슈가 잘 알려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들의 입국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인터넷에는 '자국민 먼저 신경 써라', '그중에 테러리스트가 끼어들 수도 있지 않나'라는 반응이 많다.

국민 중에 테러의 위협이 있으니 이슬람권 사람들을 입국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들은 테러를 피해 목숨을 걸고 도망친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이들을 난민으로 받아 주면 국가가 뭐 대단한 지원을 해 주는 것처럼 보는 사람도 있다. 원래 난민으로 인정되면 그 나라에서 사는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줘야 한다. 근데 한국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이라서 받는 혜택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잘 대답 못한다. 오히려 '국가가 나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인데 난민들에게 뭔가 엄청난 국가 예산을 쓰는 것처럼 얘기한다.

예산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현재 한국 정부의 난민 관련 예산은 1년에 '12억'이다. 국가 예산이 12억이면 그냥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 또한 대부분 영종도에 있는 난민지원센터에 배정된다. 정부가 난민을 위해 쓰는 돈은 거의 없다.

▲ 이일 변호사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들의 두려움을 투영하는 현상을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이슬람포비아와 관련해서는 기독교계가 한몫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가.

나도 기독교인이다. 공익 변호사의 삶을 선택한 것도 신앙적인 배경이 컸다. 그런데 교회가 그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라서 입국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사실을 믿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아무리 팩트를 설명해도 안 믿는다.

기독교에서는 오히려 난민을 돕는 게 다른 종교보다 더 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성경에도 나그네를 돌보라고 써 있지 않나.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가 난민에 관심도 없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에게 자신들의 두려움을 투영하고 있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 공항에 있는 시리아인들의 상태는 어떤가.

이들은 이미 본국에서 정신적외상을 겪은 사람들이다. 집에 있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져서 가족과 이웃이 죽어 나가는 장면을 두 눈으로 봤다. 아무 감정 없이 그런 사진들을 보여 주는데, 우리가 봤을 때는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든 끔찍한 사진이 많다. 그런 상태로 한국에 와서 구금되어 있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제대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정상일 수가 없다.

2015년 9월, 시리아인 아일란 쿠르디라는 세 살배기 꼬마가 터키 해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시리아인들의 절박한 상태에 전 세계가 공감했고, 이를 계기로 유럽과 북미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오히려 시리아인들은 서방세계의 공감에 공감하지 못했다. 이들은 그런 일을 일상적으로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왜 쿠르디를 보고 저럴까. 우리 아이, 우리 친척들이 다 저렇게 됐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다 작년 11월 파리 테러가 벌어졌다. 그러자 또 전 세계가 아랍인들에 대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불과 두 달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쿠르디가 발견됐을 때에는 하루아침에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됐다가, 갑자기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됐다. 정작 시리아인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이 사람들이 견디질 못한다. '우리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우리는 가만있었을 뿐인데'.

- 테러가 일어나는 원인을 보면, 그 기저에는 차별이 있었다. 시리아인들을 가둬 두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테러 가능성을 높이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전 세계 시리아인들이 아마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가족, 친구들로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소식을 공유한다.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한국행을 선택한 이들에게 정당한 난민 심사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구금하고 있으니, 한국의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앞으로 시리아인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더욱 많아지고 한국은 다문화 사회가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한국에서 살게 했으면 이 나라에 자긍심,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요새는 한국 사람도 그런 걸 못 느끼는 게 안타깝기는 하지만.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앞으로 이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야 할지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하는데, 단순히 들어오게 할지 막아야 할지 가늠하는 단기적 정책만 있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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