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욱 목사 재판은 숱한 논란을 낳았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무죄를 주장하는 홍대새교회 교인들과 면직을 주장하는 삼일교회 교인들은 재판국 앞에서 마찰을 빚었다. 논란 속 전 목사는 '1명에게 부적절한 농담을 한 것'에 대해서만 강도권 2개월 중지와 공직 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최근 강도권 정지(설교 중지) 2개월 징계를 마치고 복귀한 전병욱 목사가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박무용 총회장) 총회 재판국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총회는 지난 1월 31일 평양노회 재판 이후 삼일교회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음에도 4달 넘게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병욱 목사 문제를 이대로 유야무야 끝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총회 임원회는 결국 전병욱 목사 성추행 문제를 총회 재판국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총회 재판국은 대법원에 해당하는 교단 최고위 재판국이다. 사실상 '마지막 재판'이 열리는 것이다.

예장합동 고위 관계자는 5월 9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전병욱 목사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고' 신분인 삼일교회가 이의를 제기하면 총회 재판국에서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병욱 목사가 재판국에서 다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쉽게 말하면 사회 법정도 지방법원, 고등법원 거쳐서 대법원까지 가지 않느냐"면서, 삼일교회가 교단 헌법에 보장된 대로 총회 재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총회의 입장은 평양노회와는 정반대다. 평양노회는 '삼일교회가 원고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재판을 열었다. 이 때문에 삼일교회 관계자들은 핵심 증언과 관련 자료를 가지고서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야 했다. 총회가 삼일교회를 '원고'로 보는 만큼, 총회 재판국에서는 삼일교회에 보다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같은 결정에 삼일교회는 아직 공식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치유와공의를위한태스크포스팀 관계자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 총회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면서도 "총회에서 지시 사항이 내려오면 교회법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했다.

수차례 상소해도 반려하던 총회, 6년 만에 종지부?

2010년 <뉴스앤조이>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전병욱 목사 사건이 이번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6년 넘게 전병욱 목사 문제를 끝내지 못한 것은 문제를 덮고자 했던 삼일교회의 미숙한 초기 대응 탓이 컸다. 그러나 기름을 끼얹은 건 예장합동 총회와 평양노회였다. 전 목사 징계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면서 '면죄부' 논란까지 일었다.

삼일교회는 전 목사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수차례 교단에 요청했지만 소용없었다. 2014년 최초로 열렸던 노회 재판은 재판국원이 돌연 사퇴하며 유야무야됐다. 2015년 4월, 총회는 삼일교회 상소를 반려했다.

당시 백남선 총회장은 "누워서 침 뱉는 꼴이다. 좋은 일이라면 몰라도 안 좋은 일은 빨리빨리 덮고 지나가야 한다"며 한국교회에 덕이 안 되는 사건이라고 했다. 일반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보도했고, 전병욱 목사는 이틀간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전 목사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총회에서 발의된 '긴급동의안'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삼일교회는 그렇게 구성된 재판국이 전병욱 목사 편에 치우쳐 있다며 평양노회 재판국을 불신했다. "홍대새교회와 전병욱 목사는 평양노회가 지킨다"는 평양노회장의 발언부터 시작해, 피해 교인들 목소리를 듣는 데 소홀했고, 성 중독 치료비와 수도권 개척 금지 조항에 집중하는 등 본질을 흐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병욱 목사는 4월 30일 '불의한 재판장이 깜짝 놀랐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그는 "불의한 재판장을 찾아온 과부를 보라. 말 그대로 불의한 재판장이다. 스스로 '나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을 무시한다'(눅 18:4)고 말한다. 과부는 재판장이 자기 말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재판장이 제일 놀랐을 거다. '와, 나를 믿다니!' 믿어 주는 것이 최고의 영예다. 결국 과부의 말을 들어주었다"라는 내용을 홍대새교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전병욱 목사 재판에 오랜 기간 관여한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는 총회 재판국에서 전 목사 건을 다시 다루기로 해 다행이라며, 삼일교회가 '원고' 신분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 목사는 "재판을 너무 오랜 시간 끌어온 만큼, 총회 재판국이 전병욱 목사 건을 9월 101차 총회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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