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백전백패 자리, 목사가 있어야 할 곳이죠"

강원도 골프장·설악산 케이블카 문제 최전선에 선 박성율 목사 이야기

최승현 기자   기사승인 2016.05.07  15:13:43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42
   
▲ 박성율 목사(맨 오른쪽)는 10년 가까이 강원도 골프장 건립 반대 투쟁을 했다. 강원도청과 홍천군청 앞에서 줄기차게 힘든 일을 벌여 오고 있다. 그는 환경문제도 문제지만 평생 일궈 온 삶의 터전을 뺏는 맘몬과의 싸움이 큰 문제라고 했다. (사진 제공 박성율)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박성율 목사는 강원도청과 홍천군청 공무원들에게 '유명 인사'다. 그가 도청에 가면 경찰기동대가 자동으로 나타난다. 민원 업무 차 들렀다 말해도 도청에서 쉽사리 받아 주지 않는다. 강원도 홍천군에서 동시다발로 추진하는 골프장 개발 사업과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추진에 반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항의와 시위를 해 오다 보니, 어느새 '요시찰인물'이 되었다.

박성율 활동가가 '목사'인 덕분에 지금도 매주 목요일 강원도청 앞에서는 '강원생명평화기도회'가 열린다. 5월 5일이면 268회를 맞는다.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이다. 기도회로 끝나는 게 아니다. 싸움도 붙고, 연행도 되고, 재판에도 넘겨져 벌금도 냈지만 숱한 '훈장'에도 그는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불온한 목사'를 5월 3일 홍천 자택에서 만났다. "쌈박질만 하는 목사 만나러 먼 길 왔다"며 반기는 박 목사는 며칠 전 심근경색이 와 외부 활동량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환경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단호한 어조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민들의 아픔과 자연이 입을 피해를 언급할 때면 눈빛이 한층 매서워졌다.

   
▲ 풍찬노숙은 기본이다. 골프장 건립 백지화를 위해 기본 수백 일을 천막에서 농성하고,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기도회를 연다. (사진 제공 박성율)

골프장 반대는 내 운명

박성율 목사는 신학교 다닐 때부터 농촌 목회에 관심이 많았다. 농촌 운동을 하자는 마음으로 목회를 시작했고, 2008년 고향 홍천 산골로 내려왔다. 그러다 옆 동네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경기도 여주에서 목회할 때도 골프장 문제로 시끄러웠던 경험이 있는데, 이사를 해도 골프장이 문제였다. 골프장은 박 목사를 운명처럼 따라다녔다.

홍천이 골프장 사업자들의 타깃이 된 건 '접근성' 요인이 컸다. 정부가 2008년 이후 강원도에만 골프장 40개 건립 계획을 세웠는데, 그중 홍천에만 13개를 세우기로 했다. 동시 추진된 것만 9개다. 서울과 춘천을 38분에 잇는 서울-동홍천 고속도로 개통 여파가 고스란히 몰려왔다. 이미 경기도는 150여 개 골프장으로 포화 상태였다.

골프장이 심각한 환경 파괴를 야기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골프장에는 잔디 외 다른 생명체가 살기 어렵다. 골프장에 뿌리는 수많은 농약들은 비가 오면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 주변 생태계를 망친다. 골프장 조성을 위해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 내야 한다는 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박성율 목사는 환경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다. 말해 봐야 입 아플 정도라는 것이다. 대신 그는 평생 한 땅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 온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쫓겨나는 비극을 지적했다. 한 개인, 한 마을이 파괴되는 현장이란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돈 많은 사람이 오더니, 마을에 딱 선을 그어 놓고 '여기가 골프장이니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고 협박을 해요. 한편으로는 '골프장 들어오면 마을 주민 잘살게 됩니다'라고 하죠. 근데 주민들이 보니까 그게 아니잖아.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어요. '그래도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고, 합리적인 사회 아닌가. 당연히 잘못된 개발이니까 안 되겠지' 생각한 거죠. 이분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었어요. 산밖에 없는, 개발할 수 없는 지형에 개발을 한다니까, '우리가 반대하면 골프장 못 한다, 우리가 땅 안 팔면 못 한다'고 생각했어요. 도청 가서 이런 얘기하면 될 줄로 믿었던 분들이에요."

   
▲ 박 목사는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실려 갔다. 심신이 많이 약해진 상태였지만 환경 현안을 말할 때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현행법에 따르면, 골프장 사업자가 계획 부지의 80%만 매입하면 나머지 20%는 합의해 주지 않아도 강제 수용이 가능하다. 골프장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체육 시설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아무리 버티고 합의하지 않으려 해도, 국가가 나서서 강제로 땅을 사들이니 이길 도리가 없다. 미리 개발 정보를 입수하고 땅을 산 투기꾼들이야 보상금 받고 손 털면 그만이지만, 평생 마을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돈 줄 테니 나가라는 논리를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보수(保守)라는 문자 그대로 마을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려고 마을 사람들은 투쟁을 시작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평생 여당만 찍고 살았을 마을 사람들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군청 앞 시멘트 바닥에 드러누웠지만 세상은 보상금 더 받으려고 저런다며 폄하했다. 강정마을 주민들, 밀양 할머니들,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박성율 목사와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지켜 낸 마을도 여럿 있다. 홍천에 두 군데, 강릉에 한 군데. 대가는 혹독했다. 강원도청에서 406일, 강릉시청에서 479일 동안 천막 농성을 했다. 주민들 상당수가 돈과 몸을 써 가며 공권력과 싸우느라 노숙자가 됐고, 거지가 됐다. 박 목사도 투쟁 현장에 드는 비용을 자비량으로 감당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홍천 골프장을 막기 위해서도 204일간 군청에서 농성해야 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키지 못해 골프장이 들어선 마을도 있고, 13년째 버티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 가는 마을도 있다. 끝도 보이지 않고 승산도 낮은 싸움이다. 몸과 맘을 다 망치는 지름길인데, 왜 박 목사는 이 길을 택하게 되었을까?

"이 싸움을 했던 활동가들과 환경 단체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어요. 첫 번째 반응이 '골프장 싸움은 백전백패다'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본을 쥔 사람들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힘도 백도 없는 마을 주민들이 싸워서 이기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백전백패라고 하면, 목사가 있어야 할 자리 아닌가 싶었어요. 주민들이 받는 극심한 피해에 대해 아무도 함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라도 같이 있어 보자',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 골프장뿐 아니라 설악산 케이블카도 문제다. 5중으로 보호된 설악산이 '빨랫줄 하나' 놓기 위해 무장 해제됐다. 박 목사는 설악산 개발 사업은 '산으로 간 4대강'이라면서, 개발 규모가 4대강의 10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사진 제공 박성율)

"빨랫줄 하나 올린다"는 함정, 설악산 케이블카

강원도의 또 다른 현안은 '설악산 케이블카'. 대통령이 지시한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박성율 목사는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그들 말로는 빨랫줄 하나 놓는 거예요. 근데 그 이면에 더 큰 것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병뚜껑' 따는 거에 불과해요."

설악산은 자연 경관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5중 장치로 보호하고 있다. 엄격한 관리를 받는 '국립공원'이자, '백두대간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설악산 그 자체로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이곳에 단순히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이유 하나로 5중 장치를 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박 목사 주장이다.

온갖 규제가 풀리면, 호텔과 도로가 설악산에 놓일 예정이다. 박성율 목사는 국내 최고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설악산의 빗장이 모두 풀리면, 다른 산들의 운명도 불 보듯 빤할 것이라 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허락해 달라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했다. 설악산도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논리다.

이미 2015년 8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했다. 박성율 목사는 설악산을 비롯한 강원도 일대 지역 개발 규모가 4대강 사업의 10배 이상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뿐 아니다. 강원도 평창은 동계 올림픽 경기장 건설로 자연이 이미 망가지고 있다. 조선시대 국가 관리지역이었던 평창 가리왕산에서는 단 3일간의 경기를 위해 고목들이 잘려 나갔다.

박성율 목사는 "돈 앞에서는 진보도 보수도 없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골프장 추진을 철회하고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준 홍천군수와 강릉시장은 여당 소속이었다. 골프장을 전국적으로 추진한 시기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였고,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말하며 뒤로는 골프장 사업을 승인하는 등 주민들과 박 목사를 속였다고 지적했다.

"맘몬과의 싸움에 함께해 주세요"

박성율 목사는 앞으로도 매주 목요일마다 도청 앞에서 골프장 반대를 외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전체적으로 10%밖에 진행되지 않은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도 끝까지 막아 낼 것이라 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강원도 산골 마을 주민만의 문제로 보지 말고, 대한민국의 문제로 봐 달라는 것이다. 특별히 기독교인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도 현실은 교회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격려는커녕 반대와 멸시만 몰려온다. 그는 "욕만 안 해도 다행"이라고 했다.

"신앙적으로 맘몬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더 편하려 하고 더 가지려고 하는 '번영신학'에 사로잡혀 살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말구유에, 가장 낮은 곳에 내려와 사람이 되어서 함께 먹고 마시고 끝내 죽었던 예수님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 문제를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로 보지 말고, 함께해 주면 좋겠습니다. 현장에 오기 어렵다면 후원이라도 해 주시고, 사람이라도 보내 주시면 좋겠어요."

ad47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동영상 기사

default_news_bottom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