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유석성 총장) 춘계 신앙 수련회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학부생에 이어 이번에는 목회자를 준비하는 신학대학원생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하는 수련회 둘째 날 강사로 온 김중기 목사(78·새사람교회 원로)의 설교가 문제가 됐다.

김중기 목사는 연세대학교 신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하버드·보스턴대학교 신학대학원,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연세대학교에서 기독교윤리학 교수, 신과대학 학장, 연합신학대학원 원장, 교학부총장을 역임했다. 김 목사는 1995년 공동 목회를 꿈꾸며, 현재 1,000여 명이 모이는 새생명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내 성경 공부와 '이야기 신학'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는 '성경 이야기꾼'으로 통한다.

▲ 서울신학대학교 대학원생들이 참석하는 신앙 수련회에서도 논란이 되는 발언이 나왔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설교 도중 나온 황당한 발언

김 목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두 차례 설교했다. 본문은 에베소서 4장 21-24절로, '21세기 모델 교회 본보기: 새사람교회 – 공동 목회와 구조적 변화'가 설교 제목이었다. 이는 2012년 연세대가 주최한 미래 교회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자료였다. 설교 전, 그는 학생들에게 준비해 온 프린트를 나눠 줬다. 김 목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 내 신앙생활, 공동 목회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그러나 설교 중 프린트 내용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문제 제기한 발언은 설교 막바지에 나왔다. 10분 남았다는 말은 들은 김 목사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재밌는 이야기를 해 주겠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이야기 신학'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듣고자 태어난 존재이기에, 교우들에게 이야기 신학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분이 이야기꾼이 돼야 해. 그게 제일 중요해. 무슨 실존적으로 말하고 전지적이니, 종말론적으로 말을 한다느니. 쩍~ 쩍~ 거리고 앉아 있어요. 여학생들이 뭐에요? '젖꼭지는 제가 있지, 선생님(본인 지칭)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쩍쩍 거리는데, '적'거리는 '적'은 젖꼭지죠. 그죠. 젖꼭지는 제가 가지고 있지.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이 말 가지고 또 틈 잡아서 '저 김중기 목사 저거 몹쓸 사람이야. 순수한 신학생 싹 버렸어' 고자질하세요. 고자질. 그게 아니죠."

대부분 박수를 치고 웃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김 목사의 발언을 불편해했다. 그가 쓴 표현에 불쾌감을 느낀 것이다. SNS에서는 그의 발언을 두고 '성희롱적 발언'이라고 표현한 글이 올라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학생이 "어지간한 건 그냥 그러려니 하려는데, 성희롱적 발언이 강단에서 농담으로 활용되고, 잠시 술렁이긴 했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멘, 아멘' 하는 소리들이 터져 나오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끄적여 본다"고 했다. 한 졸업생 역시 "저런 언행은 농담으로 술자리에서 해도 성희롱으로 걸리는 말이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돈, 승리, 성공

문제가 되는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설교에서 나온 말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게 있었다. 성경 본문이나 설교 제목과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여자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다", "여러분은 서울대 학생이다" 등의 말을 하며 학생들에게 자긍심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제가 어디 사는지 알아요? 청와대가 바로 넘어지면 코 닿아요. 옥상에 올라가서 박근혜 움직이는 거 다 보고 있어요. 얼마나 예쁘다고요. 박근혜 대통령 매력 만점이에요.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너무 아름다우셔. 배짱 한번 있잖아요. 대한민국이 여자 대통령은 처음이에요. 이런 게 긍지에요."

"푸나후하이스쿨(오바마 대통령 모교 – 기자 주)에 어떤 아이들이 입학하느냐면 밀리어네어(백만장자)의 손녀 딸, 손자 아들만 받아요. 이거 불공평하지 않아? 그럼 어때? 누가 너보고 돈 없으래? 이때 웃어야지 내가 병신 안 되지. 곧 죽어도 서울대학이야. 우리는. 잊지 마세요. 제가 한 얘기. 여러분은 서울대 학생이에요. 잊으면 병신이야, 진짜. 서울대 학생이고."

▲ 설교가 끝나고 몇몇 학생들은 불편한 마음을 적어 SNS에 올렸다. 

돈, 명예, 권력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띄었다. "정정당당하게 돈 벌고 기분 좋게 돈 써라"는 말을 포함해 "돈을 정복해야 권력을 정복한다. 그래야 명예를 떨친다"는 표현을 썼다.

"이 세상 최고가 뭐에요? 돈이 최고에요. 돈이 어디서 나요? 국물도 없어요. 인생에 돈 다음에 가장 귀한 것 뭐에요? 명예에요. 제발 명예를 떨치세요. 명예를 떨치는 비결이 뭐에요? 목회하면 명예 떨쳐요. 세 번째 중요한 거 뭐에요? 그것도 몰라요? 권력이죠. 아이고, 지금 권력 때문에 피 터지라 싸우는데, 그 권력은 어디서 나와요? 목회하면 거기서 권력이 나와요."

"여러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임마누엘 신앙이 철두철미해야 이 세상에서 승리하고 성공해요. 성공해야죠. 많은 목사들이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는 걸 겁내요. 그런 '병' 자, '신' 자 사람들이지.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성공해야죠. 왜 눈치 보면서 살아가야 해요. 내가 이끌어 가야지. 승리자, 성공한 사람이 목회자에요."

학교 당국은 학생들 반응을 의식한 듯, 일주일 만에 수련회 문제를 사과했다. 5월 3일 대학원생 채플 때, 예배를 인도하는 학생부장 최동규 교수(신학과)가 성희롱적 발언, 욕설로 보이는 언어에 대해 사과했다.

"성희롱 의도로 한 발언 아니었다"

<뉴스앤조이>는 5월 4일, 김중기 목사를 서울 청운동 새사람교회에서 만났다. 김 목사는 학생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적극 표현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조크(농담)였고, 학생들의 졸음을 깨우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왜 그런 발언을 하게 됐는지 1시간 동안 설명했다. 다음은 김 목사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런 내용이 왜 나오게 된 건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학생들이 졸릴 때마다 많이 쓰는 조크다. 그 이야기가 시작된 게 1962년이다. 연세대학교 교수 4명과, 나를 포함한 대학원생 4명이 지방 순회 강좌를 했다. 노인이 많았다. 교수가 '적'이란 표현을 많이 썼다. "소극적으로 말하면 이렇고, 적극적으로 말하면 이렇다"라고 했다.

한 할머니가 교수의 말을 '소꼭지, 젖꼭지'라고 잘못 알아들었다. "소꼭지는 소여물 먹일 때 봐서 내가 더 잘 알고, 젖꼭지는 내가 가졌으니까 내가 더 잘 알지. 지가 뭘 더 잘 알아"라고 말하셨다. 그걸 듣고 주변 있는 사람들과 함께 웃었다. 교수들도 이 이야기를 알게 됐다. 이후 연대에선 유명한 조크가 됐다.

서울신대에 강의를 하러 갔다. 강의록에 나와 있는 이야기만 하면 졸릴 거 같아 재밌게 말하려고 애썼다. 오후 강의는 점심 먹은 후라 더 졸리고 지루할 거 같았다. 졸리는 것 같아 보이면 우스갯소리, 조크를 계속했다. '~적'에 대해 설명을 하다가 이 이야기가 나왔다. 교인에게 '~적'이란 표현 대신 쉬운 말을 쓰자는 내용이었다.

내가 올해 만 78세다. '왜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해서 젊은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회개 많이 했다. 정중하게 사과하고, 학생들이 불만이 있다면 다시 가서 사과하겠다.

▲ 5월 4일 서울 청운동 새사람교회에서 김중기 목사를 만났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성희롱적인 발언이라고 학생들이 받아들였다.

성희롱과는 절대 관계없다. 절대. 연세대 부총장으로 있을 때, 성희롱하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 위원장으로 있었다. 앞장서서 많은 주의를 줬다. 여성을 지극히 존중하는 사람이다. 혹시라도 그렇게 들었다면 내가 사죄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 박근혜 대통령 이야기도 했다. 맥락상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있다"는 말을 한 건 내 잘못이다. 볼 수 없다. 또 이번에 박 대통령이 이란에 갔는데 머리에 (히잡을) 썼다. 아름다웠다. UN에 가서 연설했는데 수없이 박수를 받았다. 얼마냐 좋으냐.

나는 여성 옹호자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을 뽑았다. 얼마나 자랑스럽나. 잘못된 걸 헤아리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을 세웠다는 게 자랑스럽다는 말이다. 미국도 못한 일이다. 학생들이 졸아서 박 대통령 이야기로 깨우고 자긍심을 주려고 했던 말이었다.

- 목회를 하면 돈, 권력, 명예가 생긴다는 말도 했다.

그런 의도가 아니다. 와전됐다. 내가 쓴 책을 보면 '기독교 실제주의'에 입각해 쓴 책이 많다. 한국에 들어온 기독교 중 영성주의, 신비주의에 초점을 둬서 기독교가 돈, 명예와 아무 연관이 없다는 인상을 심어 줬다.

나는 신학생들에게 돈, 명예, 권력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말한 거다. 구체적 가치인 돈, 명예, 권력이 근사치적인 가치 건강, 정의를 만나 궁극적 가치인 평화, 사랑, 자유를 만들어 낸다. 신학생들이 이 구체적 가치를 잘 알고 이를 기반으로 궁극적 가치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목적으로 말했다.

목회를 하면 권력자, 부자, 명예를 떨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를 잘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돈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그런 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잘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목회다. 이게 중요하다.

또 서울신대 학생들에게 "당당하라"고 말했다. 너무 기죽어 있는 것 같아서 돈, 권력, 명성에 대해 당당하라고 했다. 돈도 벌고 권력도 쟁취하고 명성도 떨쳐라.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했다. 그게 과도했다면 그 부분도 사과한다. 번영신학적인 관점으로 말한 건 아니었다. 내가 그동안 쓴 책을 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 설교에서는 그런 맥락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학생이 목사님의 저서를 다 읽고 앉아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맞다. 근데 신앙 강좌에서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학생들에게 맞춰서 하다 보니 같이 웃고 기뻐하자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 (설교 전) 나눠 준 프린트물과 책자를 보고 관심이 생겼으면 했다.

나는 신중한 편이다. 부흥사들이 하는 식의 설교나 강의를 하는 사람은 아니다. (설교) 도중에 오해를 사는 용어가 나온 것 같다. 사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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