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에 2차례 신앙 수련회를 하는 서울신학대학교. 학생들은 춘계 신앙 수련회에서 강사로 선 김진홍 목사와 공병호 박사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서울신학대학교(서울신대·유석성 총장) 학생들이 춘계신앙수련회 설교 내용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신대는 춘계, 추계로 나눠 신앙 수련회를 1년에 2차례 진행한다. 총 3일 동안 전교생이 수업 대신 수련회에 참여한다. 아침 10시부터 4시까지 오전, 오후로 나눠 찬양하고 설교를 듣는다. 올해 수련회 주제는 '성령의 권능을 체험하는 삶(행2:4)'이었다.

총 4명의 설교자가 강단에 섰다. 그중 두 사람이 했던 설교가 학생들에게 반발을 사고 있다. 첫째 날 오후에 온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원장)와 둘째 날 오전, 오후 설교를 맡은 공병호 박사(공병호경제연구소 소장)다.

두 사람 모두 우파 계열로 분류되는 인사다. 김진홍 목사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을 주도했고, 공 박사는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허창수 회장) 산하 자유기업센터 초대 소장이다.

'4·3 사건'을 '4·3 폭동'으로

김 목사는 '비전 있는 신앙'을 주제로 설교했다. 1시간 동안 주로 역사 이야기를 했다. 설교 중 '제주 4·3 사건'을 '4·3 폭동'이라 표현했고, 이 대목이 학생들 불만을 샀다.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주 항쟁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결정하고 선거를 실시하자, 일부 제주도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4·3 사건을 두고 좌우 진영 간에 명칭 논란이 있지만, 정부 공식 입장은 '사건'이다. 2000년에 제정 공포된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부는 '제주 4·3 사건'으로 호칭했다.

그러나 김진홍 목사는 이번 수련회뿐 아니라 2008년에도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가 발표한 성명에 발기인으로 참여, '4·3 폭동'이라 표현한 바 있다.

28일(목)에는 공 박사가 전일 설교자로 나섰다. '믿음으로 승리하기', '크리스찬의 미래 준비'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내용은 기독교 설교라기보다 인문학 강연에 가까웠다. 오전에는 행복을, 오후에는 습관의 중요성과 한국 사회의 전망을 이야기했다. 학생들에게 "저녁에 그 다음 날 계획을 세우라", "많이 기록하고 메모해 위대한 습관을 만들어라"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신학대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는 이틀 새 학생들의 항의 글 수십 개가 올라왔다.

인터넷에 빗발치는 항의 글

학교 내부에서 설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8일, 모든 순서가 끝나고 학생 200여 명이 남아 기도하는 시간, 기도회를 인도한 영어과 교목 조성호 교수는 설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기도 제목 대신 "우리는 뉴라이트나 잘 되는 법을 듣기 위해 모인 게 아니다. 설교 기법이 둔하고, 언어가 거칠어도 그 속에서 예수님 만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설교에 문제를 느낀 학생들도 조 교수의 기도 제목에 호응했다.

신학과 학생회도 4월 28일 반성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강사 섭외의 적절성과 섭외 기준, 설교 내용 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신앙 수련회가 변질되고 예배가 예배답지 못한 데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김진홍 목사 설교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신학대 대신 전해 드립니다'에 수십 개 항의 글이 올라왔다.

한 학생은 "오늘 설교 듣는 게 너무 힘들었다. 제주 4·3 사건을 폭동이라고 말씀하신 것 똑똑히 들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이후 제주 4·3 사건 정보가 실린 사진 10장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진홍 목사와 공병호 박사 설교가 신앙 수련회 취지와 안 맞다며 강사 선정 기준과 섭외 주체를 묻는 글도 많았다. 한 학생은 총학생회에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고, 재발 방지 제도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학교가 거부하면 대자보, 플래카드를 걸고, 1인 시위나 집단 시위로 의견을 표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재학생뿐 아니라 자신을 휴학생,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사람들이 작성한 글도 눈에 띄었다. 한 졸업생은 과거 자신이 참여했던 신앙 수련회 사진을 게시하며 안타까움을 표현했고, 도움이 필요하면 함께 돕겠다는 의사도 표명했다.

3 폭동'이라 표현했다. 공병호 박사는 이번 주제 '성령의 권능을 체험하는 삶'과 무관한 자기 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학생 의견 듣지만 100% 반영 어렵다"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학교 측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신앙 수련회를 담당하는 교역처장 박경순 교수(기독교교육과)는 학생 중 비기독교인 비율이 30%이기 때문에 이전처럼 수련회를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진홍 목사는 교계 원로이고, 이전에 학교에 온 적도 있으며, 공병호 박사 역시 50대에 예수를 믿어 신앙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섭외했다고 했다. 학교가 설교자를 초청하면서 설교 아웃 라인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모든 설교문을 스크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잘못된 부분을 미리 체크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는 의미다.

강사를 섭외할 때, 학생 의견을 포함, 동료 교수의 의견은 듣지만 최종 선택은 교역처장과 총장 몫이라고 했다. 문제가 된 김진홍 목사와 공병호 박사는 학생 추천 인사는 아니다. 학교는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이번 수련회에 길선희 목사(드림교회 부담임)를 초빙했다. 학생들 의견을 듣지만, 100% 수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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