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강원도 태백시는 탄광 덕분에 인구가 12만 명에 달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5만 명 정도로 줄어든 소도시다. 1951년 설립된 황지교회(김종언 목사)는 인구가 많을 때나 적을 때나 태백시 중심에서 자리를 지켰다. 지금은 주일예배 출석 인원 500여 명인, 태백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회다.

황지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이다. 지역 주민을 섬기는 활동으로 유명하다.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사역을 펼치는 모범 교회로 교단 신문에 소개된 적도 있다. 목사가 시켜서 억지로 교회 일을 하는 것이 아닌,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지역을 위해 뛰는 교회로 묘사되고 있다.

▲ 태백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황지교회 김종언 담임목사가 상습적으로 설교를 표절한 정황이 드러났다.

설교 표절, 짜깁기 대신 통째로

지역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운 황지교회 김종언 담임목사. <뉴스앤조이>는 그가 다른 사람 설교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설교 표절이 한두 번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수년 동안 꾸준하게 다른 목사의 설교문 전체를 통째로 베껴 온 정황이 포착됐다.

표절 방법은 대담했다. 여러 설교를 놓고 중요한 부분을 짜깁기한 것도 가끔 있지만 다른 목사가 써 놓은 설교 전문을 토씨만 조금 바꿔 통째로 읽은 경우가 많았다. 옥한흠·곽선희·박종순·이동원 목사의 설교집을 자신이 쓴 설교처럼 거의 그대로 읽기도 했다.

2013년 1월 6일 '축복의 출발'이라는 설교는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의 설교 '축복을 위한 떠남'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해외 한인 교회 설교문을 베낀 경우도 있다. 2014년 7월 20일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구세군오클랜드한인교회 2010년 3월 14일 '생명의 밀알'이라는 설교문과 거의 동일하다. 중간중간 김종언 목사가 추가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든 예화부터 설교 끝날 때까지 대부분의 내용이 같았다.

김종언 목사는 월간지 <목회와 신학>(두란노)에 실린 설교문도 자주 참고했다. 엄밀히 말하면 참고한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읽었다. 2015년 11월 1일 '세상이 빼앗아 갈 수 없는 축복'은 하용조 목사가 2009년 10월에 쓴 '감사, 또 감사'라는 설교문을 토씨만 바꿔 가며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었다.

인터넷에 어떤 목사의 설교 전문이 올라오면 그 설교문은 더 자주 베꼈다. 서울 이문동에 있는 동안교회는 과거 김형준 목사의 설교 전문을 영상과 함께 교회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김종언 목사는 김형준 목사의 설교문을 자주, 노골적으로 가져다 썼다.

2015년 10월 11일 '아름다운 성장'이라는 설교는 김형준 목사가 2004년 5월 9일에 한 '성장하는 방법'이라는 설교와 내용이 같다. 이 설교는 당시 40일 특별 새벽 기도 중 김형준 목사가 한 설교인데 김종언 목사는 동안교회 관련 내용은 빼고 황지교회 사정에 맞게 수정해 설교했다.

<뉴스앤조이>는 김종언 목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교회에 공문을 보냈다. 김종언 목사 개인 휴대폰으로 공문 내용을 담아 문자도 보냈다. 기사를 작성하기 직전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연락했지만 김 목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설교 표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의 설교를 베껴 손쉽게 설교를 준비하던 목사들이 그 습관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2014년 설교 표절 문제가 불거졌던 A 목사(B교회 전 담임)는 3개월 자숙 기간 후, 다시 강단에 올라 설교한 것이 또 표절로 드러나 결국 교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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