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20대 총선이 끝난 직후 기독자유당은 '침묵'을 유지했다.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당 핵심 관계자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기독자유당은 선거 당일까지만 해도 "이번 총선 분위기는 다르다", "못 해도 5석은 확보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결국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동안 앞장서 기독자유당을 홍보해 온 대형 교회 담임목사들도 입을 다물었다. 이영훈‧윤석전‧장경동 목사는 4‧13 총선을 앞둔 주일예배 설교 시간에 '기독자유당'을 직간접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 맞이한 주일예배에서는 기독자유당을 언급하지 않았다. 기대와 달리 단 1석도 얻지 못했기 때문일까.

기독자유당 후원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는 달랐다. 교인들에게 총선 결과를 나름대로 분석한 뒤 비전을 제시하고, 기독자유당 활동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기독자유당은 총선에서 최소 득표율 3%를 넘기지 못해 의석을 얻지 못했다. 기독자유당 후원회장 전광훈 목사는, 또 다른 기독 정당인 '기독당' 때문에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독당은 이번 총선에서 0.54%(12만 9,978표)를 얻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기독당에 투표한 13만 명, 모르고 찍은 것"

4월 17일 일요일, 서울 장위2동에 있는 사랑제일교회를 찾았다. 오전 11시 3부 예배에는 500여 명이 넘는 교인이 모였다. 함께 찬양을 부르던 전광훈 목사는 곡이 끝나자마자, 선거 이야기부터 꺼냈다.

국회에 진입하지 못한 것은 '기독당'(박두식 대표)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기독자유당'을 찍어야 했을 13만 명이 착각해, 13번 기독당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기독당은 이번 총선에서 12만 9,978표(0.54%)를 얻었다. 기독당에 넘어간 사람이 13만 명이라는 전 목사의 말에 교인들은 "아…"하고 탄식했다. 기독당을 겨냥한 발언은 계속됐다.

"목회자 몇 명이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 기독당을 만들고, 우리를 헷갈리게 했다. 그런데 세상에 자기 (당대표) 부인을 1번으로 공천했다. 그걸 모르고 13번을 찍은 사람이 13만 명이다. 만약 사람들이 착각 안 했으면, 기독자유당은 (국회의원을 배출) 하고도 5만 표가 남는다. 기독당을 알고 찍은 사람은 1,000명도 안 된다. (대표) 부인을 1번으로 공천한 저들이 인간들인가."

기독자유당과 기독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표를 합하면 75만 6,831표(3.17%)다. 산술적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1석을 확보할 수 있는 수치다.

전 목사는 기독자유당을 지지한 77만 명이 기독당을 향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4년간 77만 명이라는 숫자가 3~4배로 커질 것이라고 했다.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전 목사는 이번 총선 투표 결과를 분석했는데, 투표수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도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했다. 특히 서울에 200~300만 명의 기독교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면서, 기독자유당 투표수는 10만 표밖에 안 나왔다고 했다. 기독자유당은 서울에서 12만 13표(2.42%)를 받았다.

전 목사는 "10만 중 5만은 우리 교회가 만든 것이다. 나머지 5만은 자연 발생적으로 나온 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수가 적은 책임을 대형 교회 목사들에게 물었다.

"새문안교회, 영락교회, 사랑의교회는 도대체 뭐했는가. 대형 교회 교인 10명 중 1명밖에 (기독자유당을) 찍지 않았다. 성도들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 오히려 대형 교회 목사들이 범죄적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왜 그러는가? 선거 끝나자마자 서울시가 6월 퀴어 축제 허용했다고 발표했다. 내가 (이 상태로는) 동성애 못 막는다고 계속 말하지 않았는가. 목사가 교회 붙잡고 밥 먹는 사람들인가? 동성애‧이슬람 같이 막자고 홍보해 왔는데, (대형 교회 목사들은) 가만히 있었다."

▲ 전광훈 목사는 서정희 전도사의 활약으로 기독자유당이 선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서 전도사는 3년 전부터 사랑제일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국 돌며 77만 투표 기념 성회 개최

기독당과 합당하지 않은 이유도 밝혔다. 전 목사는 위법이지만 돈을 주고라도 기독당을 인수할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단체 두 곳이 '기독당'과 관련된 이름을 노리고 있었다며 결국 합당하지 않은 채 선거를 치렀다고 했다.

전 목사는 기독당을 찍은 13만 명을 잘 설득해 4년 뒤 총선에서는 기독자유당을 뽑게 하자고 말했다. 연말까지 77만 투표자 기념 성회를 여는 한편, 내년에 있을 대선도 준비하자고 독려했다.

"17개 광역시 및 도를 돌면서 성회를 개최할 것이다. 장경동, 이영훈 목사님도 함께하기로 이야기됐다. 이미 (최소 득표율 3%) 표는 넘었다.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구라파나 미국 교회처럼 해체되고 말 것이다. 원천적으로 막아 내자. 또 연말까지 1,000만 명을 조직하자.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의 미래를 결정할 '대선'이 열린다. 거룩한 일 한번 해 보자. 조직적으로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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