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주일 아침, 사랑의교회 본질 회복을 위한 286번째 주일 마당 기도회가 사랑의교회 강남 예배당에서 열렸다. 설교자는 용인 향상교회를 은퇴한 정주채 목사.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설교하기로 했다.

정주채 목사는 올해 2월 설에 이어 두 번째로 마당 기도회 단에 올랐다. 종려 주일을 맞아 '그리스도의 속량'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대속의 은혜와 화해'가 주제이다. 여러 곳에서 여러 번 설교했던 내용이다. 정 목사의 신앙이 진하게 묻어 있는 부분이라는 의미다.

이날 설교 시간 내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특히 45분 중 후반부 39분부터는 사랑의교회 마당 기도회 출석 교인들에게 직접 해당되는 아주 무거운 이야기를 했다. 예배가 끝나고 교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직접적인 권고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주님의 십자가의 복음을 근거로 해서, (잠깐 멈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십자가 앞에서 용서하지 못할 죄는 없습니다. 십자가 앞에서 화해하지 못할 그 어떤 장애물도 없습니다. 그 어떤 건너지 못할 골짜기, 벌어진 간격도 없습니다.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는 그 간격과 장애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마당 기도회, 너무 오래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 들으려고 저를 초청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하루속히 정상적인 예배, 정상적인 신앙생활, 교회 생활로 돌아가기 바랍니다. 용서하고 화해하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의를 위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몇 년 동안이나 이렇게 싸워 왔는데 무슨 명분으로 갑자기 중단하라고 하느냐'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교훈과 십자가의 사랑보다 더 큰 명분이 어디 있습니까. 사랑과 공의를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길은 희생입니다. 내가 죽는 것입니다. 내 자존심, 우리 자존심이 죽는 것입니다. 희생의 길 아니고서는,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고서는, 누군가가 자기를 내려놓지 않고는 하나님의 화평과 하나님의 의를 동시에 이룰 수 없습니다. 인애와 진리가 같이 만나고 의와 화평이 서로 입 맞추는 자리는 십자가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십자가의 속량을 믿고 자유와 해방의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보기에 여러분은 스스로 너무 묶여 있습니다. 너무 오래 묶여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허물과 죄에서 여러분 자신이 자유하십시오. 자칫 잘못하면 우리의 영적인 삶이 황폐해질 수 있습니다. 십자가의 은혜가 저와 여러분을 새롭게 하는 놀라운 수난절, 주님의 부활절이 되기를 축원합니다."

예배가 끝난 뒤 교인들끼리 설왕설래했다. 정 목사에게 항의하는 교인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집안 논란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 소식을 주로 전하는 인터넷 매체 <코람데오닷컴>에 실린 작은 기사 하나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정주채 목사, 사랑의교회 마당기도회 "이젠 끝내십시오!"

SNS를 통해 불길은 빠르게 번졌다. 정주채 목사를 비난하는 쪽이 우세했다. 과거 정 목사와 오 목사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정주채 목사가 오정현 목사와 가깝기 때문에 그런 설교를 한 것이고 정 목사가 친 오정현 매체인 <코람데오닷컴>의 이사장(사실은 대표)이기 때문에 그런 기사가 나왔다는, 제법 그럴 듯한 추론도 등장했다.

정주채 목사는 80년대 후반, 누구보다 앞서서 교회 분립과 목사 장로 임기제를 잠실중앙교회 정관에 담고 실천했다. 3년 전에는 원로를 마다하고 은퇴 목사를 자처했다. <코람데오닷컴>이라는 인터넷 매체도 교단 내 흩어진 개혁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서 확산하는 스피커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

여러 현안에 뛰어들어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냈다. 언제나 살신성인의 행보를 보였기에, 손가락에 꼽을 만한 개혁 인물이면서 동시에 기득권 세력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인물로 존재했다. 교단 바깥에서 북한 돕기나 작은 교회 살리기 등, 여러 목회자와 다양한 모양으로 동역하면서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감당하려고 애를 써 왔다.

그러나 이날 한 번의 설교로 순식간에 나락에 떨어졌다. SNS에서는 비아냥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도 주로 개혁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4월 6일, 용인에서 정주채 목사를 만났다. 장기간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여러 국내 집회를 다니느라 제대로 쉬지 못해 심신이 몹시 지친 상태였다. 사랑의교회 마당 기도회에서 설교하는 날 이틀 전에 귀국했는데,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에 오를 만큼 몸 상태가 나빴다. 단에 섰는데 말도 잘 안 나오고, 머리도 잘 안 돌아갈 지경이라고 했다. 설교 영상을 나중에 보니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었는데, 교인들에게 그 이유를 미리 설명하고 설교할 걸 그랬나 싶다며 가볍게 웃었다.

일단 기운을 좀 차려야겠다면서 점심으로 장어구이를 먹자고 했다. 젓가락을 옮기는 것도 버거운 듯, 몇 점 들지 않고 기자에게 넘겼다. 식사를 마치고 교회에 돌아와 한 시간 반 동안 대화했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 우선 SNS에서 유포되는 <코람데오닷컴> 기사 보도 배경, 오정현 목사와의 관계에 대한 간단한 해명을 해 주십시오.

충분히 이런 오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느 사회든지 갈등이 있으면 사람들은 편을 가르는 데 익숙합니다. 편을 갈라놓은 다음에 자기 식대로 이해합니다. 여호수아 5장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여호수아가 여리고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눈을 들어 본즉 한 사람이 칼을 빼어 손에 들고 마주 서 있는지라. 여호수아가 나아가서 그에게 묻되 너는 우리를 위하느냐 우리의 적들을 위하느냐 하니, 그가 이르되, 아니라. 나는 여호와의 군대 대장으로 지금 왔느니라 하는지라.'

여호수아도 어느 편이냐고 묻습니다.

마당 기도회에서 설교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주저했습니다. 오정현 목사님 입장에서 볼 때 '정주채 목사는 그 사람들 편이구나' 할 것이고, 마당 기도회 교인들은 '우리 편이 하나 늘었구나' 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옛날이야기를 하지요. 잠실중앙교회에서 목회하면서 제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을 했습니다. 부목사로 사역할 때 교회가 극심하게 분열되었고, 교인이 둘로 갈라져서 원수지간이 되었습니다.

3년 동안 싸웠습니다. 결국 노회가 장로와 목사를 다 내보내고 뒷수습을 맡기려고 저만 남겼습니다. 둘로 나뉜 교인들이 벌이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온갖 수모를 겪었습니다. 손가락으로 내 턱을 툭툭 치고, 발로 걷어차고, 이 새끼 저 새끼 욕을 했습니다.

하나님께 울면서 항의했습니다. 날마다 새벽 기도를 나갔지만 기도는 하나도 못하고 두세 시간 내내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하나님의 존재, 중생, 믿음,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간 셈입니다. 두 달 반 동안 그렇게 지냈습니다.

11월 중순 월요일 새벽이었습니다. 갑자기 마음에서 질문이 일어났습니다. '정주채, 너 지금 무엇하고 있느냐. 정말 나를 위하고 있느냐. 정말 교회를 위하는 것이냐?' 질문이 쏟아졌는데 아무 할 말이 없었습니다. 폭행과 모욕과 멸시에 시달리고 있었지, 교회를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로마서 12장 1-2절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마치 하나님이 옆에서 읽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무릎을 꿇고 회개했습니다.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겠다고 기도했습니다. 나 하나 죽어서 교회가 회복된다면 기꺼이 헌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이쪽 편 저쪽 편 안 듣고 하나님 말씀만 따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자유와 해방감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두 손을 번쩍 들고 찬양했습니다. 그때 경험 이후로 편 가름에서 벗어났습니다. 교인들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담대하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를 의인이라 착각하지 마세요. 상대편을 악마라고 심판하지 마세요. 제 눈에도 오십보백보인데, 하나님 앞에서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그 이후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직접 교회를 수습해 주셨습니다. 37살 젊은 목사이고, 설교도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몸무게가 47킬로그램이었습니다. 건강도 아주 나빴습니다. 뭐 하나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이 교회를 직접 수습하셨습니다. 진정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겠다는 결심만 해도 하나님께서 직접 일하신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목회 출발선에서 하나님께서 놀라운 훈련을 시키신 것입니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대방이 내 편이냐 네 편이냐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누구 편에 서 있는가, 내가 정말 하나님 편에 서 있는가'를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코람데오닷컴>에 대해서 오해가 있는데, 편집장이 알면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오정현 목사님을 좋아하는 분이 아니니까요. 외부 필자가 사랑의교회 문제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오정현 목사님을 변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와 다른 의견이라도 실어 준 것뿐이지만, 그 글을 읽었다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평양과기대나 연변과기대 설립과 관련해서 참여했지만, 오정현 목사님과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이사회에서 만나서 대화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설교 후반부 내용은 기도회 참석 교인들에게 언젠가 이야기해야겠다고 평소부터 생각했던 것인지,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 주제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추가한 것인지요.

제가 집회 갈 때마다 거의 빠뜨리지 않고 하는 설교입니다. 복음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종려 주일이라 이 설교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 상황에 따라 적용하는 멘트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씀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 부분을 언급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평소에 마당 기도회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반영된 것입니다.

2월 7일에 처음 설교했습니다. '목사의 연약함과 잘못으로 여러분이 고통을 겪어서 마음이 아프고, 목사의 한 사람으로 미안합니다' 하고 한마디 언급한 다음 일반적인 설교를 했습니다. 식사를 한 뒤 장로님들과 대화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마당 기도회를 끝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다음 선택할 수 있는 길로는 화해하고 용서하고 들어가는 길과 교회를 새로 분립하는 방법, 두 가지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전자는 어려울 것이고 후자를 생각해 보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두 번째로, 소송 문제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소송 자체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보다, 세상 법정에 의지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주권, Lordship을 세상에 바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그분의 다스림과 인도하심을 바라고 기도해야 하지 않겠나. 최후에 바라보아야 할 분도 그분 아닌가. 노회나 총회 재판보다 세상 재판이 몇 배 정의롭다는 것 잘 안다. 그러나 최후 재판관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믿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말을 한 것 때문에 약간 시끄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중에는 제 의견에 동의하는 분들도 있는 걸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생각을 장로님들에게만 하지 말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교인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마당 기도회를 너무 오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속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바란다.' 이 부분이 논란의 핵심 발언입니다. 아직까지 바람직한 결과나 열매가 전혀 없는데 무작정 중단한다는 것이 바람직한가, 어디로 돌아가라는 말인가, 서초동에 돌아가서 정상적인 신앙생활, 교회 생활을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교인들에 너무 벅찬 주문이 아닌가, 이런 반응들이 있습니다.

짧은 설교 시간에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잖습니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제 마음에 강하게 담고 있는 것은, 하나님께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상대방 생각하고 대응하면 끝이 없습니다. 하나님만 의지하고 바라보자는 의미입니다. 이쪽 편 저쪽 편 생각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 쪽에서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 일반적으로 분쟁을 겪는 교회 교인들을 보면 분노와 미움과 적개심이 쌓여서 결국은 영적으로 피폐해지기 쉽습니다. 괴물과 싸우면서 자신도 괴물이 되어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혁이 목적이고 목표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분노와 증오의 지배를 받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 점에서 목사님의 우려는 타당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이들은 마당 기도회를 몇 년째 이어 오면서, 사랑의교회에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온전한 말씀의 은혜를 풍성히 누리고 있다고 보입니다. 초청 설교자들이 교인들 입맛에 맞는 설교를 하기보다는 듣기 불편한, 따끔한 설교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목사님의 경우도 그렇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교인들이 영적으로 건강해지는 연단의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금 일종의 영적 훈련의 과정을 겪는 것인데, 이 모습 자체가 바람직한 공동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기도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견이 있고 갈등이 있고 상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당장 중단하라고 하기보다는 한 단계 더 성숙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가이드를 해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많은 분들이 와서 좋은 말씀을 많이 전해 주시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듣는 분들의 마음 상태, 영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가시밭, 상한 심령이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 내 마음을 기꺼이 드리는 예배와 찬양, 이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설교라도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교인들의 심령을 생각해서 마당 기도회를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한 것입니다.

정상적인 예배로 돌아가라는 것은 오정현 목사님이 인도하는 그 예배에 참석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정상적인 태도로 예배드릴 수 있는 상황으로 가라는 것입니다. 잠실중앙교회도 교인들이 서로 싸울 때 더 열심히 출석했습니다. 전쟁이니까, 세를 과시해야 하니까, 찬송도 열심히 부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권면은 하나님 앞에서 따뜻한 관계 속에서 예배 드리고 그 불빛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자는 것이 우선입니다. 쌍방이 대립하는 갈등 상황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그러나 용서하고 화해해야만 하나님의 따뜻한 품 안에서 온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 현실을 보면 교인들은 오정현 목사 당사자가 진심으로 회개하거나 개선하거나,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거나 소통하는 부분이 전혀 없고,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제 갈 길만 가는 것에 대해서 부당함을 크게 느낄 것입니다. 목사님께서 교인들의 그런 심정을 고려하여서 위로하고 배려한다는 느낌을 교인들이 받지 못한다면 설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오정현 목사님에 대해서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은 갑자기 공격을 받으면 무심결에 부정을 합니다. 그건 일종의 자기방어입니다. 의사가 '당신 암입니다' 하면 '내가 왜 암입니까' 하고 부정합니다. 첫 반응은 그럴 수 있습니다.

오정현 목사님이 '표절한 것 전혀 없다, 문제 있으면 물러나겠다', 이렇게 말한 것은 일종의 자연적인 반응이라고 봐야죠. 그런 연약함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누군가가 저의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추어 놓은 죄를 지적하면 저 역시 그렇게 방어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면 진정성을 가지고 진실하게 자기를 반성하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것이 있었으면 다시 살았을 것인데, 지금은 무슨 사과나 회개를 해도 안 통합니다. 이미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사임하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는 아무런 말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분이 지금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지금 일반 교계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 오히려 기회입니다. 역시 오 목사님답다, 살아 있다 하는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결정적인 길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말이 통하겠습니까. 저도 그런 점에서는 답답합니다.

-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강자와 약자 사이에서 가해자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하고 피해자에게만 용서와 화해를 종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목사님 말씀이 정답이기는 한데, 그 정답이 하필 한쪽에게만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정하지 못하다, 공평하지 못하다는 피해 의식을 갖게 됩니다. 그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분노와 울분이 많아집니다.

목사님께서 원론적이고 원칙적으로 말씀하셨다 해도 현실을 보면 결과적으로는 한쪽 편(주로 가해자나 강자)을 드는 설교로 인식될 것입니다. 사랑의교회 상황을 보면 원인 제공자가 갑이고 저항하는 교인들이 을인데, 목사님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갑의 편이 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강자에게 더 엄중한 권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그래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오정현 목사님한테 해야 할 말을 이분들에게 한 것이니까요. 목사로서 교인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모든 비참함과 아픔은 전부 목사들 때문입니다.

- 혹시 그동안 오정현 목사와 사랑의교회에 조언이나 권면을 하신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오정현 목사가 목사님 권면에 순종한다고 가정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말하시겠습니까.

오정현 목사님과 대화한 적은 없습니다. 만약 그런 기회가 있다면 아까 한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다. 대의와 역사를 위해서 희생하라. 지금 그런 자리에 있다', 이렇게 말입니다.

지금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입니까. 당연히 오정현 목사님이 강자입니다. 강자와 약자 중에 누가 희생할 때 그 효과가 크겠습니까. 당연히 강자입니다. 오정현 목사님이 희생하면 교인들이 희생하는 것보다 몇 배가 큰 열매가 있을 것입니다.

- 영상을 보면 후반부 내용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잠시 공백이 있습니다. 교인들에게 권면하기가 부담스러워서 순간 망설인 것입니까.

울먹했습니다. 교인들이 너무 안됐습니다. 그분들은 약자이고 피해자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희생하라는 권면을 하려고 하니까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설교 때문에 회중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하니까 마음이 아픕니다.

사랑의교회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윤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의논했습니다. 큰 교단의 어른들 중에는 '오정현 목사님이 회개하고 근신했으니까 일단 그것은 인정하고 교회를 분립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의견을 가진 분들이 많았습니다. '노회나 총회도 아무 결정을 안 하는데 우리가 개입하는 것은 월권 아니냐'는 견해를 가진 분들도 많았고요.

저는 '노회나 총회가 지금까지 교회 사건에 개입해서 제대로 풀린 적이 있나. 이 사건도 노회나 총회가 다룬다고 해서 풀리지 않고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객관적 입장에서 개입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때 개인적으로는 오정현 목사님이 사임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정현 목사님 자신을 위해서, 한국교회를 위해서, 하나님나라의 대의를 가지고 있다면, 자기가 승리했다고 생각될 때 정당성을 얻었다고 판단될 때 과감하게 사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십자가 정신 아닙니까. 내가 희생함으로써 사랑과 공의를 이루는 것, 그것을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자리에 오정현 목사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신 예수님께서 자기를 희생해서 하나님의 의를 세우고 하나님의 사랑을 성취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마당 기도회 교인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슴이 아픕니다. 약자가 되어 있고 괴로움 당하는 분들에게 '당신들이 희생해서 하나님의 공의와 하나님의 사랑을 세우라고 권면하려니 마음이 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교인들이 오정현 목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한 경우가 몇 건 있습니다. 반대로 교인들은 노회로부터 징계를 받고 있습니다. 사랑의교회 장로 중 한 분이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목사님에게 교인들을 위로해 달라고 했는데, 거절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저에게 그런 요청을 했을 때 냉정하게 거절했습니다. 고소 문제에 대해서는 제 나름대로 분명한 소신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주권, 즉 Lordship에 관한 것입니다. 세상 법정에 간다는 것은 세상을 구원해야 할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다스림과 관리를 받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주권이 능멸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주로 모신 영광스러운 교회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고신대 총장이 그 전 총장의 비리 의혹을 가지고 곧바로 고소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교훈을 명백히 어겼다고 제가 비판했습니다. 총장은 '학교는 교회와 달리 국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곧바로 고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그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때도 '정주채는 누구 편이다' 하고 엄청나게 비판을 받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한기총 길자연 목사가 저를 고소한 적이 있습니다.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무고로 맞고소할 수 있다고 주변에서 조언했지만 저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잠실중앙교회에서 교인들끼리 싸울 때 교인 중 한 사람의 뼈가 부러질 정도의 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일체 소송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노회와 총회가 말도 안 되는 엉망진창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나의 정당성을 내세우려고 세상 법정에 가느니 그냥 손해 보고 말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사랑의교회도 소송을 멈추라고 한 것입니다. 교회는 이미 타락했습니다. 권징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인들마저 교회보다 국가를 더 신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앙인들은 그리스도가 교회의 주이심을 믿고 그분에게 맡겨야 합니다.

지금 노회 재판을 통해서 교인들을 제명하고 결국 장로 비율이 오정현 목사님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입니다. 세속적인 권력은 지금 오정현 목사님에게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길 것입니다. 다 정리해 나갈 것입니다. 용서해 준다, 화해하자?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 사랑의교회 마당 기도회 교인들에게 하고 싶은 권면이 있다면.

하나님 앞에 두 손 들고 다 맡기자, 하나님 품에 안기자, 결국 이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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