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대중음악과 기독교를 잇는 책이 나왔다. 교회에서는 소위 '세상 음악'으로 통하는 대중음악에 숨어 있는 기독교 코드를 찾아낸 책이다. 꽤 오랫동안 대중음악과 기독교는 자석의 같은 극처럼 좀처럼 가까워지기 어려운 사이였다.

한때 기독교는 대중음악을 '사단의 음악'으로 치부했다. 슬픈 가사나 멜로디로 구성된 음악을 들으면 '슬픔의 영'에 지배된다,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를 되감기해서 들으면 악마 소리가 나온다, 모 아티스트가 사탄을 숭배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등. 이유는 다양했다.

그러나 <윤영훈의 명곡묵상>은 관점이 좀 다르다. 저자는 무분별하게 모든 대중음악을 수용하고 즐기는 것은 해로울 수 있지만 문화를 건강하게 비평하는 힘을 지니면 문화의 풍성함을 보다 즐겁고 온전하게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16쪽).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 책은 노래에 담긴 종교, 종교를 담아낸 노래를 톺아본다.

대중음악을 사단의 창작물로 오인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는 저자 윤영훈은 명지대학교 교양학부 객원교수로, '빅퍼즐문화연구소'를 세워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문화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는 음악과 영화, 텔레비전을 끼고 살았다고 말한다. 미국 얼라이언스신학교와 드루대학교에서 종교와 대중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 비틀즈부터 장기하와얼굴들까지, 21명의 아티스트들의 곡에서 신앙의 의미를 뽑아낸 책이 출간됐다. <윤영훈의 명곡묵상> / 윤영훈 지음 / IVP 펴냄 / 324쪽 / 1만 5,000원 ⓒ뉴스앤조이 최유리

노래로 톺아보는 순례의 여정

저자는 노래에 나타난 메시지를 믿음, 삶, 사회로 나눠 풀어 간다. 부제로 살펴보면, '진리를 찾는 여정',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어제보다 더 나은 세상'이다. 각각의 글은 아티스트에 대한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색깔, 음악을 대하는 태도, 사회적 흐름에서 아티스트의 역할 등을 풀어낸다. 섬세한 묘사는 무릎을 치게 하고 음악을 찾아 듣고 싶게끔 한다. 'Fix you'로 유명한 '콜드플레이(Coldplay)'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단순하지만 귀에 착 감기는 선율과 몽환적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록 밴드의 기본 구성인 기타, 베이스, 드럼에 맑은 피아노 소리를 덧입혀, 단순한 코드로도 풍부한 공간감을 만들어 냅니다. 1990년대를 풍미한 라디오헤드의 '개인적 감상주의'의 맥을 잇는 스타일이지만, 라디오헤드의 우울함이나 염세적 미학 대신 편안함과 선명한 멜로디를 강조하는 따뜻한 감성이 돋보입니다." (66쪽)

저자는 각 노래의 주제를 신앙과 연결한다. 노래 속에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찾는 과정이 흥미롭다. 기존의 가사가 새롭게 해석되어 독자들을 찾아온다. 에이브릴 라빈의 'Sk8er Boi(스케이터 보이)'를 다룬 장의 제목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라'다.

노래는 한 소년과 소녀의 만남을 주제로 한다. 스케이드보드를 좋아하는 소년은 같은 학교의 예쁜 여학생을 좋아한다. 소녀도 소년에게 마음이 있지만 퇴짜를 놓는다. 자기 친구들이 그 소년의 옷차림을 가지고 비웃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소녀는 평범한 아이 엄마가 된다. 어느 날, 텔레비전을 키자 자신이 거절했던 그 소년이 MTV에 나온다. 지난날을 후회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났다. 노래 후반부에는 그 소년의 여자친구가 등장해 "사람은 첫눈에 호감이 가는 겉모습만 보면 안돼, 나는 그 사람 내면의 참된 가치를 보았거든!"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노래를 들으며 성경의 한 장면이 자연스레 떠올랐다고 한다. 사무엘이 이새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을 택해 새로운 왕으로 기름 붓는 이야기 말이다. 사무엘은 첫 아들 엘리압의 뛰어난 외모를 보고 "이 사람이다"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나는 중심을 본다"고 말한다. 결국 하나님은 이새가 사무엘에게는 선보이지도 않은 다윗을 찾으신다. 그 전까지 성경에는 언급도 되지 않던 다윗의 중심을 보시고 미래의 잠재력을 아신 것이다. 이야기는 다시 에이브릴 라빈의 노래로 돌아온다.

"스케이터 보이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를 격려하며 사랑을 나누고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른 소녀가 없었다면 소년의 잠재력은 그저 묻혀 버렸을지 모릅니다. (중략) 이 소중한 만남이야말로 중심의 아름다움과 함께 기대해야 할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중략) 포스트모던 정신은 먼저 나의 이름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지인으로, 어디에 속한 자로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을 확보하지 않고, 나의 이름을 부르는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 가치와 의미를 찾고 가꾸는 데서 진정한 삶은 시작될 것입니다. (162쪽)"

모든 곡에는 메시지가 있다

저자는 뮤지션 21명의 음악을 설명한다. 벤 E.킹, 비틀즈, U2, 콜드플레이, 시인과촌장, 심수봉, 신해철, 밥 딜런,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에이브릴 라빈, 들국화, 김광석, YB, 장기하와 얼굴들, 존 레논, 마빈 게이, 밥 말리, 본 조비, 마이클 잭슨, 한대수다. 아티스트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고, 비기독교인도 있다.

비기독교인이 부른 곡 중에는 존 레논의 'Imagine(이매진)'이 있다. 이매진에는 천국, 지옥, 평화 등 기독교에서 볼법한 단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존 레논은 천국도 지옥도 없는, 모든 사람들이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한다고 말한다. 당시, 몇몇의 종교인들은 이매진이 내세와 영원의 신비를 무시하는 세속주의를 대변한다고 비판했다(227쪽).

그럼에도 저자는 존 레논의 무신론적 신념을 비판하기 전, 우리가 믿는 종교를 먼저 진지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228쪽). 교회 역사에서 종교 기득권자들이 천국과 지옥이라는 관념을 악용해 자신의 이익을 축적하고 다른 이들을 통제, 억압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존 레논이 그토록 꿈꾸던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가 꿈꾸던 세상임을 설파한다. 우리가 반복해서 암송하는 '주기도문'은 바로 예수가 부른 '이매진'(233쪽)이라는 파격적인 이야기도 한다. 이는 곧 우리가 꿈꿔야 하는 세상이기도 하다.

"내일의 양식을 축적하지 않고, 나만의 소유를 구하지 않고,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구하고 나누는 세상입니다. 자기 허물을 하나님께 참회하고 용서와 은혜를 구하듯, 서로서로 용서를 구하고 복수의 사슬을 끊고 평화를 누리는 세상입니다." (234쪽)

여러 사람이 이 책을 추천했다. 그중 저자가 책에도 언급한 YB의 베이시스트 박태희는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부르며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다니, 큰 기쁨이다. 노래 하나하나마다 마음속으로 깊이 묵상해 끌어올린 글이 함께 실려 있다. 세상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붙잡고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음악인들의 삶이 생생히 그려진다"고 책을 설명했다.

<윤영훈의 명곡 묵상> 출간 기념 북 콘서트

출판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가 4월 5일(화) 오후 7시 30분 홍대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다. 노래 손님으로 싱어송라이터 차빛나, 사운딩라이츠의 조진엽, CCM 가수 김명식이 참여한다. 저자 윤영훈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이후 남오성 대표(빅퍼즐아카데미)가 사회를 보고, 임진모 평론가, 이원석 작가, 이명훈 교수(서강대), 강도현 대표(뉴스앤조이)가 이야기 손님으로 나온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저자 윤영훈(010-9957-9897)에게 문자메시지로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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