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목회자들의 슬픈 소식을 듣는 게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만나고 싶다. 희망은 작디작은 소망 아니던가. 희망은 품는 것 아니던가. 희망을 품기 위해 그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희망의 사람들을 만나고 희망의 소식을 들어야 한다. 이 여정 속에 만난 목회자가 있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광시송림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상진 목사다.

약속 시간에 맞춰 교회 앞마당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밭을 일구던 그는 온 몸에 흙을 뒤집어쓴 채 밝은 웃음으로 맞이해 주었다. 예배당 건물이 만들어 준 그늘과 땀과 기도가 배어 있는 농사의 터를 오가며 삶과 목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이상진 목사는 자신이 걸어야 하는 고난의 길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고는 농촌 교회로 부임했다. 농부의 아들인 그는 농부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진 제공 김문선)

이 목사는 다른 동기들보다 목회를 늦게 시작했다. 학부만 13년을 다녔다. 가난했기 때문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했다. 돈이 생기면 다시 학교를 다녔다. 이를 반복했다. 가난한 삶의 자리 때문일까? 이 목사는 큰 도시 교회의 성공한 목회자를 꿈꾸며 신학교에 입학했다. 그랬던 그에게 운명처럼 찾아온 책 한 권이 있었다. '슈바이처 전기'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프리카로 떠난 슈바이처의 발걸음이 이 목사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무엇 때문일까? 슈바이처는 무엇 때문에 좁은 길을 선택했을까?" 

이 목사는 다시 성경을 읽었다. 그 어떤 예수의 제자들도, 신앙의 사람들도 성공과 출세의 길을 걷지 않았다. 오히려 고난의 길을 걸었다.

그는 물었다. 

'내가 걸어가야 할 고난의 길은 어디인가?' 

그는 농부의 아들이었다. 농부의 고통과 아픔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농민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목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첫 목회지가 현재 담임하고 있는 광시송림교회다. 그는 목회 시작부터 정주 목회와 자비량 목회를 꿈꿨다. 그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목회를 시작함과 동시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하늘의 시험일까? 이 목사에게 당뇨가 찾아왔다.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고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생명을 만났다. 바로 생명의 먹을거리였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몸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시력도 좋아지고 피부와 세포, 신경조직들이 되살아났다. 

▲ 그는 일 년 일모작을 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생명을 살리는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함이다. (사진 제공 김문선)

그는 깨달았다. 자연 그대로의 먹을거리 안에 육체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힘과 요소가 담겨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 돌아보면 모든 발자국마다 은총이 배어 있었다. 그 은총이 새로운 관심을 갖게 했다. 생명을 살리는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었다. 수많은 종류의 농약으로 신음하는 땅과 자연을 살리는 일이었다. 

그는 성서에 근거한 삶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일 년에 일모작 한다. 나머지 시간은 땅을 쉬게 한다. 그는 땅이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희년을 말씀하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자연과 사람 모두 안식할 때 모두가 참생명을 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목사의 밭은 자연스럽다. 다양한 생명들이 함께 살아간다.

이상진 목사의 목회는 교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 자체를 생활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 동네의 개념은 주거 공간을 넘어선 생활 공동체이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먹고 사는 공동체를 꿈꾼다. 그 안에 하나님나라가 있다고 믿는다. 

▲ 그는 농사만 짓지 않는다. 도시 교회와도 연계해, 여름에는 단기 선교팀이 온다.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만난다. (사진 제공 김문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친환경 운동, 황새 보호 운동, 생명의 먹을거리 운동, 협동조합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섬기며 이 땅에 하나님나라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도시 교회 단기 선교팀과 함께 지역민들을 섬긴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개안 수술, 도배하기, 마을 잔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있다.

* 땅과 먹을거리, 사람과 공동체를 살리는 생명의망 잇기

농수산물 나눔터 www.lifenet.kr

블로그 blog.naver.com/goof_namu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lifenet01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