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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인생, 선거판 뛰어들다

[인터뷰] 민중연합당 수원 을 박승하 후보…예수 통해 사회문제에 눈뜨다

이용필 기자   기사승인 2016.03.30  09: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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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수저 삶을 살아 온 민중연합당 박승하 후보는 예수를 통해 정치와 사회문제에 눈을 떴다. 그는 '가나안 성도'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안녕하세요, 청년들이 만든 민중연합당입니다. 금수저 세상 끝장내겠습니다."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3월 29일 오전 7시, 수원역 지하 도로. 얇은 주황색 상의를 입은 청년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부지런히 명함을 돌렸다. 한 사람이라도 놓칠 새라 명함을 건네는 손이 분주했다. 몇몇 시민은 손을 뿌리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민중연합당 박승하 후보(33)는 매일 아침 수원역과 성균관대역 등을 오가며 홍보한다.

흙수저당·비정규철폐당·농민당 세 개 당이 연합한 민중연합당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총 56개 지역구에 후보를 냈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수원 을(율천동·평동·서둔동·구운동·금곡동·호매실동·입북동)에 출마한 박 후보를 <뉴스앤조이>가 만났다.

그는 스스로를 '가나안 성도'라고 소개했다. 대학 시절 교회에 다녔지만 지금은 '먹고살기' 바빠 자주 못 나간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대체 얼마나 바쁘기에…' 궁금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긍이 됐다. 박 후보와의 인터뷰는 수원역 근처 한 국밥집에서 진행됐다.

죽어라 '알바'만…"먹고살기 바빴다"

박승하 후보는 1,500여 명의 당원이 가입해 있는 '흙수저당' 소속이다. 당 이름처럼 그는 '흙수저' 인생을 살고 있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꾸준히 알바를 했고, 막노동은 수시로 했다. 그의 명함 앞면에는 '흙수저 알바 대표 박승하'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뒷면에는 화려한(?) 경력이 적혀 있다.

△0파워 인력 센터(2만 7,000원) △맥주 공장 00창고(최저 시급) △외벽 벽돌 타일 미장(일당 7만 원) △00아크로타워 전기 가설(최저 시급) △00물류센터 야간 상하차(최저 시급) △산림청 강원도 간벌 작업(일당 10만 원) △00잉크 생산1팀(최저 시급)…. 그는 이번 총선에 나서기 전까지 지역 아동 센터 시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구직 활동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남들처럼 이력서도 내고, 면접도 봤지만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박 후보는 자신이 선택되지 못한 이유를 '스펙'에서 찾았다. 대학원까지 나온 그의 입에서 '스펙'이란 단어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에 다닐 때 평택 주한 미군 기지 반대 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노동문제와 관련한 시위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2007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했고, 이후 통합진보당을 거쳐 흙수저당으로 적을 옮겼다. 박 후보는 애당초 총선에 출마할 생각은 없었다. 먹고살기에도 벅찼다고 말했다.

수원 을은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지역구다. 이번에 박승하 후보를 포함 4명이 경합을 벌인다. 박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의 재산은 모두 4억이 넘는다. 박 후보는 공직자 후보 재산 신고를 하게 되면서, 자신의 재산이 얼마인지 알게 됐다. 월세 보증금 800만 원.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 돈도 어머니가 빌려준 돈이다. 독자 중에는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박 후보는 이렇게 답한다.

"죽어라 알바했다. 쉴 때마다 노가다도 뛰었다."

   
▲ 박 후보는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알바와 막노동을 해 왔다. 그는 "국회에 입성하면 최저 시급 문제와 관련해 '헌법 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당선이 안 되더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구조'를 문제의 원인으로 짚었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회라도 나서야 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절벽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의 삶을 바꾸고 싶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 자신이 가진 전 재산보다 많은 기탁금 1,500만 원은 당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지원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청년이다. 국회에 입성하면 가장 먼저 발의하고 싶은 법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헌법 소원부터 낼 것"이라고 답했다. 최저 시급(6,030원)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헌법 32조 3항에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나와 있다. 6,030원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한다고 보는가. 당선되지 않아도 헌법 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생각하는 최저 시급은 1만 원이다.

"야당 표 깎아 먹으려고 나왔냐"

민중연합당은 네 번째로 많은 후보를 배출했지만, 좀처럼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전 국회의원들의 합류로 잠깐 언론에 보도된 적 있다. 박 후보는 비록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 않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민심 체감 온도는 다르다고 말했다.

"(민중연합당) 당원만 2만 5,000여 명이다. 시민들에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현장에서 느낀 민심은 '변화'다. 시민들은 여당에 실망했고, 야당에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민중연합당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민중연합당 출현을 반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박 후보는 "지역에서 만난 일부 시민은 '야당 표 깎아먹으려고 나왔냐'고 비난도 한다. 하지만 지금 야당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밖에 안 든다. 기존 정당이 제 역할을 못 하는 만큼,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예수를 접하다

   
▲ 박 후보는 2007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이후, 통합진보당을 거쳐 흙수저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흙수저당은 전국 청년들이 연합해 만든 당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비정규철폐당, 농민당과 함께 민중연합당을 구축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박승하 후보는 '가나안 성도'다. 무신론자였던 그는 한신대학교에 입학하고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거기서 기존 교회와 다른 모습을 목격했다. 그 전까지 교회는 보수적이고, 착한 사람들만 다니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신대 신학생들을 사귀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공권력에 저항하고, 사회 불의에 맞서는 목회자·교인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김재준·문익환·안병무 목사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민중신학 이야기>에서 안병무 목사님이 말하는 '오클로스'(민중)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결국 예수님도 민중이었고, 현장에서 민중들을 위해 살다가 죽임을 당하지 않았는가. 대한민국 사회에는 이름도 없는 민중이 수도 없이 많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을 돌봐 주지 않는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서, 눈덩이처럼 불어 가는 학자금을 갚지 못해서, 자살하는 청년들이 많다. 언론은 이를 단신으로 보도하고 문제를 키우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잊고 또 잊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마치 나와 관련이 없는 일처럼….

하지만 내가 믿는 예수님은 다르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이방인들에게까지 관심과 사랑을 내비쳤다. 내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총선에 뛰어든 이유 역시 바로 예수님 영향 때문이다"

총선에 도전하는 박 후보는 '두려움'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부진 말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예수님도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는가. 그러나 누군가 십자가에 달려야 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예수님이 하신 일과 결코 동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청년들이여, 단결하라'고 말하고 싶다."

   
▲ 박 후보가 수원역 지하 도로에서 시민들에게 자신의 명함을 나눠 주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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