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평소와 다른 밤늦은 시간에 부활 선언 예배가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는 3세기 초대 기독교 예식을 그대로 재현했다. 예수님이 무덤에 묻힌 금요일 오후 3시 이후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초대교회는 1년 중 그날만 소등하고 침묵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이후 자정에 드리는 첫 예배를 부활 예배로 기념했는데 이 전통을 재현했다.

2016년 부활 선언 예배는 3월 26일 밤 11시 짙은 어둠 속에 시작됐다. '빛의 예식'의 일환으로 부활초에 불을 밝혔다. 부활초는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가 들었다. 참석자들은 유 신부를 선두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내를 한 바퀴 돌았다. 여(女) 옥사, 사형장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부활초를 높이 들고 "그리스도의 빛을 보라, 하나님께 감사합니다"고 외쳤다.

참석자 70여 명은 9번 옥사와 10번 옥사 사이로 예배 장소를 옮겨서 부활초의 불을 각자 들고 있던 초에 나눠 붙였다. 70여 개의 촛불이 컴컴하던 예배 장소를 환하게 밝혔다. 이후 '말씀의 예식'에서는 서진한 목사(대한기독교서회)가 '부활의 관계자'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서 목사는 예수님이 처참하게 처형당해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는 "예수님의 부활은 살해당한 사람의 부활이다. 그의 부활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나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다. 이 시대의 살해당한 사람, 억울한 사람들의 고통에 참여할 때 하나님의 고통을 이해하고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와 관계있는 부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와 세상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교회협은 올해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 시대 돌봐야 할 '주님의 양'을 차례로 방문했다.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세월호 희생자 가족,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갈 곳 없는 노숙인 등 이 시대 이웃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들을 돌보며 사는 부활의 신앙을 실천하겠다고 기도했다.

추운 날씨 속에 진행된 예배는 자정을 넘겨 부활절 새벽을 맞았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최부옥 총회장이 '세례 언약의 갱신'을 인도했다. 부활한 예수님을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헌신을 결심하는 엄숙한 시간이었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고 그리스도처럼 섬기겠느냐는 물음에 참가자들은 "예"라고 대답했다.

대한성공회 김근상 의장주교가 성찬례를 집례했다. 그는 부활 축하 인사로 성찬례를 시작했다. 참석자 모두 빵과 포도주를 나눠 마셨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성찬례를 마쳤다. 추운 날씨였지만, 참석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어 모두 한목소리로 부활의 확신을 선포했다. 참석자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이웃을 섬기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가 부활의 불을 밝힌 부활초를 들고 있다. 부활 선언 예배 참가자들은 유시경 신부를 선두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내를 돌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유시경 신부가 부활초를 촛대에 꽂은 후 부활 영광송을 부르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한국기독교장로회 최부옥 총회장이 '세례 언약의 갱신'을 인도했다. 참가자들은 정의와 평화를 위하여 힘쓰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겠다고 대답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추운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예배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내 야외에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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