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는 3월 25일 오후 5시경 김종인 대표의 특강이 취소됐다고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했습니다. "당내 관계로 이번 특강이 취소됐다"며 많은 양해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더불어민주당(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월 28일 한신대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과 수도권 대학, 그리고 청년의 역할'이란 주제로 특강한다. 

하지만 한신대 내부는 김 대표 섭외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서 온 소위 '진보 대학'이 과거 군사정권에서 일한 인사를 '명사'로 초청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 분위기다. 김종인 대표는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내각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재무 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 '진보 대학'으로 통하는 한신대가 술렁이고 있다. 개교 76주년을 맞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명사 특강으로 초청한 게 논란이다. 일부 학생들은 김 대표의 전력과 행보를 이유로 초청을 반대하고 나섰다. 학교는 예정대로 강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신대 홈페이지 갈무리)

김 대표는 더민주에 영입되고 나서, 자신의 국보위 참여 전력이 논란이 되자 1월 27일 "광주분들께 굉장히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한신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숨진 류동운 열사를 해마다 추모해 오고 있다. 명사 특강은 한신대 경영학과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이 주관했다.

페이스북 '한신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김 대표 특강을 반대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영대는 한신의 역사가 우스운가. 어떻게 한신대에서 전두환 잔재에게 강연을 맡기는 건가. 총학생회는 무엇하고 있는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김 대표 강연을 막자는 의견도 보인다. 한 학생은 "김종인 씨 강의를 막지 않는 것은 한신대 이름에 먹칠하는 행위로 생각한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일부 학생들은 김종인 대표 특강을 반대하는 연서명에 돌입했다. 24일 "우리는 주권자로서의 경각심과 책임감을 견지하여 어떠한 민주 역행의 기도도 분쇄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4월 한신대 강연에서 했던 말이다. 학생들은 김 대표의 전력보다 현재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를 중단해 국민의 분노를 샀고, '셀프' 비례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강연이 취소되지 않을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단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와 달리 "김 대표를 싫어하는 것은 개인 자유지만, 막을 권리는 누구도 없다", "불만이 있으면 강연에 직접 가서 본인 생각을 밝히고 토론하면 된다"는 등, 유보적인 입장도 적지 않았다.

총학생회는 조건부 입장을 내걸었다. 김 대표가 지난 1월 국보위 전력에 대해 사과했으니, 류동운 열사비 앞에서도 사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예인 총학생회장은 "사죄하지 않을 경우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25일 저녁 이 문제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장 오창호 교수는 3월 25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사 특강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공식 행사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마침 아는 분을 통해 김종인 대표를 섭외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초청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국보위 전력과 관련해 오 교수는 "내부에서 검토 안 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 한 일을 가지고 일일이 따지면 누구를 부를 수 있겠는가. 진보적일수록 오히려 다른 노선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제 1야당 대표로서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 않는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대표 측은 한신대 특강과 관련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진욱 비서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경로로 특강 요청이 들어와서 하는 것이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 국보위 전력이 특강과 무슨 연관성이 있기에 반대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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