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16년 대학가는 그 어느 때보다 성 소수자에게 관대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학교에서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여학생이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서울대학교에서 커밍아웃한 학생이 학교 총학생회장으로 뽑힌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대학교 내 성 소수자 동아리 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사회 분위기와 다르게 한국 주요 교단들은 이런 현상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박무용 총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채영남 총회장) 등 각 교단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영훈 대표회장) 등 주요 교계 단체는 적극적으로 반동성애 운동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교단들이 전국 교회를 대상으로 반동성애 강연을 개최하고 6월 열릴 퀴어 문화 축제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똑같은 젊은 층이라고 하지만 교단 영향을 받는 신학대학교 혹은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종합대학교 내 반응은 제각각이다. 교단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성 소수자를 옹호하는 모임도 있다.

▲ 기독교 대학교 반동성애 모임은 모두 트위터에서 활동한다. 위부터 고신대학교, 한세대학교, 서울신학대학교 반동성애 모임이다.

트위터에서 활발한 반동성애 모임

반동성애 모임은 대부분 트위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반동성애 관련 포스팅을 올린다. 동성애를 '조장'하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동성애에 대한 정치인의 반대 견해를 퍼 나르는 데도 적극적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신상현 총회장) 소속 고신대학교에는 반동성애 동아리 '고신헤테로(@kosinhetero)'가 있다. 동성애를 지칭하는 '호모(homo)'의 반대말인 '헤테로(hetero)'를 동아리 이름으로 선택했다. 고신헤테로는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이슬람·이단 삼중으로 공격받고 있는 기독교를 수호하고 고신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임을 표방하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세운 한세대학교(김성혜 총장)에도 고신헤테로와 비슷한 동아리가 있다. '한세대 반동성애 모임(@hanseidae)'이다. 이들은 20대 총선을 맞아 성 소수자 지지 발언을 한 의원들을 규탄하고 반동성애 원칙을 밝힌 박영선·박지원 의원을 적극 지지했다. '동성애 찬성 세력은 좌좀(좌익 좀비)', '한세대 반동성애 모임은 (총선에서) 좌빨(좌익 빨갱이) 안 뽑을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서울신학대학교에도 반동성애 모임이 있다. '서울신학대 반동성애 모임(@seoulsinhak)'도 위에 언급한 두 동아리와 거의 흡사하다. 성 소수자를 '똥꼬충'이라 비하하고, '동성애 찬성하는 것은 빨갱이 짓'이라고 하면서도 자신들을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자)가 아닌 반동성애자라고 불러 달라 주문한다. 서울신대 반동성애 모임은 현재 50명이 가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동성애 모임 만들었다 징계 위험 처해

위 대학들과 달리 한신대학교·성공회대학교는 기독교 대학이지만 교내서 활발하게 운영 중인 성 소수자 동아리도 있다. '고발자', '레인'이라는 이름의 동아리는 새 학기를 맞아 학내에 플래카드도 걸고 새내기들을 맞고 있다. 꼭 성 소수자가 아니어도 동아리에 참여할 수 있다. 성 소수자의 인권을 중시하고 그들의 운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다.

한신대 고발자는 2009년 12월에 만들어졌다. 대학 내에서 행해지는 모든 종류의 성 소수자 차별을 감시한다. 캠퍼스에서 동성애 반대 서명운동이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성공회대 레인은 만들어진 지는 얼마 안된 모임이지만 새내기를 모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 총신대학교 내 성 소수자 모임인 '깡총깡총'은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친동성애 모임이 개혁주의 신앙고백에 위배된다며 학생 색출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퀴어 축제 때 만난 기독교인들이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팔찌로 하트를 만든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예장합동 직영 총신대학교(총신대·김영우 총장)에도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모임이 있다. '깡다구 있는 총신인들의 깡다구 있는 총신 나기', 즉 '깡총깡총'이다.

깡총깡총은 보수적인 학교 성향 때문에 다른 두 학교처럼 공개적으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깡총깡총에 대해 드러난 구체적인 정보는 많지 않다. 성 소수자 당사자거나 성 소수자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교단 직영 신학대학교지만 교단과 다른 목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깡총깡총의 존재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총신대는 이사회에서 상황 파악을 학교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학교가 관련 학생들을 색출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학생들 증언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은 학교가 IP 추적, SNS 사찰을 감행하면서까지 관련 학생을 알아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에 반대하는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성 소수자로 의심되는 학생의 징계를 학교 측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총신대학교 관계자는 19일 <뉴스앤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차원에서 성 소수자를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총신대학교는 개혁주의 신앙고백 위에 세워진 학교인데 이 신앙고백을 위반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 막아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을 징계할 수 있는 관련 학칙이 없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는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관련 학생이 드러난다고 해도 퇴학 전에 지도가 우선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 게 먼저다. 성경에 분명히 남색하는 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돼 있다. 우리 학교는 학생이 입학할 때 개혁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학교 모든 규정을 지키겠다고 서약하고 들어온다. 개혁주의 정신에 위배되면 지도를 받아야 하고 지도를 받을 수 없으면 학교는 더 이상 그 학생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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