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희성교회는 6년 전 거액 전별금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25년간 이 교회에서 시무한 황태주 목사는 퇴직금·생활비·사택비 명목으로 18억 상당을 받았다. 황 목사는 65세에 조기 은퇴하고, 원로목사가 됐다.

교인 400여 명은 황 목사가 거액의 전별금을 받는지 몰랐다. 사실이 알려지자 교회는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당시 교회 1년 예산은 16억이었다. 1년 예산보다 많은 액수를 전별금으로 주는 것에, 반감이 높아졌다. 당회에서 통과된 담임목사 은퇴 예우금에 관한 안건은 제직회, 공동의회에서 한동안 계류됐다.

황태주 목사가 은퇴하고 1년 뒤인 2010년 4월, 희성교회는 방충근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희성교회가 소속된 서울서노회는 방 목사에게 위임목사가 되고 싶으면, 황 목사의 전별금 안건을 통과시키라고 재촉했다. 방 목사는 교인들을 설득해 은퇴 예우금에 관한 안건을 추인했다.

장로 8명 중 6명 방충근 목사에 '반기'...노회는 정직 판결

▲ 원로목사의 전별금 문제로 시작된 교회 분쟁이 6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희성교회 이야기다. 원로목사 편, 담임목사 편으로 갈린 교인들이 징계와 소송으로 맞서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전별금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교회는 조용해지는 듯했다.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방충근 목사와 다수의 장로들이 갈등을 빚었다. 장로 8명 중 6명이 방 목사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장로들은 방 목사에 대해 "일만 저질러 놓고 처리하지 않는다", "리더십이 부족하다", "(담임목사) 재목이 아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담은 진정서를 노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교인 100여 명의 생각은 달랐다. 장로들이 아무 잘못도 없는 담임목사 꼬투리를 잡고 있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교회가 시끄러워지자 이번에도 노회가 나섰다.

노회는 2012년 7월 희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수습전권위)를 파송했다. 하지만 희성교회 교인들은 수습전권위를 신뢰하지 못했다. 앞서 노회가 파송한 수습위원회의 거짓 보고로 교회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며 수습전권위원들의 교회 출입을 막았다. 한 집사는 "먼저 조사를 마친 수습위원회 인사가 노회 임원회에 교인들이 (방충근) 담임목사를 불신하고 있다고 거짓 보고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수습전권위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막았다"고 했다.

노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방 목사를 지지하던 교인들을 치리하라고 지시했다. 방 목사가 지시를 따르지 않자, 2013년 12월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 3월에도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정직 기간 당회를 주관하는 등 수습전권위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노회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비대위 방치 및 임시당회 무산 △비대위 치리 지시 불이행 △당회장권 정지 상태 중 당회 주관 △수습전권위 권위 훼손 △서울서노회 재판국 판결 불응 혐의로 정직 2년, 출교 처분을 내렸다. 방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에 상고했다.

총회 재판국은 5가지 혐의 중 3가지만 유죄로 인정했다. 수습전권위에 대한 권위 훼손과 노회 재판국 판결 불응에 대한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총회 재판국은 지난해 8월 방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했다.

총회 판결 이후 방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교회 지하와 유년부실에서 따로 예배를 드리다가 지금은 본당 3층에서 예배하고 있다. 방 목사를 따르는 교인과 원로목사를 따르는 교인이 한 지붕 아래서 두 살림을 차린 셈이다.

황태주 원로목사, 대리당회장으로 복귀…교인 갈등 심화

▲ 주도권을 쥐고 있는 원로목사와 장로들은 징계로 대응하고 있다. 반대 교인들을 제명하고, 교회 출입을 금지시켰다. 교회 입구에 출입 금지 명단이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방 목사가 정직 판결을 받자, 희성교회 당회는 노회에 임시당회장 파송을 요청했다. 두 명의 임시당회장이 파송됐지만, 교인들 반대 운동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 임시당회장이 몸담고 있는 교회로 찾아가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당회는 조기 은퇴한 황태주 원로목사를 불러들였다.

방충근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반발했다.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한 장로는 "교회 사역을 하려면 당회장이 필요하다. 당회원 과반의 결의로 황 목사님을 대리당회장으로 선임했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대리당회장은 최소한의 업무만 볼 수 있다. 임직권, 권징권, 부동산 관리권은 없다.

황 목사가 대리당회장을 맡고 있는 동안 희성교회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방충근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황 원로목사가 교회 예산을 장악할 목적으로 회계, 재정 담당자 직무를 정지했다고 주장했다. 방 목사 측 한 집사는 “서리집사 409명 중 303명을 해직시키고 징계도 했다. 장로·권사·집사 등 5명은 권고사직이 되고, 9명이 제명당했다. 교인 26명의 교회 출입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원로목사 측 이야기는 다르다. 방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당회 지시와 권면을 받아들이지 않아 조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회계, 재정 담당자 직무를 정지한 이유로는 △예배 거부 △십일조 중단 △당회장 허락 없는 재정 지출 등을 들었다. 서리집사 303명을 해직시켰다는 것도 억측이라고 했다. 서리집사 예비 후보들에게 서약서와 수락서를 보냈지만, 신청한 인원이 적은 것이라고 했다. 일부 교인들 출입을 금지한 것은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방 목사 측이 교회 분쟁을 일으킬 목적으로 교인들을 호도하고,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대리당회장 황태주 원로목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교회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황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회 분쟁과 관련해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둘로 나뉜 교회, 결국 사회 법정으로

분쟁의 종착역은 사회 법정이 됐다. 방충근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법원에 비송을 제기했다. 공동의회를 열게 해 달라고 주문했다. 황태주 목사의 대리당회장 직무 정지 가처분과 당회·제직회 결의 무효 소송도 제기했다. 현재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인원은 도합 330~35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6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서울서노회는 이번 만큼은 잠잠하다. 서울서노회장 장재도 목사는 3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회가 대리당회장을 선임한 상황에서 노회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물밑으로 화해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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