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이세돌에 열광한 한 주였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세기의 대국'이 끝난 후 이세돌은 "이세돌 개인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는 말을 남겼다.

알파고는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대결로 인공지능이 사람의 사고를 예측할 뿐 아니라 능력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인공지능 기술에 크게 관심 없던 일반인들은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는 사실에 놀란 눈치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뉴스앤조이>는 우리가 잘 모르는 인공지능 기술을 듣기 위해 전문가를 찾았다. 권희춘 박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사무총장)는 드론(Drone·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 전문가다. 그는 드론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연구실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뉴스앤조이> 강도현 대표가 맡았다.

▲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끝났다. 알파고는 5번의 대국 중 4회를 이기며 세상을 놀래켰다. (사진 제공 구글)

- 이전에 없던 인공지능 기술이 '알파고'라는 기계로 세상에 드러난 것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이벤트성 행사였다. 인공지능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를 뛰어넘어 사람의 생각을 읽는 기술을 보여 주니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아니다. 사람을 넘어서는 기계를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이벤트성 행사다.

- 이미 충분히 진행된 기술이란 말인가.

언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묘사하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아니다. 우리는 1,2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는 20년, 30년 후에 나올 제품을 지금 연구한다. 대부분 비밀리에 진행되고 파생 산업이 없다. 열심히 연구하다 획기적인 무언가를 확 터뜨리는 걸 목표한다. 과거에도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은 많았다. 컴퓨터 프로세싱이 그만큼 미치지 못해서 실행이 안 됐다고 볼 수 있다.

- 인공지능 기술, 즉 알파고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지금은 1,202개 CPU(프로그램 명령어를 수행하는 중앙처리장치)를 구동할 수 있게 됐다. 집단 지성이 가능한 데다 소프트웨어를 그 안에 집어넣은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주입했는데 한 가지 더 있다면 심화 학습, 즉 딥 러닝(Deep Learning)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딥 러닝이 무엇인가.

딥 러닝은 이미 주입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연구하는 기능을 말한다. 알파고 개발자들도 알파고가 어디까지 학습이 가능한지 예측하지 못 한다. 데이터가 산재해 있으면 그냥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이게 모여서 객체의 역학, 상관관계를 따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수만 명 있다. 여기에서 서울, 대구 출신을 분류하라고 하면 1차적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그런데 서울 태생 남자, 아이는 몇 명이 있고,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 컴퓨터가 한 번에 못 한다. 이것을 상관관계로 만들어서 명령어 형태로 집어넣으면 가능하다. 서울 출신, 40대, 액션 영화 좋아하는 사람을 분류해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 객체로 파악되고 예측 가능해지는 것이다.

- 딥 러닝도 이세돌 9단을 예측했을까.

아마 이세돌에 관한 정보를 다 입력한 후 연구했을 것이다. 이세돌만 연구한 것이 아니고 바둑기사들을 대상으로 학습 과정도 거쳤을 것이다.

-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딥 러닝 기술이 있나.

신용카드다.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지금 당신이 있는 곳 반경 몇 미터 이내에서 치킨을 할인해 주는 곳을 안내하는 문자가 온다. 또 있다. 얼마 전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잃어버린 카드를 누군가 백화점에서 사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내 구매 이력을 보니 한 번도 백화점에서 카드를 긁은 적이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알아서 구매를 차단한 후 나한테 연락이 왔다. 한 사람의 데이터가 계속 축적되다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 권희춘 박사는 드론 전문가이며 인공지능 기술 연구자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제공 권희춘)

- 신용카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인공지능 기술이 먼 미래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이미 우리 생활에 적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맞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내가 어떤 기사를 읽었고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관심 분야를 무엇으로 설정해 놨는지 등, 나에 대한 데이터가 다 축적된다. 내가 드론에 대한 책을 쓰고 페이스북에 책 소개 글을 등록했다. 그랬더니 페이스북이 나에게 '이 책을 광고하겠느냐'고 묻는다. 약 8,000원을 내면 드론에 관심을 보일 만한 8,000명에게 책 소개 글을 보여 주는 거다. 그 뒤에 또 제안이 온다. '3만 원 내면 3만 명에게 보여 줄게.'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다. 기계가 사람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심 보일 만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가 또 있다. 구글에서 자동으로 뜨는 광고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 메일이 오간다. 아버지가 '우리 여행 갈래?' 보냈더니 딸이 '8월에 방학이니 우리 칠레에 가요'라고 답장했다. 그런데 답장만 오는 것이 아니라 광고도 같이 달고 온다. '칠레 가는 비행기 지금 예약하면 반값에 드립니다' 광고가.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보면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사람이라 해도 똑같은 금액을 지불한 사람이 없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목적지에 가지만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지불한다. 준비가 철저한 사람, 즉흥적인 사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긴 사람. 비행기 안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의 생활 패턴에 맞게 가격이 설정돼 있는 것이다.

- 개개인의 모든 생활 패턴을 기업이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면 사생활 침해가 있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그렇다. 의도하지 않게 개인 정보를 침해당할 수 있다. 우리는 침해라고 이야기한다. 마음만 먹으면 한 개인의 많은 정보를 빼내 갈 수 있다. 해킹이라는 나쁜 짓을 하지 않더라도 파악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가면 이 사람이 어딜 갔고, 무엇을 먹었고, 누구를 만났는지 다 알 수 있다. 정치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 구글 같은 회사는 어차피 기계가 광고를 제안하고 모든 개인 정보는 암호화돼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빅브라더 문제는 이 기술과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나의 이름, 이메일 주소, 소비 패턴 등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그 정보를 빼낼 수 있게 된 거다. 이전에는 없었던 그런 환경이 조성됐다. 예전에는 이메일 주소만 가지고 있다 개인 정보라고 해서 폐기했다. 지금은 다르다.

얼마 전 포털 사이트 다음이 정부에 이메일을 제공했다. 몇몇 변호사가 왜 개인 정보 빼서 제공하느냐고 소송을 냈는데 포털 사이트는 개인 정보를 안 알려 줄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났다. 이제는 의심 가는 사람이 있으면 개인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과거에는 협조 공문이었는데 지금은 전화로 이 사람이 최근 3개월 동안 뭘 검색했는지, 누구에게 메일을 보냈는지 요구할 수 있다.

- 지금까지는 현재를 말했는데 그러면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은 어떻게 발전할까. 예측 가능한 사례를 소개해 달라.

기사도 기계가 쓸 수 있다. 모든 기사가 해당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몇 가지 키워드를 입력하고 역학 관계, 사실관계를 넣으면 기사가 완성된다. 마지막 편집은 사람이 하겠지만 실제로 스포츠 기사 같이 형식이 정해진 경우에는 가능하다.

콕 집어서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말할 수 없는데, 영상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들이 많이 보는 뽀로로 예를 들어 보자. '뽀로로 고 백 홈'이라고 입력했다. 그러면 뽀로로가 집처럼 생긴 곳에 돌아가는 영상이 80%정도 생성된다. 키워드를 집어넣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연설문도 마찬가지다. 70~80프로는 인공지능이 쓸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은 사람이 다듬고 마무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컴퓨터가 번역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지금도 번역기가 의역한 뒤 사람이 마지막에 어색한 표현을 가다듬으면 훨씬 완성도 높은 글이 나온다. 부드럽게 하는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기계가 인간처럼 연설문을 작성하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 같다. 먼 미래는 아니다.

-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없어지는 직업도 있을까.

의사·변호사·변리사 등 전문직업이 많이 없어질 것 같다. 의사는 오랜 경험으로 환자를 판단한다. 그런데 수치를 잘못 볼 수도 있고 여러 경우에 따라 오진을 하는 일도 있는데 인공지능은 그럴 일이 없다. 노하우를 가진 전문 직업군들이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많이 배웠으니까 많은 보수를 받던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까.

▲ 사람이 조종하는 무인항공기 드론이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하면 어떻게 될까. 권 박사는 CCTV 취약 지구를 찾아 다니며 순찰을 강화하고 실종자 수색이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박사님은 드론 전문가로 알고 있다. 드론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면 어떤 일을 예측할 수 있나.

드론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면 더 강력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특히 범죄 현장, CCTV 사각지대 등에서 순찰을 강화할 수 있다.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날아다니긴 하는데 사람 눈을 갖고 있는 거다.

예를 들면 치매 노인이나 어린아이를 잃어버리면 실종자 수색도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하다.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이 2~3시간 동안 돌아다녀도 쉽게 못 찾는다. 그런데 드론 네 개를 동서남북으로 띄운다고 가정해 보자. 위에서 보면 다 보이니까 날아다니면서 찾는 사람이 있는지 훑고 지나가면 된다.

- 악용의 소지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드론에 총을 장착한 경우가 대표적인 악용 사례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서 드론이 마약을 나르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 국경을 순찰하는 국경수비대도 몰랐다. 위치 입력을 잘못해서 민가에 잘못 떨어져 세상에 알려진 경우다. 하지만 잡는다고 해도 어떤 사람이 날렸는지 알 수 없다.

법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범위를 만들고 안 좋은 것을 하지 말라고 법을 만드는 거다. 칼을 아예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칼로 요리를 해야 하는데 사람을 찌르면 흉기가 된다.

-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정말 빠른 속도로 발전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백 투 더 퓨처2'가 1987년에 상영됐다. 제작은 1985년부터 했다. 당시 MIT 미디어랩 박사가 100년 후에 쓰일 기술에 대해 감독에게 자문을 해 줬다. 감독이 영화를 찍다가 100년 후 이야기는 현재 배우를 쓸 수 없어서 30년으로 설정을 바꿨다. 그 30년 뒤가 작년이었다. 영화 속에 언급된 미래 기술 약 30개를 나열해 비교했는데 거의 다 구현됐다. 전문가는 100년을 예상했지만 30년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나도 인공지능 분야를 연구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세상이 올 지 잘 모르겠다.

-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뭘까.

인공지능 현상이 돈벌이는 아니다. 이거 공부해서 좋은 곳에 취업되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은 기초 학문 공부해도 취업이 안 되니까 응용과학만 공부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수학, 물리, 신경학 등 13개 학문이 포함된 분야다. 기초 학문을 강화해야 한다. 젊은 친구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거나, 캠프를 진행하다 보면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 내는 것을 본다. 그 친구들이 우리 미래를 잘 설계하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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