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설교다."

가끔 이런 고백을 한다. 나에게 일어난 사건들과 마음의 고뇌를 알고 있는 듯한 설교를 듣노라면 하나님의 음성이 틀림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다. 그렇게 주장하는 설교자들도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한 신학적 논쟁은 뒤로 하고 재미 있는 상상을 해 보았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펼친 세기의 대결 덕분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언론사들도 관련 기사를 쏟아 낸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 구도가 영화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한다. <뉴스앤조이>도 눈앞에 다가온 미래를 조명하고자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권희춘 사무총장을 인터뷰했다.

권희춘 박사는 앞으로 도래할 미래가 아닌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현실'을 이야기 했다. 아내에게 하와이에 놀러 가자는 이메일을 쓴 바로 다음 날,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하와이행 비행기 티켓 프로모션 페이지가 뜬다. 그런데 어떤 인간도 내가 그런 이메일을 썼다는 사실을 모른다. 기계가 알아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마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한 수, 한 수에 반응했듯이.

기계가 이미 하고 있는 수많은 일 중에 필자의 흥미를 끈 주제가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글 쓰는 '알파고'다. 스포츠 경기 결과 같이 사실관계가 명확하고 별도의 해석이 필요치 않은 사건들에 대한 기사는 이미 기계가 초고를 쓴다고 알고 있었다.

최근에는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 같이 논리적 정합성과 감성적 터치가 필요한 분야까지도 일정 부분 기계가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설교는?'

권희춘 박사는 인간이 쓴 것과 같은 수준의 글을 '알파고'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 정도 수준까지 가려면 길게는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10년…. 겨우 10년? 내 마음을 완전히 흔드는 설교를 들었는데 그게 인간의 설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기계는 인간이 그동안 축적한 지식을 총동원할 수 있다. 심지어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 같이 내가 남긴 기록을 분석해서 나의 최근 상황과 심리적 상태까지도 알고 있다. 수십만 개의 명설교를 데이터베이스 삼아 지금 내 상황에 최적화된 설교를 만들어 낸다. 좀 웃기는 상상이지만 생각할수록 매우 심각한 상상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 삶의 방식을 대폭 바꿔 놓을 것이다. 우리 신앙까지도 말이다. 한국교회 성도들은 알파고의 설교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은혜만 된다면 아무 상관 없을까? 실컷 은혜를 받았는데 기계가 설교했다는 걸 알게 되면 배신감을 느낄까?

하나님 말씀이라고 굳게 믿던 설교의 영역까지도 기계에게 침범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어질어질하다. 임박한 미래에 대한 상상이 초라한 현실을 보여 주는 듯해서 씁쓸한 기분도 든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