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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헬조선'을 구원할까

희년 사회로의 초청, 양희송 대표 <이매진 주빌리>

최유리   기사승인 2016.03.16  15: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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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매진 주빌리> / 양희송 지음 / 메디치 펴냄 / 192쪽 / 1만 1,500원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청어람ARMC 양희송 대표의 <이매진 주빌리>(메디치미디어)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희년의 의미를 성경적, 역사적으로 풀이하는 책이다.

저자는 본격적으로 희년을 말하기 전, 한국 사회 현실을 먼저 짚는다. 그는 2015년 한국을 '헬조선'이라 지칭한다. 삼포·오포 세대, OECD 자살률 1위, 가계 부채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가 책 서두에 한국 사회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뭘까? 또 수천 년 전 이스라엘 백성에게 해당하던 희년을 21세기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이유는 뭘까?

헬조선 구원할 수 있을까

희년은 히브리어로 '요벨'이라 한다. 한국어로는 '기쁨의 해'라는 뜻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매 7년마다 안식년을 맞는데, 희년은 안식년을 7번 맞이하고 50년이 되는 해를 말한다. '안식년의 안식년'이라고 표현한다. 희년이 오면 부채를 탕감하고 노예를 해방하며, 토지를 원주인에게 돌려준다.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양희송 대표가 부채·노예·토지를 한 챕터씩 자세하게 다루면서 각 주제를 현대적으로 풀이한 데 있다. 즉 '희년'이 과거 구약에서만 아니라 현재도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부채는 대출 문제로, 노예 제도는 인신매매·매춘·매매혼·비정규직 문제로, 토지는 부동산 문제로 연결한다.

"사회 내에서 빚 때문에 자기 삶이 망가지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인간을 노예로 취급하는 어떤 관행과 제도도 용납하지 마라", "토지와 주택, 더 나아가 모두의 삶을 위한 공유재를 독점하지 마라"는 방식으로 현대 맥락에 맞게 재해석한다. 저자는 "헬조선에서 한번 유토피아를 꿈꿔 보자"고 요청한다.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갈망할 수 없다. 희년 사상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적어도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를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떠올리게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좀 더 복잡한 이야기를 그 토대 위에서 시작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코리안 드림'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희년 사상은 이를 위한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191쪽)

이매진 주빌리, 희년을 꿈꾸자

그는 먼저 개인의 삶에서 희년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개인에게 발현되지 않는 가치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희년 정신이 개인의 삶에 먼저 적용되어서 그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이 경험적으로 확인될 때에야 이 논의가 급속히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략) 일주일에 엿새를 일했으면 하루는 꼭 쉬어야 하고, 푹 쉬어야 한다. 그렇게 6년을 일했다면 7년째는 역시 꼭 쉬고, 푹 쉬어야 한다. 그것을 일곱 번 했으면 완전히 쉬고, 50년 전의 상태로 원상 복귀해야 한다." (176~177쪽)

저자는 '빨리빨리' 한국 사회가 개인에게 제도적으로 쉼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의지적 결단이 필요하지만, 희년을 꿈꾸자는 주장이 '낭만적 발상'이라는 비판은 일단 제쳐 놓자고 말한다. 희년 정신 구현이 터무니없는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도 소개한다. 이런 내용이다.

뉴욕의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 사그마이스터 앤 월쉬의 대표 스테판 사그 마이스터는 7년마다 회사 전체를 1년간 닫고 안식년을 가지며 창의성을 보존하고 자질을 업그레이드한다.

1990년대 영국의 한 대학교수와 은퇴한 외교관은 2000년대가 오기 전, 가난한 나라의 빚을 갚아 주자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서방 국가들이 아프리카에 빌려준 원금보다 그간 이자로 받아 낸 돈이 더 많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가진 것이다. '주빌리 2000 캠페인'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프로젝트는 2000년 이후 전 세계로 분화되어 다양한 외화 탕감 운동으로 전환되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희년 운동으로는 성미산마을, 서교동 이레공동체 이야기를 언급한다. 성미산마을은 20년째 1,000여 명의 주민이 학교, 협동조합, 공동육아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레공동체는 대학 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함께 지냈던 다섯 가정이 출자해 직접 건물을 세워 10년 넘게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아직 실제적인 제도로 희년 정신이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의 자발적 움직임이 모여 헬조선을 구원할 단초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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