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백석대학교 송병현 교수가 '신학 서적 표절 반대' 운영자인 이성하 목사(원주가현침례교회)와 맹호성 이사(알맹2)에 각각 1억 원 상당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의 저서 <엑스포지멘터리>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줬다는 이유다. 표절 문제가 제기된 신학자 중 최초로 법적 대응을 시작한 사례다.

2015년 4월부터 두 달여 간, 이성하 목사와 맹호성 이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송병현 교수의 표절 문제를 제기했다. 송병현 교수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의 책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방은 계속됐다. 8월에는 송 교수가 속해 있는 백석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에서 해당 책 문제가 다뤄졌으나, 12월 백석대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다. 송 교수는 두 달 후인 2016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명예훼손, 협박, 모욕, 업무방해로 막대한 피해 입었다 주장

소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송병현 교수는 이성하 목사와 맹호성 이사가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을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다. 또한, 절판을 강요하는 등 업무방해 행위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성하 목사가 "결자해지하라"며 절판을 요구하는 협박을 했고, 그 후에도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맹호성 이사도 '모나리자 표절에 관한 한 비유'라는 우화를 써 자신을 절도범으로 표현하는 등 모욕을 일삼았다고 했다. 출판사인 국제제자훈련원과 소속 대학인 백석대학교에도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절판을 요구해 자신을 비방하고 표절범으로 단정 지었다고 했다.

송병현 교수는 자신이 페이스북 그룹 '번역이네 집'에 한 차례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려 표절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두 사람이 계속 의혹을 제기해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신용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됐고,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처지에서 돌이킬 수 없는 명예 실추를 당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엑스포지멘터리> 강해 세미나가 취소돼 1,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고, 이 책 시리즈가 8주간 출고 정지돼 3,000만 원 상당의 매출 손실을 보았으며 후속 발간될 예정이던 3권도 출판이 유보돼 2,000만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향후 서적 판매 감소 및 정신적 피해도 상당하다며, 이를 종합해 두 사람에게 각각 1억 원씩 총 2억 원을 청구했다.

송병현 교수는 두 사람이 앞으로도 자신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페이스북 번역이네 집과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 자신을 비방하는 게시물을 올리지 말도록 하고, 이미 올린 글은 모두 삭제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송병현 교수는 증거 자료로 '신학 서적 표절 반대' 게시글과 댓글, 맹호성 이사 블로그 글, <뉴스앤조이> 기사 등을 제출했다. 증거 자료는 120쪽에 달한다.

▲ 송병현 교수가 자신의 책 <엑스포지멘터리>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성하 목사와 맹호성 이사를 고소했다. 2억 원 상당의 민사소송이다. 송 교수는 비방과 명예훼손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세세한 출처 표기 불필요' 주장…"알면서도 비방 행위 지속, 제삼자 절판 요구할 권리 없어"

소장을 통해 <엑스포지멘터리> 표절 논란에 대한 송병현 교수의 입장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송병현 교수는 이 책이 1997년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10년 이상 강의한 내용을 보완한 것이라고 했다. 학술용 주석이 아닌, 목회자를 위한 참고 서적이라는 것이다.

송 교수는 학문적인 책이 아니고 전문 주석서도 아니므로 참고문헌을 일일이 달지 않고, 저자와 책명만 괄호 안에 간략히 넣었다고 했다. 전문적이고 학술적 성격의 연구서에 쓰는 출처 표기 방식은 <엑스포지멘터리> 기본 성격과 맞지 않는다면서, "신학 공부를 한 피고들이 이 서적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전문 학술 서적의 기준을 근거로 한 주장을 펴면서 기준 미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방행위이며, 그러한 기준을 내세워 절판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강요이고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설령 두 사람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제삼자에 불과한 이들이 절판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했다.

백석대 "교수 5명 예비 판단 결과, 표절 아냐"…송병현 교수는 무응답

백석대 연구윤리위가 표절 논란에서 송병현 교수의 손을 들어준 것도 소송 제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석대 연구윤리위는 지난해 12월, 송병현 교수의 <엑스포지멘터리>에 대해 "이 책은 현장 목회자를 위한 성경 해설서이므로, 엄격한 학문적 논의에 적용된 표절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소장에 적힌 송병현 교수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이다.

당시 연구윤리진실성위원장을 맡았던 백석대 김춘식 교수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예비 심사 결과 학술적인 성격을 지닌 저서는 아니라고 판정해, 표절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예비 조사는 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 5명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백석대 관련 규정에 따르면, 예비 조사에는 외부 위원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

김 교수는 "학교는 연구 윤리 위반 유무만 판단하지, 송병현 교수의 소송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소송 당사자인 이성하 목사, 맹호성 이사는 즉각 대응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성하 목사는 16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표절 반대 운동의 공익성은 안 따지고 자신을 비방하고 절판을 강요했다고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소비자 운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한 건데 이걸 강요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송병현 교수가 처음에는 사과문도 내려 했었고, 출판된 책에 대해 스티커 작업을 해서라도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개정판을 낸다고도 했었다. 문제가 없다면 그런 사실은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성하 목사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표한 다른 출판사와 신학자들의 사례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호성 이사는 현재 소장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며, 조만간 이 목사와 변호사를 선임해 함께 대응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송병현 교수에게 이번 사건을 형사소송으로도 진행할 가능성을 들으려 했으나,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신학 서적 표절 반대에서는 소송 당한 두 명의 재판비용을 모금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송 제기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10여 명이 모금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오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