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 정치인을 꿈꾸는 새누리당 변환봉 예비후보를 만났다. 지난 2월 성남 수정구에서 출마 선언을 한 그는 자녀들이 살고 싶은 지역,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수저'에 다른 의미가 더해졌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부모가 가진 재산에 따라 자녀 신분이 달라지는 시대다. 각자 자기 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는 말이다. '수저계급론'을 타파하겠다며 총선에 뛰어든 기독인이 있다.

변환봉 서울지방변호사회 전 사무총장(38)은 지난 2월 성남 수정구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그는 "태어날 때 입에 물고 있는 수저 색깔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변환봉 씨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지난 1월 새누리당은 6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그중 한 명이 변 씨다. 그가 새누리당에 가입한 이유는 뭘까. 변 씨는 '융통성'을 들었다. 이기기 위해,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언제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정당을 택했다. 한때 진보 진영에서 활동한 적도 있지만, 진영 논리와 프레임 장벽에 부닥쳤다.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포부를 물었다. 그는 당선이 되면 변호사법을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법조인의 전관예우를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병역과 직장을 공개하는 법안도 내고 싶다고 했다.

변 씨는 모태 신앙이다. 성남 수정구에 있는 감리교회에 출석한다. 부모님 모두 권사다. 대학 졸업 후 사회적 가치관은 변했지만 보수 신앙은 그대로다. 그는 스스로를 평범한 크리스천이라 소개했지만, 예수를 '혁명가', '개혁가'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만약 지금 예수가 한국에 온다면 대형 교회부터 뒤집어엎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3월 4일 성남에 있는 그의 선거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강도현 <뉴스앤조이> 대표가 이번에도 대담에 나섰다.

다음은 변환봉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 <뉴스앤조이>가 기독교 언론인 것은 알았나.

물론이다. 자주 봤다. 관심이 많다. 사실 이번 주에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줄 알았다. 최근 <뉴스앤조이>가 기획한 기독 정치인 기사에서 "왜 새누리당 후보는 인터뷰하지 않느냐"는 댓글을 봤다. 주위에 아는 목사님들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 새누리당에 입당하고 20대 총선 출마 선언까지 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신앙은 상당히 보수적이만, 가치관은 진보적이었다. 국민의당에 나갈 것으로 생각한 분들이 많았다. (새누리당으로 출마해서) 많이 놀라했다.

- 과거 페이스북에 '성탄절은 행복을 나누는 축제가 아니고, 고통받고 힘든 사람을 위해 애쓰는 예수를 되새기는 날이다'는 강주일 주교의 말에 동의한다는 글을 썼다. 정치도 고통 받고 힘든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는데, 도리어 욕을 많이 먹는 것 같다.

처음 정치 활동을 할 때, 진영 논리로 작용하는 정치판이 매우 싫었다. 쉽게 말해 진보, 보수로 정의해 버린다.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아도 끝까지 입장을 고수하거나, 관철시키려고만 했다. 이 행위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진영 논리가 아닌 일반인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 하지만 결국 정치를 하기 위해 새누리당이라는 진영을 선택했다.

진보가 아닌 보수 새누리당이 조금 더 융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슨 의미냐면, 지난 대선을 뒤돌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통합', '정치 쇄신', '경제 민주화'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사실 경제 민주화는 보수의 가치가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경제 민주화는 진보가 내세울 가치다. 국민 통합과 정치 쇄신 측면도 그렇고.

보수는 정권을 잡기 위해 뭐든 한다고 폄하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때, 보수는 이기기 위해, 올바른 것을 위해, 언제든지 자기 옷을 바꿔 입는다. 이게 바로 '융통성'이다.

그러니까 경제 민주화라는 가치가 보수의 가치, 자율적 기본 질서의 가치에 조금은 반할 수 있어도, 그것을 최대한 헌법 내에서 소화해 쓰자는 게 보수의 입장이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가치가 있다면, 언제든 그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게 보수의 태도다.

반면 진보는 너무 획일화돼 있다. 여지를 주지 않는다. 사회운동을 할 때, 진보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설사 그것이 잘못되었고 많은 이에게 비판을 받아도 말이다. 사회는 수긍하지 못하는데 '너희들은 따라오라'는 식으로 일을 몰고 간다. 한마디로 고집이 너무 세다. 거기서 많은 실망을 느꼈다.

▲ 새누리당은 지난 1월, 6명의 인재를 영입했다. 변호사로 활동해 온 변환봉 예비후보도 이때 영입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사회운동과 별개로 원래 보수 쪽에 가까웠던 게 아닌가.

물론 집안이 보수적이었고, 대학 때까지 데모 한 번 한 적 없다. 하지만 변호사로 지내면서 여러 일에 관여했다. 사회 부조리를 지켜보며 진보 쪽으로 시선이 갔다. 여러 인사들과 교류했는데, 정말 본받을 만한 지성인·지식인은 정치를 안 했다. 오히려 진보가 좋아하는 강한 '워딩'을 구사하거나, 보수에서 공천을 못 받은 이들이 진보로 갈아타는 경우도 많았다. 진보 진영에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많이 봤다.

보수는 겉과 속이 똑같다. '나 욕심 많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진보는 겉으로는 지고지순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척하면서 진의를 감춘다. 뻔히 보이는데도 말이다. 이 점에서 많이 실망했다.

- 경제 민주화라는 담론으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실주의자로서, 급격한 변화는 사회가 수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 민주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져 가고 있다고 본다. 만약 진보 진영이 정권을 잡고 경제 민주화를 진행했다면, 당장 법인세 원위치하고 부자 증세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수용하지 못했을 것 같다.

- 자료를 살펴보니, 예비 후보님은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정치, 사회가 제대로 소통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여야는 '진의'를 감춘 채 '세력' 과시만 하고 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테러방지법은 어차피 못 막을 줄 알고 있었다. 여당은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버텼고,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 테러방지법 제정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민감한 정치, 사회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당선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나.

정치를 하려는 목적을 상기해야 한다. 나의 입신양명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지역과 전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말이다. 출마의 변에서 언급한 것인데, 하나는 내 자녀가 성남 수정구에서 살고 싶어할 수 있게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노력한 만큼 내 꿈을 이룰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수저 계급론을 부정한다. 태어날 때 입에 물고 있는 수저 색깔에 따라 개인의 지위가 정해져서는 안 된다. 노력한 만큼 개인의 지위가 올라가고, 사회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싶다.

- 수저 계급론을 언급했는데, 계급 문제는 진보 진영의 논리 아닌가.

그게 왜 진보의 논리인가. 새누리당도 수저 계급 사회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 열심히 일해서 집 마련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직장인이 십 년 넘게 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다. 이런 사회 잘못됐다고 새누리당도 똑같은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가.

- 그런가? 새누리당이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있기는 하나?

새누리당은 계속 임대주택 만들고, 보금자리 주택 만들면서 집값을 떨어뜨리려고 한다. 집값 잡는 것은 모든 정부의 공통 과제 아닌가. 새누리당을 부자들만을 위한 나쁜 정당으로 봐서는 안 된다.

-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무엇인가.

안정화 단계로 유도해야 한다고 본다. 계속 오르게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이 부의 증식으로 작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아버지한테 건물 하나 물려받았는데, 그 건물이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은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

- 신앙생활은 언제부터 했는가.

모태 신앙이다. 부모님 모두 권사님이다. 지역구에 있는 교회에 다니고 있다.

-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나친 물량주의로 가고 있다. 지역 안에 있는 교회들이 연합해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는데, 대부분 메가 처치만 생각하고 있다. 메가 처치에 다니는 신자는 참여자, 방관자에 지나지 않게된다.

- 총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인이 교회를 찾고 있다. 일부 목사는 노골적으로 후보를 지지하기도 한다.

딱 10년 전만 해도 목사님이 설교하면서 누구누구 찍어라고 말했다. 요즘은 선거법이 강화돼 그렇게 못 한다. 교인들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누구 찍으라고 해도 따르지 않는다.

▲ 변 예비후보는 모태 신앙이다. 현재도 지역구에 있는 한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성경을 진보적으로 읽는다는 변 예비후보는 예수를 혁명가, 개혁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지난 3월 3일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로 나선 소강석 목사가 정부 정책을 지지했다. 공적 자리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나.

(발언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교회는 사회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렇다고 하나님 말씀만 전하면서 사회와 동떨어진 채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판단은 교인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성숙됐다고 본다.

- 일부 목사들이 기독교 이름을 걸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그분들 자유라고 본다. 일부 목사님들이지 않은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님이 교인들 전부 데리고 간 것도, 한기총이 들어간 것도 아니지 않는가.

- 기독당 창당 대회에서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를 비판하는 세력은 알고 보면 북한의 조종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분은 정치인으로서 발언한 것이다. 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밝힌 거다. 과거와 달리 신도들은 무조건 목사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다. 교인들 스스로 판단할 것이다.

- 그리스도인으로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있다면.

다양성에 대한 경청이다. 다만, 경청이란 의미는 존중과 다르다. 소수의 의견은 경청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 사회가 합의한 가치가 있고, 절대 다수가 결정한 것이면 그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은 경청돼야 한다는 것이다.

- 현재 경청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는가?

지금은 양극화돼 버렸다. 서로 적대시하고 있다.

- 이번 질문은 독자들이 하는 것이다. "정치 성향이 진보적인 사람은 예수를 좌파로 보기도 한다. 보수 노선에 있는 예비 후보님이 이해한 예수님은 어떤 분인가?"

좋은 질문인 것 같다. 저는 정치 성향은 합리적 보수에 가깝지만 성경은 진보적으로 읽고 있다. 예수를 혁명가, 개혁가로 생각한다. 만일 지금 이 땅에 예수님이 오시면 대형 교회를 뒤집어엎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예수님은 정치와는 선을 그었던 분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 사회에 공의롭지 못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당선되면 바꾸고 싶은 것은?

앞서 말한 수저 계급론을 바꾸고 싶다.

- 국회의원이 되면 첫 번째로 입법 발의하고 싶은 것은?

변호사법을 개정해서 전관예우를 확실하게 근절하고 싶다. 대법관, 검찰총장 등 고위직 인사들의 개업을 금지시켜야 한다. 법적으로 2년 이내 변호사 개업을 못 하게 막고 있는데, 이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본다. 또, 고위 공직자 자녀의 병역과 취업 현황도 공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부모님의 힘을 빌려 취업한 건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게 바람직한 대안이 아닌가 싶다. 지나치게 어느 하나를 추구하기 보다 항상 점진적인 변화를 개인과 사회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점진적인 변화만이 어떤 사건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는다. 지금 그것을 꿈꾸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변 예비후보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소수의 의견은 경청돼야 하고, 다수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절대다수가 결정한 것이라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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