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나라의 비밀> / 스캇 맥나이트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496쪽 / 2만 원 ⓒ뉴스앤조이 최유리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언젠가부터 한국교회에서도 '하나님나라'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림을 중심에 놓는 이 개념은 톰 라이트가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나라>(IVP)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톰 라이트는 '하나님나라'가 죽어서 가는 천국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설파한다. '이미' 왔지만 '아직' 오지 않은 하나님나라 개념을 설명하며,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이뤄 가는 회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현실은 죄로 물들어 황폐하지만, 정의와 평화가 이뤄지고 가족이 치유되고 진정한 자유가 넘치는 상황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스캇 맥나이트는 신간 <하나님나라의 비밀>(새물결플러스)에서 이 같은 하나님나라 개념을 뒤집는다. 신약학자이자 노던신학교 신약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예수 신경>·<예수 왕의 복음>(새물결플러스), <금식>(IVP) 등을 썼다. 역사적 예수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477쪽에 달하는 <하나님나라의 비밀>에서 지금까지 기독교인들에게 통용되던 하나님나라 개념을 새로 정립할 것을 권한다. 그런 면에서 '하나님나라'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나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저자는 지금까지 대립 구도처럼 보여 왔던 하나님나라의 두 스펙트럼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개인 구원과 연결하는 '정장 바지 스타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스키니 진 스타일'이다.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나라>가 후자에 힘을 싣는 책이라면, <하나님나라의 비밀>은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극단"(275쪽)이라고 표현한다.

스캇 맥나이트는 두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두 관점 중 무엇이 우선돼야 하냐는 질문에 존 스토트의 말을 빌려, "불가분 관계이고 경쟁하기보다 서로 상호 지원하며 강화한다"고 답한다. 저자는 하나님나라가 이뤄지고 시작하는 장소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다음은 그의 논조를 살펴볼 수 있는 구절이다.

"하나님나라의 사명은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인정하지만 그 사명의 사회적 차원을 위한 자리가 무엇보다도 세상에 대한 증인으로서의 교회 안에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276쪽)

스캇 맥나이트는 하나님나라의 사명이 곧 교회의 사명이라고 설명하면서 교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사와 권세에 맞서는 일은 무엇보다도 이 세상 악한 제도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물들지 않은 지역 교회 안에서 드러나야 한다"(282쪽)고 말한다. 이런 저자의 생각은 세상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기독교인의 시선을 교회에만 국한하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교회 밖에는 하나님나라가 없다

그러나 그는 교회에서 먼저 평화로운 교제를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가 평화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가난'을 위해 활동하지만 교회 안 '가난한 이'가 고통을 당하거나 불편을 느낀다면 오히려 우리가 정의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교회가 사회정의에 관심 갖기 전에, 충분한 실험과 실재가 구현되고 사회로 뻗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 전도, 예배, 교리 전수, 교제, 교화, 제자도가 교회에서 이뤄져야 하는 일이고, 지역 교회를 하나님나라의 일이 발생하고 행해질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지칭한다. 정장 바지 스타일을 지지하며 논지를 끌고 가는 저자는 스키니 진 지지자에게 과감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 <하나님나라의 비밀>(새물결플러스)은 하나님나라를 보는 두 가지 관점을 풀이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나는 개인 구원을 중시하는 '정장 바지 스타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스키니 진 스타일'이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저자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느냐", "하나님나라 백성들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느냐", "어떤 정책이 최상이냐" 같은 질문은 부차적인 것이다. 하나님나라 백성을 꿈꾸는 기독인에게는 "왕이신 예수 아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십자가와 이웃 사랑이 소유의 세계 안으로 침투해 들어오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311쪽)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국가정책이 바뀌거나, 또는 좋은 정치가가 뽑히면 세상에 하나님나라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약자를 중심에 두는 사회 복음과 해방신학의 역할을 긍정하지만, 사회변혁을 이루어 내고자 하는 욕망을 '콘스탄티누스의 유혹'이라 규정한다.

기독인들이 자신의 싸움을 수행하기 위해 국가의 힘을 사용하고, 성서의 가르침을 합법화하고, 그 가르침의 적용 범위를 넓히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365쪽)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세우러 온 것이지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혹은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온 게 아니라고 못 박는다.

스캇 맥나이트가 제시한 시각은 정장 바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스키니 진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관점을 시사한다. 어느 쪽에 서 있든지 하나님나라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편다면, 분명 그동안 생각 못했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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