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에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는 '교회'라는 울타리에 함께 있지만 그곳의 생리나 목회자, 성도들의 생각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먹거리를 판매하며 도농을 잇는 '생명의망'에서 농촌 교회에서 만난 목사들의 이야기를 보내왔습니다. - 편집자 주

김재철 목사는 신대원 시절 목회란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난한 자가 누구인지 물었다.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농촌과 농민이었다. 그는 농촌에서 목회하기로 결심했고 농민교회에서 첫 목회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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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교회 5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김재철 목사. 벌써 1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농민교회는 그에게 첫 사역지다. 젊음의 열정과 소명, 부푼 기대를 가지고 이곳에서 첫 목회를 시작했다.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성도들의 마음은 닫혀있었고 마을 주민들의 눈총은 따가웠다. 목회자의 잦은 인사이동 때문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김 목사를 보며 자주 물었다.

"언제 떠날 껴?"

김 목사는 그들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다짐과 소명의 마음을 담아 어르신들께 답했다.

"저 안 갑니다. 저 이곳에서 평생 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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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교회 성도들도, 마을 주민들도 김 목사와 교회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았다. 김 목사는 이들의 상처를 바라보며 교회 안의 목회보다 삶으로 살아 내는 목회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들의 필요를 찾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장날 차량 운행'이었다. 김 목사는 노인들이 장터에 나가 장 보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고 차량 운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을에 장례가 나면 함께 슬퍼했고 위로했다. 마을과 성도들을 섬기는 김 목사의 행동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는 수년간 조용히 마을을 섬겼다.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성탄절이 되면 교회 앞에 선물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김 목사는 어르신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첫 목회지인 이곳에서 목사를 넘어 마을 주민으로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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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교회는 1989년 개척되었다. 생명, 영성, 공동체를 모토(motto)로 농민과 함께하는 교회, 가난한 자와 함께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 목사는 말한다.

"농민교회는 생명 살림 공동체입니다. 땅과 자연, 사람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입니다. 저희 교회 성도들은 생명 살림의 관점에서 농사를 지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땅을 살리려는 신앙인들이 함께 예수의 길을 따르고 있습니다."

작년엔 농민 교회 성도들 중 일곱 가정이 뜻을 모아 '땅이랑영농조합'을 설립해 보다 체계적인 생명 농업과 농가,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다.

16년 전 김 목사가 부임했을 당시 대다수의 성도가 노인이었다. 현재는 처음과 사뭇 다르다. 이젠 젊은 성도들이 더 많다. 5년 전부터 귀농, 귀촌의 발걸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등록 가정은 열다섯 가정이다. 그중 귀농 가정이 일곱 가정이다. 보기 드문 농촌 교회의 성장이다. 성장 이면엔 한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김 목사의 소명과 믿음, 섬김과 자비의 헌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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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목사에게 교회란 무엇일까? 김 목사는 말한다.

"교회는 생명을 살리는 곳입니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삶으로 살아 내는 모임이 교회입니다. 예수님처럼 낮아지는 섬김과 사랑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 교회라 생각합니다. 머리를 넘어 몸으로 살아 내야 합니다. '예수 믿으세요'라는 말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예수를 전하는 말 안에 삶이 배어있는 것입니다. 농민교회와 제 자신의 삶 역시 이와 같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 목사에게 목회란 더불어 함께 걸어가는 여정으로의 삶이다. 그의 말처럼 함께 걷는 여정은 느리다. 빨리 가는 사람도 있고 늦게 가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함께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선 영성과 인내,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는 말한다.

"혼자 거룩해지는 것보다 함께 거룩해지는 것이 참 거룩이라 믿습니다. 함께 거룩해지기 위해 함께 걷는 것, 함께 걷기 위해 인내하고 배려하며 기다리는 것, 그 모든 것이 목회라 생각합니다."

▲ 김 목사는 농민교회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교회가 아닌 작은 등불과 같이 자신의 몫을 묵묵히 감당하는 교회로 있어주기를 바란다.

김 목사에 농민교회의 비전을 물었다.

"거창한 것은 없습니다. 작은 등불과 같은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묵묵히 주어진 자리를 지키며 삶으로 살아 내는 교회. 프로그램과 사업, 유행을 따라가는 교회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붙드는 교회. 함께할 사람들을 기다리며 누군가의 등불이 되어 줄 수 있는 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농촌 교회와 도시 교회가 하나되어 펼치는 생명 운동 '생명의망'과 함께하는 농촌교회 이야기입니다. 생명의 먹을거리도 구입하시고 농촌 교회도 도우세요. 

*생명의망 농수산물 나눔터: www.lifenet.kr

*생명의망 블로그: blog.naver.com/good_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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