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클럽 사장 백종범 목사는 매주 월요일,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을 기독교인에게 개방한다. 홍대 클럽 스테이라운지는 매주 월요일마다 '먼데이 크리스찬 클럽'이 열리는 장소로 바뀐다. 백 목사는 대중문화와 기독교문화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목사가 홍대에서 클럽을 운영한다. 그것도 세 곳이나. 목사가 클럽 주인이라니? 주말 저녁에는 클럽에 있을지 교회에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력을 보니 더 재밌다. '지저스밴드'라는 락 그룹에서 베이스 주자로 활동하던 '순복음교회' 출신 목회자다.

홍대 클럽 스테이라운지(stay.round.GEE) 대표 백종범 목사 이야기다. 클럽 사장과 목사, 메탈 밴드와 순복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데 어쩌다 이런 경력을 지니게 됐을까. 백 목사를 2월 22일 만났다. 공손한 인사 대신 힙합식 인사를 건넨다.

백 목사가 추구하는 건 대중문화와 기독교문화 간 접점을 찾는 것이다. 교회 문화도 알고, 대중문화도 아는 백 목사는 교회 건물에 갇혀 있는 사역자들과 교인들을 클럽으로 데려오기 위해 애를 썼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먼데이 크리스찬 클럽'이 대표적이다.

매주 월요일은 클럽 휴일이다. 주말에 열심히 영업한 클럽들이 쉬는 날이다. 마침 목회자들도 월요일에 쉰다. 주말에 사역하고 휴식한다. 백종범 목사는 이 점에 착안했다. 사역자들이 마음 편히 공연 보러 올 수 있는 날이자, 클럽 운영에 지장 받지 않는 월요일에 클럽을 개방했다.

백종범 목사는 "교회 밖 사람들과 접점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 대중들은 맥주 한 잔 마시며 좋은 공연 보고 싶어 하는데, 교회 사람들은 다소 무겁게 생각한다. 교인들이 클럽에 와서 공연도 보면서 대중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2월 22일 먼데이 크리스찬 클럽에는 디제잉 워십을 하는 'DJ 진호'가 왔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EDM 장르 찬양이었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좋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마침 이날은 'DJ 진호'를 섭외했다. 지난해 IVF 전국리더대회에서 디제잉 워십을 해 유명세를 치른 이다. 무대에서는 한진호 씨가 편곡한 EDM 버전의 찬양이 울려 퍼졌고, 뒤에서는 백 목사가 휘황찬란한 조명을 컨트롤했다. 참석자들은 들썩였다.

흥겨운 40분간의 공연을 마치고 이어진 토론 시간, 한 씨는 "교회가 소비하는 문화라고 해 봐야 기껏 연예인 불러 놓고 간증이나 찬양 듣는 수준이다. 나도 지방 공연에 가면 '예배하러 온다'는 인식보다는 '서울에서 DJ가 우리 교회에 온다'는 인식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교회가 문화에 별 관심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찬양 안 하던 사람들이 찬양하고, 반응 안 하던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 은혜 아닐까요?" 한진호 씨의 말은 백종범 목사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속된 세상과 거룩한 하나님을 분리해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백종범 목사는 먼데이 크리스찬 클럽을 좀 더 확장할 생각이다. 4월에는 싱어송라이터, 5월에는 힙합 특집 같은 무대를 보여 줄 생각이다. 월요일에만 국한하던 클럽 개방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대중문화와의 타협, 대중문화로의 종속으로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백종범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대중문화를 많이 접하고 알아서, 교회와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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