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개성공단이 폐쇄된 후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한반도 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거론하자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까지 빨아들이는 소용돌이가 됐다.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평통기연, 상임공동대표 박종화⋅손인웅⋅이규학⋅이영훈⋅홍정길)가 정세를 진단하는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남북 관계 경색, 한국교회 역할은?'이라는 주제로 통일코리아 배기찬 이사장,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서보혁 박사, 일산은혜교회 강경민 목사,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참여했다.

▲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는 2월 19일 서울 효창교회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비판하고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무력 통일보다 평화 공존 모색해야

배기찬 이사장은 개성공단의 폐쇄 및 각종 대북제재법이 실제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행해진 각종 지원과 개성공단에 들어간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됐다는 정부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재원이 풍부한 두 대통령 때 핵실험이 집중돼야 하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무력 압박 일변도인 정부의 대북 정책도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보다 통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데, 평화통일이 아닌 무력과 고립, 압박에 의한 통일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미국 편을 들다 중국 심기를 건드렸고 이를 반중 정책으로 이해한 중국이 북한 편을 드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한반도가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처럼 지루한 싸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기찬 이사장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이참에 북한을 쓸어버리자며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 기독교인들은 전쟁의 위험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족 전체의 흥망을 고려할 때 안보가 가장 중요한데 안보의 핵심은 '전쟁 방지'라고 하며 발제를 마쳤다.

이어 발언한 서보혁 박사도 배 이사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남한과 북한, 미국과 일본 모두 대화와 압박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포기하고 군사적인 압박만 강행할 경우 한반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안위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 프레임을 이용하는 현상을 '분단 폭력'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현 정권은 민족 생존과 안보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눈속임에 불과하고 분단 기득권 세력을 유지⋅장기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는 한반도에 통일이 도래해야 하지만 무력에 의한 통일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현 상황으로 볼 때 상호 체재를 존중하고 남과 북이 적극적으로 이해⋅교류⋅협력하고 평화 속에서 공존하는 모습도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정세에 대한 진단과 논평이 끝나고 한국교회가 취해야 할 자세를 강경민 목사가 발표했다. 강 목사는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그동안 80% 이상의 보수주의 한국교회는 반공 이념에 사로잡혀 평화통일보다는 무력에 의한 통일을 응원해 왔다고 지적했다.

강 목사는 앞으로 한국교회가 좌우 이념 갈등을 통합적이고 창조적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 이념을 곧 성서적 가치와 동일시했던 우상을 타파하고 예수님의 가르침이 오롯이 깃들어 있는 희년 정신 가득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잘못된 처방이었던 개성공단 폐쇄가 속히 번복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에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 달라고 주문했다.

▲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통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민주화 운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젊은 기독교인들이 올해 총선, 내년 대선에서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모든 발제와 논평이 끝난 후 이만열 교수가 총평을 했다. 이만열 교수는 80년대 초 진보 교회들이 통일 운동을 주도했는데 그 배경에는 인권⋅민주화 운동이 있었다고 했다. 분단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군사정권의 안보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통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민주화 운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통일에 이를 수 없다고 봤다. 분단을 옹호하는 세력 대신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세력이 민주화 운동으로 정권을 잡게 된다면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젊은 기독인들에게 올해 총선, 내년 대선에 큰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남북 관계, 큰 틀에서 이해하자

좌담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이때 배기찬 이사장은 한국교회가 사실 확인에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현 상황을 놓고 한국교회가 분열되고 있는데, 의견을 표명하기 전 사실 확인이라도 제대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 현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남북 교류 협력이 북한 핵 개발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사탄의 핵심은 거짓이라며 거짓말하는 사람은 악의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진실이 뭔지 먼저 알고 비판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보혁 박사도 북한 핵 개발은 남북 관계만이 아닌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관련이 있는데 포괄적으로 사안을 봐야 한다고 했다. 서 박사는 "모든 문제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북한을 일방적으로 미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반공⋅반북을 이야기하면서 미국만 좋아하는 것도 일종의 우상숭배"라고 했다.

평통기연은 앞으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총체적 인식과 입장을 정리해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돌아오는 총선에서 전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들과 정당에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 묻고 희망 후보자를 선정하는 총선 매니페스토 운동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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