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는 북측이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을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4년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으로 개성공단에 체류한 김진향 교수(한국과학기술원)는 "임금의 30%는 사회문화시책기금(무상교육, 무상 의료 등의 세무 비용)으로 공제하고, 나머지 70%는 근로자에게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할 말이 많았다. 늦은 오후에 시작한 대담은 4시간 가까이 이어져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개성공단에서 시작된 대화였지만 주제는 종횡무진 이리저리 넘나들었다. 현 정부의 노선 실책을 비판하는 부분에선 안타까움과 함께 목소리도 높아졌다. 개성공단의 희망을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반짝였다.

"개성공단에 투자된 돈이 1조 2,000억인데 이게 전부 무용지물이 되고, 입주 기업들 대부분 망하게 생겼다. 당장 경제도 문제지만 이번 개성공단 중단은 역사적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으로 개성공단에 체류했던 김진향 교수(한국과학기술원)의 일갈이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남북관계국장, 한반도평화체제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2008년에는 개성공단으로 들어가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으로 기업 관련 협상과 업무 등을 담당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공단 사람들>(2015·내일을여는책) 출판을 기획 총괄했다.

대화는 미래나눔재단 윤환철 사무총장이 이끌었다. 윤 국장은 한반도평화연구원 사무국장과 남북나눔 교육국장 등을 역임하며 통일 분야에 몸담아 왔다. 지난 2월 11일부터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월 16일 <뉴스앤조이> 사무실에서 진행된 대담을 지상으로 중계한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역사에 남긴 평화적 산물이다. 2000년 8월에 공단 개발에 합의하고 2003년 6월 개성공단 1단계(100만 평) 개발에 착공했다. 2005년 24개 기업에 분양을 완료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5년 11월 말 기준으로 124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북측 근로자 5만 4,000여 명이 개성공단에서 일하였다. 누적 생산액은 31.8억 달러(약 4조 원)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개성공단은 기업에 경제적 부만 안겨 주는 곳이 아니다. 한반도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의 공단이고, 매일매일 작은 통일의 사례들이 축적·발현되는 기적의 공간이다. 그런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행정구역상 황해북도 개성시에 있는 개성공단은 서울 은평구에서 차로 1시간 거리다. 북한의 군사 요충지였던 곳에 공단이 들어섰다. 전쟁 무기가 즐비하던 곳에 공장이 들어선 셈이다. 말 그대로 남북 평화의 교두보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이유로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내렸다.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남북 간에 냉기류가 형성됐다. 결국 개성공단은 6개월 동안 중단됐다.

노무현 대통령 "개성공단 남북 근로자, 민족의 평화 역사 만드는 일꾼"

윤환철 사무총장(이하 윤환철) / 정부가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내렸다. 남북 당국은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개성공단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 달라.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진향 교수(이하 김진향) / 개성공단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대북 평화 정책의 일환이다. 개성공단은 남북이 합의했다고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미국의 반대 등 난제들을 뚫고 남북의 '평화를 위한 경제', '경제를 위한 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추진한 것이다.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2003~2007년, 그 시절은 참으로 좋았다. 2007년 10·4 선언 시기가 개성공단이 가장 정점에 있었던 시기로 평가될 것이다. 그 시절 개성공단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돈도 돈이지만, 시범 단지 17개 회사들의 자긍심이 매우 컸다. 대통령도 정부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니까 살맛 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기업들은 개성공단을 남북 평화의 상징, 교두보로 인식하고,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주는 곳으로 공히 인식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2007년 10·4 선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개성공단을 전격 방문, 남북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그 자리에서 "여러분들은 민족의 평화를 만드는 역사의 일꾼"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남·북측 근로자들 모두 자긍심과 자부심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다.

개성공단은 평화와 경제 번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곳이었다. 대한민국 전체 경제의 관점에서 개성공단은 우리가 1을 투자하면 30(GDP 기준)을 가져오는 곳이다. 이것을 잘 모르는 언론은 우리가 북측에 퍼 줬다고 왜곡 보도한다. 사실은 우리가 엄청나게 많이 퍼 오는 곳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가장 돈을 많이 번 기업들은 실은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아닌, 개성공단에 하청을 주는 남측의 원청 기업, 즉 중견 기업, 대기업들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거의 영세 중소기업들이지만 개성공단 12년 역사 속에서 단 한 기업도 부도난 기업이 없다. 기독교 기업 신원에벤에셀은 워크아웃을 받은 뒤 개성공단에 입주했다가, 1년 만에 되살아났다.

윤환철 / 북한 근로자들의 기술 숙련도는 어느 수준인가.

김진향 / 처음부터 숙련공은 없다. 전문성을 가진 근로자들이 일부 들어오지만 대부분 기업에 와서 배우면서 숙련공이 되어 간다. 기술 습득 수준이 높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이직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까 대부분 숙련공이 된다.

윤환철 / 정부는 우리 기업이 낸 임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국정 연설에서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향 / 개성공단 임금 지급 체계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마디로 기만, 왜곡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제대로 알지 못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관계자들도 사실 잘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뉴스 듣고 참 안타까웠다. 기본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측 근로자 1인당 기본임금이 72달러고 여기에 연장, 야간, 특근 등을 해서 실지로 받는 월평균 임금이 약 150~180달러 내외다. 그중 30%를 사회문화시책기금(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세무비용)으로 공제하고 나머지 70%가 북측 근로자들 몫이다.

근로자들은 주로 이 70%를 돈으로 받지 않고 한 달간 살아갈 쌀 등의 식료품과 각종 가족들 생필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공급권을 신청한다. 국정 가격으로 공급받는 상품공급권을 가지고 개성 시내에 있는 상품공급소에 가서 식·부자재와 각종 생필품들과 교환하는 것이다.

북측은 국가 계획경제이기 때문에 국가 공급이 기본이다. 국정 가격과 장마당 가격은 그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북측 근로자들은 임금의 대부분을 한 달간 식료품과 생필품 구입에 대부분 사용한다. 나머지 일부를 북측 돈인 조선 원으로 받아서 활용한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상품공급권으로 이용하는 전용 상품공급소가 개성 시내에 10여 군데 있다. 쌀, 옥수수, 밀가루 등의 식료품과 각종 생필품 등을 상품공급권으로 갖고 가서 교환한다. 국정 가격으로 싸게 공급받는 것이다.

북한도 국제 정세 영향을 받는다. 지난 2009년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한 적 있다. 북측이 협상을 제의해 왔다. 당시의 임금 수준으로 쌀을 못 사니 임금 대신 쌀로 달라고 했다. 우리가 못 들어줬다. 결국 그들은 그 돈으로 중국인민군대가 묵혀 둔 5년 된 군량미나마 구매해서 공급했던 것으로 안다. 기존 수준의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쌀은 그런 것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말은 북측 당국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별도로 전용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측 근로자들 임금을 국가가 전용해서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든다는 건 참으로 거리감이 있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너무 모르는 이야기다. 그렇게 그냥 주장하고 마는 것이다.

2014년 1년 기준으로 개성공단을 통해 북에 들어간 돈(임금, 세금 등)은 900억 원 수준이다. 반면 우리는 그곳에서 GDP기준으로 30억 달러를 생산해 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개성공단만한 곳은 없다. 오죽했으면 개성공단에서 돈을 못 벌면 기업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겠는가.

개성공단은 평화 공단으로 불린다. 기존에 개성공단 위치에 있던 북한 2개 사단(1개 보병사단, 1개 기갑사단) 1개 포병연대, 약 6만 명의 군인과 군사시설이 북측으로 5~10Km 이상 후퇴했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정치 군사적 위기가 고조될 때 마지막 충돌을 막아 내는 군사 안보적 완충장치, 안전장치, 안전핀의 역할을 해 왔다. 북측 근로자 5만 4,000명과 남한 근로자 1,000~3,000명을 놓고, 어느 누가 군사작전을 하겠는가.

▲ 대담을 이끈 미래나눔재단 윤환철 사무총장은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정책적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윤환철 / 개성공단에서 만난 북한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가.

김진향 / 처음에는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경계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기존의 무지가 부른 오해, 경계감들은 같이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우고 알게 되면서 사라진다. 즉 오해가 이해가 되면서 분단을 넘어 평화로 가는 것이다. 그들을 제대로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없다. 북한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참 순박하고, 순진하다.

우리는 남과 북이 서로의 체계와 제도가 다름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양식과 생활 규범, 가치관, 진선미의 기준 등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적대적-대립적 관점에서 모든 것을 우리 기준(체제적, 경제적, 사회 문화적)으로 비교하고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체제와 제도가 다르다는 것은 생활양식과 가치 규범 등이 거의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의 개념, 정치의 개념, 경제와 노동의 개념 등 똑같이 사용하는 단어들의 실제적 의미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상식이 북측에서는 몰상식이 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일반과 보편이 그 사회에서는 특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들은 함께 생활해 보지 않으면 거의 모르는 것들이다. 부딪혀 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다.

정신과 물질의 차이, 돈에 대한 인식의 차이 등 참으로 많이 다르다. 가치 규범이 다른 것이다. 우리는 상호주의적 주고받기(give & take)가 상식적 문화이지만, 북측 사람들은 사람간의 본질적 관계를 깨는 것으로 보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도와준다는 것은 정말 호의적으로 어떠한 대가 없이 무조건 도와준다는 의미다. 경쟁도 우리는 일반화되어 있지만 북측 사람들은 개인 간의 경쟁이 우리처럼 심하지 않다. 노동의 강도도 사실 사회주의 노동의 강도는 우리들보다 많이 약하다.

사랑의 의미도 다소 차이가 있다. 북측에서는 사랑이라고 하면 그것은 주로 국가나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한다. 남녀 간의 사랑은 주로 좋아한다고 하지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에 어색해한다. 그래서 남측 사람들이 사랑을 너무 남발한다고 한다.

문화 차이도 있다. 2009년경인가 남측 주재원이 머리 염색을 한 것을 보고 정말 정색하면서 "미친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을 봤다. 몇 년 전부터는 북측 사람들도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똑같다. 처음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나중에는 끄덕끄덕한다. 일단 대화가 되고 하니 친해지는 것은 너무 쉽다.

개성공단은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위기도 겪었다. 개성공단 관련 예산이 동결되거나 축소되고 예정된 사업도 취소됐다.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 황금기는 2003년~2007년이었다. 2008년 이후 남북 당국 간 관계가 대립되면서 개성공단도 비정상화되었다"고 말한다.

보수 정권 집권 이후 애물단지로 전락

윤환철 / 이명박 정부 이후 개성공단도 여러 변화를 겪은 것으로 안다.

김진향 /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성공단은 위기를 맞았다. 앞서 2007년 12월 27일 남북 합의하에 개성공단에 북측 근로자를 위한 숙소를 짓기로 한 적 있다. 북측이 부지와 건설 인구를 대고, 남측이 건설 기자재를 넣어 3~5만 수용 가능한 기숙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이 합의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우리 측에 의해 없던 일로 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기숙사 만들면 안 된다. 노동자들 모아 놓으면 데모한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가 신문을 보고 한마디하더라. "공화국에는 데모란 개념이 없다.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발언이냐?" 이명박 정부 초대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선언을 했다. 또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 없이 개성공단 한 발짝도 못나간다"고 선언했다.

정세는 불안했지만, 사실 기업들은 개성공단만은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도 경제와 산업이고 사업이니까 당연히 별일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MB정부는 개성공단을 닫으려고 했다. 실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닫았을 경우 그것이 야기할 경제적, 정치적 파장에 대해 비밀리에 연구 용역을 주고 추진한 적도 있다.

보수 정권에서 개성공단은 애물단지였다. 당시 개성공단을 중단하려 했던 것은 정부만의 의지로 보이지 않는다. 미국도 최초부터 개성공단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미국의 대북 경제봉쇄 관점에서 보면, 개성공단은 파열구가 될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사업처럼.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다.
개성공단에 대한 이해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가 개성공단에 대해 얼마나 잘못 인식하고 있는지 한 가지의 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개성공단에 있는 남측 주재원들이 가장 힘든 게 가족들의 걱정이다.

무슨 일만 있으면 억류, 인질설이 언론을 장식한다. 자신들이 개성공단에서 안전하게 잘 생활하고 있음을 자신의 아내조차 설득시키지 못하는 게 인식의 간극이다. 다시 말해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주재원들은 자신들이 억류, 인질화될 가능성을 거의 부정하는 데 반해 자기의 아내와 가족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위성 쏜다고 북한이 제재한 적 있나"

▲ 김 교수는 북한이 돈을 벌 목적으로 개성공단 사업에 참여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북한이 돈을 벌 목적이었다면 북-중 국경 지역으로 근로자들을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진향 / 최초 개성공단 만들 때 우리 정부는 북측 근로자들의 기본임금을 월 200달러 정도로 책정했다. 해외 공단들을 돌아보고 내린 적정 임금수준이었다. 북한이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해 올 줄 알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격적으로 50달러로 하자고 제안했다. 북측이 개성공단을 하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는 본질이 여기서 잘 나타나 있다.

또 북측이 돈을 벌려는 목적이었다면, 북측은 개성공단보다 임금이 4배 이상 되는 북-중 국경 지역의 중국기업소에 북측 근로자들을 송출했을 것이다. 지금 북-중 국경 지대에는 북측 근로자들 전용 공단이 수십 개다. 북측의 인력 송출 규모가 상당하다.

우리 국민들은 북측이 왜 개성공단을 하고자 했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그들에게 개성공단은 남북 평화의 제도화, 민족경제의 공동 번영 등 여러 가치가 있다. 돈이 주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환철 / 정부는 모든 책임을 북한에 묻고 있다.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도 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다.

김진향 / 북한이 쏜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처음부터 위성이었다. 우리가 '나로호' 쐈을 때, 북한이 개성공단 제재 조치한 적 있었는가. 개성공단 임금은 소위 말하는 북측의 핵과 미사일 자금으로 전용되는 공간이 아니다.

윤환철 /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정책적 실패로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김진향 / 개성공단의 본질적 가치, 실체적 의미에 대한 무지가 부른 완벽한 정책 실패다. 개성공단의 평화적, 경제적 가치에 대한 무지, 향후 남북 평화와 통일로 가는 상징적 공업지구로서의 모든 가치들을 무시한 처사다. 또한 그곳에 입주한 124개 입주 기업과 남측의 관련 협력 업체 5,000여 개사, 12만 근로자들의 일자리 등에 대한 무책임이 부른 정책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평화 두 축을 담당해 온 개성공단이 폐쇄됐다. 당장 한국 측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북측이 받는 제재나 타격보다 우리 기업들이 받는 타격과 손실이 너무 크다. 사실상 북측은 거의 손해 볼 것이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저성장에 빠져 있다. 11~12개월째 수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 김진향 교수는 개성공단 사업을 계획으로 진행했다면, 연 3,000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개성공단 계획대로 갔다면 연 3,000억 달러도 가능"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많은 변수를 낳았다. 한국 기업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대부분 한계 기업들이기에 70%는 부도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김 교수는 당초 예정대로 개성공단 사업이 진행됐다면, 지금 규모보다 50배 이상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환철 / 개성공단이 정세에 휘둘리지 않고, 계획대로 유지됐다면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김진향 / 원래 플랜대로라면 2012년까지 공단 800만 평에 배후 도시 1,200만 평을 만들어야 한다. 이 규모는 창원 공단과 창원시를 합친 규모에 해당한다. 50만 명이 사는 대규모 도시다. 제조 기업만 최소 3,000개, 영업소까지 합치면 수만 개나 된다. 최소 연 2,000~3,000억 달러의 물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상상 이상의 평화와 번영의 길이 마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2008년 기존 계획이 동결되면서 더 크게 키우지 못했다.

윤환철 / 만일 이 정도 돈이 된다면 전쟁도 쉽게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다.

김진향 / 이게 바로 평화 경제의 본질이고 우월성이다. 실제로 돈뿐 아니라 고용 효과, 연관 산업이 엄청나다. 예를 들어 124개 기업에는 남측 3,000~5,000개 협력 업체가 달라붙어 있다. 개성공단이 애초 계획대로 최소 3,000개 이상의 기업이 들어가고, 수만 개의 영업소가 만들어지면 남측의 협력 업체, 그곳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아마도 수만 개 기업에 수십만 명의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으로 하여 살아갔을 것이다. 즉 폭발하는 남북 평화 경제의 산증인으로서 세계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윤환철 / 개성공단을 통해 우리 기업도 상당한 이득을 봤는데,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김진향 / '의도'가 있다고 본다. 분단 체제가 심화되면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정부가) 좋은 이야기는 가리고, 부정적인 것만 취급한 것이다. 개성공단에 들어간 돈이 1조 2,000억이나 되는데 무용지물이 되게 생겼다. 이번 개성공단 폐쇄는 역사적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6일 국회 국정 연설에서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다닐 수 없다. 과거처럼 북한 도발에 굴복해 퍼 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음 날 주요 언론은 정부의 대북 정책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

주한미국대사와 CIA 지부장 등을 지낸 미국 도널드 그레그는 미국 첩보 활동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실패로 북한을 지목했다. 공작과 비밀 작전이 통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북한과 가장 근접해 있는 우리 역시 북한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윤환철 / 북한학자로서 개성공단에서 4년간 몸담고 계셨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는데,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북한은 어떤 곳인가.

김진향 / 북한 자체가 우리에게 있어서 총체적 무지의 대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북한을 모르지만, 정작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저것들은 같은 민족도 아니야'. '나 먹고살기 바쁜데' 이런 생각을 한다. 만일 먹고사는 문제가 (북한과) 직결되고, 통일과 평화 문제가 긍정적으로 이 사회에 작동하고 있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북한을 모르는 수준은 '재앙'에 가깝다. 우리 사회는 총체적 북맹(北盲)이라고 보면 된다. 왜? 적대적 분단 체제가 결국 북한에 대한 구조적 무지를 만든다. 적이니까. 북한학도 이미 과학, 학문이 아니고 정치의 영역일 뿐이다. 진실과 사실은 가려져 있다. 북을 알아야 한다. 알아야 평화고, 통일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얼마나 알 것 같은가. 전 주한미국대사 도널드 그레그의 회고록을 보면 미국 역사상 철저하게 정보 네트워킹에 실패한 나라가 북한이라고 나온다. 도널드 그레그는 CIA 지부장에 있을 때 새로운 사실 하나도 얻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사실 북한을 모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집단주의 체제다. 이 두 가지를 압도하는 하나의 특징이 있다. 바로 군사 국가, 전쟁 국가라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단 하루도 미국과의 전쟁을 쉬어 본 적 없다. 전쟁 국가는 국가의 모든 내용을 정보화한다. 군사전략 차원에서 모든 것을 가리면서 취급한다.

▲ 김 교수는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 관계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윤환철 / 앞으로 한반도 평화 구도는 어떻게 흘러갈 것 같은가.

김진향 / 북한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 수소폭탄 실험은 '이래도 협상 테이블로 안 나올 거야? 정말 안 나올 거야?'라는 대미 압박용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곧 평화협정이다. 그러나 미국은 전략적으로 북한을 회피하고 있다. 한반도에 일상적 군사적 긴장을 고착시켜야 자국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 관계의 정상화다. 지금도 미국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는 미국이 유일하게 핵 선제공격할 수 있는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 간의 적대적 관계가 본질이고, 북핵 문제 해법의 본질은 북미 관계의 정상화다. 형식상으로는 현재의 휴전협정, 즉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맺는 것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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