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주개혁교회(CRC) 소속 김범수 목사(시애틀드림교회)가 '오정현 목사 임시설교권 얻었을 뿐 강도사 아니었다'를 보충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 편집자 주

북미주개혁교회에는 강도사가 없다. 장로교와 개혁교회는 한 뿌리에서 발생한 같은 교파이므로 개혁교회 교단은 한국의 많은 장로교단과는 형제 관계에 있다. 특히 미국 미시건 주에 본부를 둔 북미주개혁교회(CRC)는 비록 한국에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오래 전부터 총신대학교와 고신대학교 건립을 후원하면서 칼빈신학교를 통해 수많은 훌륭한 개혁주의 학자와 교수들을 배출함으로써 한국교회 발전과 성숙에 적지 않게 기여해 왔다.

이렇듯 한국교회를 뒤에서 후원해 오던 CRC가 2016년 들어 갑자기 한국교회와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오정현 목사의 안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이 의혹에 대해, 오정현 목사 측은 당시 출석하던 CRC 소속 LA의 오렌지한인교회를 통해 강도사가 되었고, 이것이 근거가 되어 PCA(미국장로교단) 노회에서 안수받았으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장로교회와 개혁교회는 목사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는 공통점이 있음에도 그 안수 절차와 과정이 매우 다르다. 신학교 졸업 후 강도사 시험을 거쳐 일 년을 지낸 뒤에 다시 목사 고시를 통과하여 목사로 안수받는 것이 한국 장로교회 제도다. 그러나 CRC에는 이런 '강도사 인허 제도'가 없다. 아니 한국적 의미의 강도사 혹은 준목사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 혹은 다른 미국 장로교단에서 쓰는 제도와 용어로 CRC 제도를 이해하려는 데서 혼란이 시작된다.

문제가 된 교회 헌법 43조는 'License to Exhort'에 관한 규정이다. 이것은 강도권과는 성격이 다르다. 교단 헌법은 이런 혼동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목회자 후보생에게 부여하는 'Preaching License'와는 구별된 전문용어인 'License to Exhort'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로써 43조의 설교권이 정식으로 안수받은 설교자가 갖는 소위 '강도권'이 아니라 목회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어지는 임시적이고 제한적인 성격임을 분명히 했다.

이 두 가지 모두를 강도권으로 뭉뚱그려 이해할 때 문제가 생겼다. CRC 헌법 체계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노회에서 평신도에게 한시적으로 허락한 설교권인 43조의 'License to Exhort for a limited period of time'을 '임시설교권'으로 번역하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CRC 헌법은 해당 교단에서 이해하고 사용하는 대로 활용해야 한다. 형제처럼 비슷한 이웃 장로교나 다른 교단의 법체계와도 차이가 있다. 목사 안수에 대해 살필 때는 우선 이런 특징과 간격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안수 제도의 간극은 과거 오정현 목사가 CRC에서 미국장로교단인 PCA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 과연 당사자가 이 간격을 이해하여 두 제도의 지향점을 따라 좋은 방향으로 엄격하게 적용했는지, 혹은 틈새를 이용하여 편법으로 쉬운 길을 택하려고 혼동될 만한 용어를 일부러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가 속한 CRC에서 목사 안수 과정이 오해되지 않도록 소명할 뿐이다. 그러나 아무리 거듭 확인해도 CRC에는 한국 장로교와 같은 의미의 강도사 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오정현 목사의 안수 의혹에 대해 거론할 때 CRC에 관련해서, 특히 교회 헌법 43조를 인용하면서는 강도권이나 강도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혼란과 오해가 걷힐 수 있다.

나는 나의 앞의 칼럼에서 오정현 목사가 CRC 목사인 적이 없었다는 CRC 교단대표의 확인이 어떠한 의미인지 말했으므로 여기서는 가장 문제가 된 43조 임시설교권에 대해 설명하겠다.

한국 장로교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교회가 CRC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CRC 고유의 정치와 제도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한다. CRC는 불문법 전통의 영향을 받아 교회 헌법이 간결하고 설명이 단순하다. 헌법에 적힌 대로 문자적으로 법리 해석을 하기보다는 개혁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개혁교회 헌법 원리에 따라 교단 내부에서 관습적으로 동의한 내부 방침에 의해 헌법 조문을 이해하고 적용한다. 그래서 교단 내 사역자들은 헌법과 함께 헌법을 해석하는 주석, 그리고 사역자 매뉴얼을 참고하며 헌법 해석의 지침으로 활용한다.

이 지점에서 미국 내 다른 교단이나 심지어 신학적인 입장이 매우 가까운 미국 장로교단들과도 차별된 CRC만의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이런 독특한 문화 탓에 교단 내부에서 이런 문화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면 CRC에서 헌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 교단 외부에서는 잘 이해하기 힘들다.

문제가 된 43조는 한 교회의 강단이 비어서 설교자가 없을 경우에, 자격을 갖춘 목회자가 부임하기 전까지 평신도에게 임시로 설교하도록 노회의 재량으로 허락해 준 '임시설교권'이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주어지는 한시적이고 임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더욱이 이는 해당 노회에서만 인정한 것이지 심지어 CRC 내 다른 노회에서는 효력이 없다.

게다가 이 조항은 장차 목사가 되려는 사람에게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 목사가 되려면 반드시 6조, 8조, 23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교단에서는 상식과 같은 내용이다. 해당 노회에서 제한적으로 부여한 임시설교권인 43조를 근거로 목사가 되려고 시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에 대해 교단 내에는 아무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결론은 분명하다.

1. CRC에 강도사 제도가 있는가? 없다.
2. 노회에서 받은 임시설교권을 근거로 목사가 될 수 있는가? 없다.
3. 임시설교권을 다른 교단으로 가져갈 수 있는가? 없다.

이 정도면 CRC에서 정한 목사 안수 자격과 과정, 그리고 임시설교권의 성격과 한계가 명확히 이해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 나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CRC에서는 해당 년도 노회록을 공개하였고 교단대표가 직접 서면 확인까지 해 주었다.

이제 공은 오정현 목사를 안수한 PCA 노회에 넘어간다. 과연 그가 CRC 임시설교권으로 강도사를 사칭했는지, 실수로 오해했는지, 노회는 알았는데 고의적으로 이용한 것인지, 혹은 몰랐는지. 모든 남은 의혹은 PCA에서 털어 주어야 한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솔직하게 인정하고 해명하면 모든 사람이 납득하고 진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범수 / 시애틀드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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