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월 10일 개성공단에 있는 모든 인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교계는 정부가 남북간 최후 보루를 끊었다며 비판하고, 남북 관계 회복을 위해 폐쇄 조치를 철회하라고 했다. 교계의 우려대로, 북한은 2월 11일 공단의 모든 자산을 동결하고 군 병력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YTN 영상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정부가 2월 10일 개성공단을 전면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교계 곳곳에서 이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 직후 교계 단체들과 북한 지원 사업 관계자들은 경제적 손실 및 남북 대화 단절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영주 총무)는 11일 정부에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철회하라는 논평을 냈다. 교회협은 이번 폐쇄 조치로 124개 기업이 1조 원가량 피해를 볼 위기에 놓였다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거라고 비판했다. 그뿐 아니라 개성공단이 남북 화해의 상징이자 현재 유일한 남북 간 교두보라는 상징성도 고려해 폐쇄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미래나눔재단 윤환철 사무총장은 11일 오전 성명서를 만들어 공개하고, 시민들의 서명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성명서에서 윤 사무국장은 박근혜 정부가 2013년 개성공단 재가동을 합의할 당시 1번 항목으로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명기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스스로 남북 관계의 신뢰를 끊어 버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윤 사무국장은 남북 관계 악화는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라며, 믿는 사람 안 믿는 사람 가릴 것 없이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남북 관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폐쇄하는 건 남북 관계를 회복시킬 단초마저 없애는 것"이라면서 기독교인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했다더라, 핵실험한다더라 이렇게 현상만 놓고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고, 왜 제재가 필요하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분석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성명서 공개 한 시간 만에 200명 가까운 이들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현재 청어람ARMC(양희송 대표)와 공동으로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 링크 바로 가기)

대북 지원 사업을 해 온 하나누리 방인성 목사는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피해가 큰 조치라고 했다. 방인성 목사는 "개성은 남북 군사분계선이 있는 곳이고, 북한군 밀집 지역임에도 우리 기업이 입주해 있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문제없이 경영 활동을 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보여 주는 곳이었는데 이를 폐쇄함으로써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한반도가 위기 상태에 들어섰다'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방 목사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전략 부재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대북 인도 지원 사업도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교계의 한 대북 지원 사업 활동가는 이명박 정부 이후로 어지간한 지원 사업은 중단된 상태였는데, 이번 정부의 공단 폐쇄 조치로 이 상태가 심화됐다고 했다. 인도 지원 사업 때문에 북측과 연락하려면 통일부에 신고해야 하는데, 허가제가 아닌데도 최근 통일부가 이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철이 다가오니 또 북한 문제를 꺼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교계 보수 단체들 지지 성명 "기업보다 안보가 우선"

교계 보수 단체들은 이번 정부의 조치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들은 공단 폐쇄에 따른 기업들의 손실이 막대하다는 데에는 공감했지만 국가 안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유만석 회장)는 11일 성명을 내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남북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고육지책이었다고 평가했다. 언론회는 지난 12년간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돈이 6,000억 원 규모인데, 이 중 상당 금액이 핵 개발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측했다. 언론회는 124개 입주 업체들의 손실과 가족들 생계 문제는 정부와 국민들이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선민네트워크(김규호 상임대표)도 11일 성명을 내고 "북한의 핵 개발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이번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지지한다"고 했다. 선민네트워크는 "피해를 당하는 기업과 국민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은 국가적으로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 하나되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국가 안보를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북한은 11일 오후 5시를 기해, 개성공단의 남측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공단 내 모든 자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이번 조치를 "파탄이자 6·15 공동선언 전면 부정"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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