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박무용 총회장) 교단이 전병욱 목사의 여교인 성추행 문제를 어떻게 치리할 것인가는 교계의 주 관심사 중 하나였다. 사회와 일반 언론에서도 전병욱 목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여러 차례 일간지와 시사 프로그램에 전 목사 문제가 보도됐고, 전병욱 목사의 이름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며칠간 올라 있기도 했다.

2010년 9월 <뉴스앤조이>가 최초로 보도한 전 목사의 성추행 기사 이후, <뉴스앤조이>에 6년간 올라온 전병욱 목사 관련 기사는 200건 가까이 된다. 지지부진한 전병욱 목사 징계 움직임을 적시하거나, 전 목사의 회개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부터는 홍대새교회와 전병욱 목사가 적극적으로 입장을 드러내면서 삼일교회와의 공방이 더욱 가열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병욱 목사에 대한 최초 판결이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7년 만에 나왔다. 2월 2일 평양노회 재판국은 전병욱 목사를 공직 정지 2년과 설교 중지(강도권) 2개월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 평양노회 재판국이 판결 결과를 공개하며 함께 밝힌 입장을 놓고 반발이 무성하다. 일부에서는 노회 재판국이 전병욱 목사 변호인 노릇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 목사가 2만 명 성도와 253억 원의 현금을 두고 교회를 떠났다고 한 점도 '세속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교계, 노회가 전병욱 목사 변호인 자처한다며 반발

6년 가까이 전병욱 목사 면직을 요구해 온 이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솜방망이 징계'다. 삼일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병욱 목사에 대한 완벽한 면죄부"라고 했다. 삼일교회 치유와공의를위한TF팀 관계자는 "<기독신문>에 올린 글이 판결문인지 전병욱 목사를 변호하는 글인지 모르겠다"며 재판국이 전 목사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했다고 했다. 삼일교회 관계자들은 이 판결에 불복, 예장합동 총회 재판국에 상소하기 위해 법리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목회자협의회 목회자윤리위원회 이름으로 전 목사의 면직을 촉구하기도 한 교계 원로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원로)는 "노회나 총회가 정치적으로 돌아가다 보니 치리가 쉽지 않다. 하나님 앞에 무서운 죄임에도 치리하지 못한다. 온정 관계나 친소 관계에서 벗어나 판결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활동 중인 신동식 목사는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전병욱 목사의 성 중독 문제인데 이 내용은 판결문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노회 재판국의 성 중독 치료비 지급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증거를 놓고 보면 논리에 안 맞는다. (논리에 안 맞는 것을) 삼일교회 박 아무개 장로 진술에 의존해 전부 뒤집으려고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재판의 불공정성과 비합리성을 짚는 시도들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욱 목사를 면직하라고 꾸준히 요구해 온 교회개혁실천연대도 2월 2일 "평양노회 재판국은 일방적으로 홍대새교회의 주장을 옹호했다"는 입장을 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평양노회 재판국이 많은 교인들의 기대와 호소를 저버리고 목사를 감싸는 데만 급급하면서 전병욱 목사의 변호인 역할을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오수경 간사(청어람ARMC)는 이번 판결문을 보며 교회 목사들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판결문 한 문장을 인용했다. "전 목사는 이 사건에 대해 윤리적, 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17여 년 동안 청년 목회를 통해 부흥시킨 2만여 명의 성도와 253억 원의 '현금'을 남겨 놓은 채 2010년 12월 경 삼일교회를 떠나 사임했다"는 부분을 보며, 교회가 교인과 재산을 권리금 취급하는 인식을 그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재판이 열리는 내내 홍대새교회 교인들은 전병욱 목사를 적극적으로 비호했다. 이들은 삼일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들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며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가리자고 했다. 김진하 목사에 따르면 이들은 "유죄 판결이 나오면 교단 탈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홍대새교회 교인들, 노회장 교회 찾아가 "무죄 안 주면 교단 탈퇴하겠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판결이 끝났으니 이제 노회 손을 떠난 문제라는 입장이다. 평양노회장 김진하 목사는 "총회를 대법원이라고 치면 파기환송해서 노회로 돌려보낸 것 아니냐. 우리가 이번에 판결했으니 다시 대법원에 갈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김진하 목사에게서 판결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예장합동 헌법에 '이단이나 불법 교회 분립'에 대해서만 면직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며 교계가 주장한 면직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진하 목사는 원고는 없고 피고만 있는 특수성을 띈 재판이라 피해자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를 만나는 것이었는데, 피해자를 한 명도 볼 수 없어서 정황만 놓고 판결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삼일교회에서 추가 피해자 자료를 비롯한 각종 녹취 파일을 재판국에 제출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인 신분이기 때문에 참고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차례 밝힌 대로 재판을 공정하게 하려 애썼다면서, 오히려 이번에 내린 공직 정지 2년과 설교 중지 2개월은 가벼운 징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대새교회 측에서는 설교 중지를 제일 무서워하고, 가혹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했다.

길자연 목사를 비롯해 노회 관계자들은 1월 전병욱 목사를 만나 '벌을 줄 수밖에 없으니 교단을 탈퇴하라'고 권유했지만 전병욱 목사가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하 목사는 오히려 홍대새교회 교인들이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에 찾아와 "우리 목사님 무죄 안 주면 교단 탈퇴할 것"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총회장 "교회만 우스운 꼴 만드는 징계" 상소 가능성 검토할 듯

예장합동 부총회장 김선규 목사는 의지를 지니고 전 목사 재판을 지난 총회에서 지시한 것인데 이번 판결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직 노회로부터 결과를 전해 받지 않아 정확하게 모른다. 보고 받고 임원회에서 어떻게 할지 논의하겠다"면서도 "이런 식의 징계는 교회만 우스운 꼴 만드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상소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홍대새교회의 입장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병욱 목사는 가족 일정으로 병원에 와 있어 연락이 어렵다고 알려 왔다. <뉴스앤조이>는 향후 전병욱 목사의 입장이 도착하는 대로 이를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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