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시끄러운 음악 소리, 반짝이는 조명이 지천에 깔려 있는 홍대와 신촌. 그 사이에 위치한 커피집 '카페바인'에서 평화를 읊는 은은한 노래가 퍼졌다. '쌀의 노래 평화 콘서트(쌀의 노래)' 이야기다. 쌀의 노래는 2012년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가 평화를 노래하고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자 만든 자리다. 그간 뮤지션을 초대해 음악을 듣고 탈북민이나 통일을 꿈꾸며 준비하는 사람들, 강정마을 활동가를 초대해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평화를 듣고 나누는 쌀의 노래

1월 26일 저녁 7시 30분, 2016년 첫 번째 쌀의 노래가 있었다. 카페바인에는 전도사와 함께 부산에서 올라온 청소년부 학생들, 알음알음 콘서트를 알고 온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 초대된 뮤지션은 본인을 '다윗의막장'이라 소개한 이종혁, 잔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 이지음, 신나는 노래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 길가는밴드다. 이종혁 씨와 이지음 씨가 연이어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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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음 씨는 이야기 손님으로 온 세월호 가족을 위로하는 이야기와 노래를 했다. "요새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침묵을 강요하는 시대다. (당사자들이) 상처를 추스르기 전에 사람들의 피해가 회복되었는지와 상관 없이 '가만히 있으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불편함·분노·어리석음의 축복'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주여, 우리들을 불편하도록 불편하도록 축복하소서. 손쉬운 답변과 반쪽짜리 진실들, 허울뿐인 관계에 불편함을 느끼고 우리가 용감하게 진실을 추구하는 마음 깊이 사랑할 수 있도록. 주여 우리들을 분노하도록 축복하소서. 사람들을 향한 불의와 억압, 착취에 우리들이 의롭고 거룩한 분노를 느끼고 정의와 자유 그리고 평화를 위해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번호라도 알려 줄 테니 세월호 관심 가져 달라"

노래가 끝나고 세월호 유가족인 동혁이 부모님이 이야기 손님으로 나왔다.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의자를 놓았지만 30분이 넘도록 두 사람은 서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 동혁 아빠는 모태 신앙인 동혁이를 안고 예배에 다녔다. 동혁이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늘 말하던 아이였다.

세월호 사건 이후 그는 교회에 신뢰를 느끼지 못한다. 8개월간 교회에 나가지 못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다녔던 대형 교회에서 목사님 몇 분이 세월호 가족의 가슴을 찢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동혁 아빠는 그런 목사들을 보면서, 한 영혼을 귀하다고 말하는 예수님의 제자인가 질문하게 된다.

▲ 동혁 아빠의 말이 끝나고, 마이크를 든 동혁 엄마는 "우리가 이래요. 할 말이 많다 보니, 마이크만 들면 말이 많아져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동혁 아빠는 자리에 온 학생들이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세월호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개인 번호라도 알려 줄 테니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동혁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동혁 엄마 김성실 씨는 동혁이가 중3일 때 처음 만났다. 동혁이는 성실 씨를 만나자마자 '엄마'라고 불렀다. 동혁이는 수학 여행 가기 일주일 전까지 엄마와 하나님 이야기를 했다. '하나님 계신 것 같냐'고 묻는 엄마에게 '신앙이 있는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런 동혁이가 세월호 참사로 떠나자 엄마는 견딜 수가 없었다. 욕이 늘고 술이 늘고 약이 늘었다. 다른 세월호 가족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식의 부재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사람도 있고 억울함 때문에 사회와 단절한 사람도 있다. 200여 명의 단원고 희생자 가족 중 50여 명 만이 세월호 관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월호 가족의 아픔은 누가 달래 줘야 하나요. 누가 그 사람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합니까. 치유는 문제가 해결되고 나야 할 수 있는 겁니다. 종기가 곪아서 고름만 짜낸다고, 비싼 약 바른다고 낫는 게 아닙니다. 원인을 파내야 합니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동혁 엄마는 중간중간 울음을 참으며 이야기했다. 세월호 특조위 사안을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특조위는 1년 9개월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와 기록하는 활동을 하기로 하고, 지난해 초에 만들어졌다. 동혁 엄마는 지금까지 흡족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고 했다. 위원회에서 활동할 구성원을 꾸리는 문제를 두고 삭발하며 투쟁까지 했는데 더 강력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자리에 온 사람들에게 3월에 하는 세월호 2차 청문회는 국회에서 생중계로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 달라고 부탁했다. 1차 청문회는 가톨릭 회관에서 진행됐다. 방청할 수 있는 자리가 200명밖에 되지 않았다. 세월호 희생자가 304명인데, 자리가 200명이라는 게 말이 안된다고 했다. 보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쌀의 노래'에 온 참석자들은 길가는밴드 장현호 씨를 따라 노래를 부르면서 박수를 쳤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고통 속에 있는 세월호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이후 길가는밴드는 자작곡 '언제나 전부', '쌀의 노래'와 산울림의 '개구쟁이'를 불렀다. 개구쟁이는 동혁 부모님이 좋아하는 노래다. 땀 흘리며 노래하는 장현호 씨의 목소리에 맞춰 세월호 가족인 동혁 부모님, 찬영이 엄마도 박수 치며 함께했다.

평화를 꿈꾸며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쌀의 노래 평화 콘서트는 다음 달에도 진행된다. 2월 23일(화) 카페바인에서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한다. 노래 손님은 엔소이(엔틸드·소은지·김이슬기)와 길가는밴드이다. 이야기 손님은 세월호 유가족이다. 행사는 후불제 공연으로 커피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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