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이 같다고 주장하는 논쟁적인 책 <알라>(IVP)의 저자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가 지난 1월 22일 은혜와선물교회에서 열린 <알라> 출간 기념 좌담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오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볼프 교수는 2부 순서로 마련된 저자와의 화상 대화(통역 IVF 김종호 대표간사)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알라>를 비롯한 자신의 저작들에 녹아 있는 신앙고백을 언급하면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유사성 말고 뚜렷한 차이점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했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신이 같다고 해서 기독교의 유일성을 부정하거나 선교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선교할 필요 없다거나, 기독교 유일성 훼손하자는 말 아냐

▲ 10분 정도로 예정돼 있던 볼프 교수와의 화상 대화는 40여 분간 이어졌다. 볼프 교수는 책 출간 이후 논박에 대해서는 개정판을 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Flourishing>이라는 책도 출간될 예정인데, 개인적 차원에서 이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 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볼프 교수는 자기가 저술한 모든 책들이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신학적 확신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거룩한 하나님이 삼위 하나님이라는 것 △하나님이 선하게 창조한 피조물들이 오염과 타락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최종 계시라는 것 △예수가 죄 중에 있는 자들을 의롭다 하려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는 것. 볼프는 이것들이 자신의 신앙고백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초적 신앙고백에서 무슬림을 어떻게 품을 수 있고, 공통의 선을 추구할 수 있을지 질문을 갖고 <알라>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에 아주 눈에 띄는 차이점들도 있다고 했다. 기독교 신앙에서 하나님은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는 분이며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요청한다는 점, 삼위일체와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대한 신앙고백을 하는 부분이 이슬람과 전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슬람이 삼위일체를 비판하는 방식대로 기독교가 삼위일체를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에서 유대교가 예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유대교인을 우상숭배자로 보지 않듯 이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볼프 교수는 이 논의가 선교 무용론과 기독교의 유일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에, 기독교 신앙이 선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지적했다. 선교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은 예수가 인류의 죄를 위해 대속적인 희생을 했다는 진리를 모든 사람에게 전해야 할 책임을 가진 존재라고 했다. 다만 예수의 황금률을 따라 이슬람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전도했으면 좋겠다는 방식대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독교와 이슬람, 어떻게 공생할 수 있을까

▲ 김선욱 교수는 발제문에서, 한국교회에 신학자 역할보다 교권주의자들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불균형 상황에서 이슬람에 올바로 대응하려면 참된 지식에 더욱 의존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1부 기조 발제 시간에는 숭실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는 김선욱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누면서 <알라>를 정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는 오늘날 한국에 퍼져 있는 할랄 식품 단지 조성과 관련한 괴담들을 소개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바른 이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알라>의 출간으로 "기독교-이슬람 담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화두가 우리한테 던져지게 됐다. '이슬람의 알라와 기독교의 하나님은 같은 신인가'라고 하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김선욱 교수는 볼프의 연구가 내세의 구원에 관련한 하나님의 지식을 다루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알라>는 현세의 사회적 차원에서 하나님 지식을 다루는 정치신학적 책이라고 했다. 과격파나 소수파 입장을 배제한 상태에서 주류 기독교와 주류 이슬람이 각자의 신념에 충실하면서 어떻게 한 지붕 아래에서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이슬람의 알라와 기독교의 하나님이 같은지를 논증하려면 무슬림도 기독교인처럼 진지하게 신앙한다고 보고, 그들과 우리가 말하는 하나님에 대한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신학적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모든 경계를 풀고 이슬람이 하자는 대로 해 주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를 보면 참된 지식을 갖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노력을 차단한 채 곧바로 공격적인 행동, 피차 다르다는 차이에만 몰두하고 있는 운동들이 앞서서 일어난다"면서 이를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관계, 종교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돼

▲ 파리 테러 현장을 돌아보고, 지지난주에 돌아왔다고 밝힌 변상욱 기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에 대해 무서워할 만큼만 무서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IS에 공포를 느끼는 한국의 일부 사람들과 달리 프랑스인들은 오히려 작년 11월 프랑스 테러를 자국의 외교와 정치에 대한 반성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3부는 김선욱 교수(숭실대), 변상욱 기자(CBS), 송용원 목사(은혜와선물교회)가 패널로 나와 토론하고 청중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가 사회를 봤다. 패널인 변상욱 기자, 김선욱 교수, 송용원 목사가 돌아가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이슬람과 기독교, 한국교회의 관계에 대해 발언했다.

김근주 교수는 먼저 변상욱 기자에게 이슬람을 둘러싼 한국과 세계의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변 기자는 "한반도에 이슬람이 먼저 접근해서 교류를 가진 것은 신라 시대다. 원나라와 교류하고 있던 고려 시대 때는, 원나라가 워낙 이슬람에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이슬람 사원도 바로 옆에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과 명나라가 유교를 지배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면서 이슬람의 맥이 끊겼다고 밝힌 그는 기독교보다 이슬람이 한국에 먼저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변상욱 기자는 무슬림 과격 집단의 반발을 기독교 문명과 유대교 문명의 충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했다. 미국과 소련, 유럽이 안정적인 석유 자본 확보를 위해 이슬람 내 충돌 요소를 자극해 극대화하는 면이 많았다고 봤다. 미국 같은 경우 자유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안보 정책을 보수적으로 펼치면서 긴장 상태를 끌고 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테러방지법을 이야기하면서 보수 세력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고 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자기 신념에 종교적 색깔을 뒤집어씌우는 것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이 긴장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것 둘 다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슬람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4가지 대안도 제시했다. △허구가 아닌 진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자 △공생을 위해 실천할 것은 실천하자 △한 세력을 제압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었다.

알라=하나님? 오래된 신앙 전통 재확인한 것

▲ 김근주 교수는 이번 좌담회 전체 사회를 맡았다. 3부 질의응답 시간에는 적극적으로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김근주 교수는 알라와 하나님이 동일하다는 말에는 만만치 않은 신학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볼프 교수가 <알라>에서 한 장에 걸쳐 루터의 견해를 다루고 있지만, 한국교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칼뱅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송 목사의 견해를 물었다. 송용원 목사는 볼프 교수 밑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칼뱅의 공동선을 주제로 박사 학위논문을 쓴 바 있다.

송 목사는 칼뱅이 <기독교 강요>에서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신적 위엄을 깨달을 수 있는 이해력(신적인 감각), 종교의 씨앗을 갖고 있다고 봤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볼프 교수와 칼뱅이 얘기하는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알라와 하나님이 동일한 존재라는 인식에 대해, 송 목사는 "굉장히 오래된 신앙 전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해로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해서 이슬람이 다른 대상을 믿는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송용원 목사는 칼뱅이 이슬람교인들도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로 봤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시 가톨릭 박해를 피해 제네바에 오는 종교 피난민들을 위한 프랑스 기금이 만들어졌는데, 칼뱅은 이 재화가 이슬람 형제들을 위해서도 똑같이 쓰일 수 있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신칼뱅주의자 아브라함 카이퍼도 인식 대상으로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통의 신을 갖고 있다고 봤다고 했다. 또 이들이 구원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한데, 볼프도 구원론에서 기독교의 유일성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삼위일체는 다른 종교 품으라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

▲ 은혜와선물교회 송용원 담임목사는 인식 대상에 있어서 이슬람과 기독교가 같은 신을 예배한다는 주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영원한 언약으로 올바르게 예배할 수 있을 뿐, 그것이 이슬람교인과 섬기는 신이 다르다는 말은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토론이 끝나고, 청중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코란에 있는 내용들을 통해 공통의 하나님을 이야기하는 것은 코란의 영감성을 지나치게 높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나왔다.

김근주 교수는 "성경과 코란이 동등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게 논의의 초점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성경이 하나님 말씀인 것과 하나님이 삼위일체로 존재하는 것을 굳게 믿는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이웃이 극소수거나 사이비인 것도 아니고 1,00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 무장 테러 일으키는 집단이 있지만 그런 집단은 우리도 수두룩하다. 오정현·전병욱 목사와 같은 일부 사람들을 보고 기독교는 저렇다 하면 말이 안 된다. 이슬람교인이 '확대된 기독교인'들이라는 주장은 볼프 교수의 시도인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슬람에 성령이 없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김근주 교수는 "구약에도 성령이 없다. 구약에는 하나님의 영(루아흐)이라는 말이 수도 없이 등장하지만 구약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영에 관한 어떤 진술도 그 영이 인격적인 분이라고 묘사하지 않는다. 직분의 위임, 사명의 수여 이런 역할을 하는 게 하나님의 영이다. 신약에 오면 하나님의 영은 탄식하고 근심하고 대신 기도도 하는 완벽하게 인격적 존재로 묘사되고 있지만 구약성경에서는 성령이 한 번도 인격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없다. 그 점에서는 구약시대 때는 전혀 오늘날 삼위일체에서 고백하는 그런 성령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기독교의 삼위일체가 이슬람과 구별되는 점인데, 삼위일체가 다른 종교와 기독교를 금 긋고 갈라놓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하나님이 사랑이라는 명제를 가능하게 하는 이 삼위일체는 이웃들과 다른 종교를 포용하고, 그들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있는 것이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좌담회 분위기는 활기찼다. 좌담회에는 250여 명이 참석해 곳곳에 간이 의자를 놓아야 했다. 중간중간 논쟁적인 질문과 답이 오갔지만, 발언 도중 농담이 나오면 여지없이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좌담회는 마치기로 예정된 저녁 9시 30분을 넘겨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하나님나라연구소장)를 비롯한 신학자와 목회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강동석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