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 / 존 하워드 요더 지음 / 박예일 옮김 / 대장간 펴냄 / 216쪽 / 1만 2,000원

[뉴스앤조이-강동석 기자] <예수의 정치학>(IVP) 등의 저술로 기독교 평화주의 논의에 기여한 기독교윤리학자 존 하워드 요더의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대장간)가 최근 번역·출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는 다양한 종교적 평화주의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있다. '기독교 세계시민주의의 평화주의'부터 '메노나이트 제2의 바람 - 비평화주의 무저항'에 이르기까지 약 20가지 종교적 평화주의 이론을 다룬다. 200쪽가량의 얇은 책이지만, 국가와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독교인이 어떤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지, 기독교가 추구하는 평화가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다.

각 종교적 평화주의의 대표적인 경구를 제시하고, 유형을 설명한 뒤 '자명한 공리', '약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이라는 소제목하에서 각 이론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으로 장(章)이 구성된다. 유형과 정의를 내세운 뒤, 해당 평화주의 이론이 갖고 있는 약점과 '그럼에도' 얻을 수 있는 통찰·의미를 찾아 읽는 이 앞에 내놓는다. 가령 이런 식이다. 1장의 내용을 예로 든다.

1장 '기독교 세계시민주의의 평화주의'의 경우 "국가 간의 참되고 견고한 평화는 군비의 균형이 아니라 상호 신뢰에 의해서만 확립된다"(25쪽)는 교황 요한 23세의 경구에 기초해 이해를 도모한다. 이들은 '교회'의 보편성을 강조한다. 교회는 국가적·지역적 공동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전 세계적인 평화를 위해 연합해야 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의 좋은 예가 WCC다. 종교와 사상이 다르더라도 '평화'를 위해 그들을 존중한다. 정답을 강조하지 않으면서 각각의 관습을 유지하되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시민주의의 평화주의'는 교황과 같은 권위자의 도덕적 호소에 기대는 측면이 있다. 고로 개개인이 이런 메시지를 지나치게 되면 평화는 쉽게 무시될 수 있다. 전 세계적인 일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평화를 위한 메시지도 하나로 모아지기 힘들고 모호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그렇다고 한계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결국에는'에서 1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평화에 관한 가톨릭적 혹은 목회적 관심은 어떠한 형태의 종교적 지역주의보다 훨씬 더 도덕적으로 우월하며, 그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다." (31쪽)

"군사적 폭력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찬 지지자들조차도 여전히 자국 내에서는 이런 포괄적인 '가톨릭적' 태도를 지니고 있다. (중략) 그리스도인은 말 그대로 그들의 본향을 영토적 단위가 아니라 인류의 넓은 공통성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전쟁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는 것과 다름없다." (31~32쪽)

저자는 이렇게 19장까지 각가지 평화주의 이론을 검토한다. 20장에서는 이를 취합해 정리한다. 옮긴이의 글에서 지적한 바 "서로 다른 관점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절대 평화를 위한 실천적 연합을 도모"(16쪽)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평화주의 입장의 범위', '비폭력적 국가 방위의 대안들' 등 발전된 연구나 논의를 위한 자료들도 부록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는 다양한 관점을 살펴서 종교적 평화주의에 대한 이해를 넓하고, 이를 비교·정리해서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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