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소속 송탄중앙교회가 담임목사와 성도 간 갈등으로 파행을 빚고 있다. 최병남 담임목사가 교회 돈을 횡령했다며 교인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현재 100여 명의 교인 중 80% 이상이 예배를 거부하며 담임목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1월 10일 오전, 주일예배 시간에 송탄중앙교회를 찾았다. 11시 예배 1시간 전부터 모인 40여 명은 피켓과 현수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10시 반이 되자 최병남 목사가 강단에 올랐다. 최 목사의 등장과 함께 교인들은 "사기꾼 최병남 목사는 물러나라", "검찰 조사 피하지 말라", "교회 재산 즉시 반납"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최 목사는 교인들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더니 "예배를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교인들의 반발 속에서도 최 목사는 혼자서 찬송가를 펴고 노래를 불렀다.

30여 분간 긴장 상태가 지속됐다. 10시 55분이 되자 교인들은 예배를 따로 드리겠다며 중고등부실로 향했다. 350여 석의 교회 본당에는 30명가량의 교인들만 남았다. 그랜드 피아노와 오르간이 있었지만 반주자는 없었고, 교회 내 성가대도 3팀이나 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대표 기도를 맡은 장로가 따로 예배를 드리는 바람에 한 원로장로가 기도를 대신했다. 최 목사는 39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50년 교회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교인들은 왜 오랜 기간 함께해 온 목사에게 반기를 든 것일까.

▲ 송탄중앙교회 교인들은 예배 시작 전 단체로 피켓을 들며 최병남 목사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4억 5,000만 원에 집 사겠다"며 계약금 지불, 알고 보니 이미 교회 재산?

발단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4억 5,000만 원으로 교회 옆에 있는 집을 사자는 최병남 목사의 말이 시작이었다. 알고 보니 이 집은 최 목사의 아들이 몇 년 전 1억 원대에 샀다가 얼마 뒤 교회에 증여한 상태였다. 교회 재산으로 돼 있는 집을 사겠다고 한 것이다. 교인들은 등기부 등본을 보기 전까지 일련의 일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도시 개발 붐과 맞물려 송탄 지역 일대에 신축 원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교회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한쪽에 이미 고층 원룸이 들어서 경관을 막았다. 최병남 목사는 "우리 교회 건물 옆에 있는 집 두 채를 미리 사 놓자. 그렇지 않으면 여기도 신축 건물이 들어서 교회를 가려버릴 것이다"라고 했다.

마침 교회에는 현금이 있었다. 1990년대 고덕면에 땅을 사 둔 게 있는데, 이 지역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땅이 수용됐다. 2011년, 토지 보상금으로 12억 6,000여만 원이 최병남 목사가 갖고 있는 교회 통장으로 들어왔다. 이 돈으로 교회는 집 두 채를 각각 2억 2,000만 원, 4억 5,000만 원에 사기로 했다. 최 목사는, 4억 5,000만 원짜리 집은 이미 계약금 4,500만 원을 지출했다고 교회에 보고했다.

▲ 왼쪽이 장로들의 도장이다. 교인들은 최 목사가 오른쪽과 같이 도장을 새로 파 교회 정관에 찍는 등 각종 문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런데 법적으로 이 집은 이미 2014년부터 교회 재산이었다. 최병남 목사의 아들 최 아무개 씨가 증여했다고 돼 있었다. 아들 명의의 집을 사겠다는 것도 그렇고, 이미 교회 재산으로 된 집을 샀다며 계약금을 지출한 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사실을 지적하자 최병남 목사는 "이 집을 교회에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인들은 최 목사의 말이 면피용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기 위해 교인들의 동의 없이, 교회가 집을 증여받기로 합의한 것처럼 꾸몄다는 말이다. 장로들은 증여 관련 문서에 도장을 찍은 적도 없는데 자기 도장이 있길래 확인해 보니 최 목사가 새로 파서 찍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장로들의 도장과 증여 관련 문서에 찍힌 도장을 대조해 보면, 두 도장이 서로 다르다는 게 식별 가능하다.

최 목사는 2014년 4월에 증여돼 있는 것은 등기부 등본에 법무사의 착오로 날짜가 잘못 기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14년 4월이 아닌 2015년 4월, 즉 매매가 이루어질 즈음에 증여했다고 했다. 예배가 끝난 후 최병남 목사는 기자에게, "아들이 집을 사거나 증여하는 건 개인의 경제 행위다. 이를 가지고 교회가 뭘 규명한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른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교인들, "담임목사가 세금 영수증 조작, 1억 4,000만 원 횡령"

이참에 교인들은 최병남 목사의 추가 비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교회 토지 보상금이 든 12억 짜리 통장을 내놓지 않는 최 목사가 그 돈을 자꾸 쓰려고 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상한 점은 금세 드러났다. 최 목사가 썼다고 한 지출 내역과 실제 지출 내역이 서로 달랐다.

우선 최병남 목사는 토지 보상금으로 12억 6,000여만 원을 받았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후에 토지 보상금이 더 들어왔다. 교회가 토지 보상금이 적다며 이의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져 5,700만 원을 더 받았고, 이 액수도 적다며 다시 행정소송을 해 4,000만 원가량을 추가로 받았다. 총 13억 6,000만 원이다. 교인들은 1억 원 가량의 추가 액수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했다. 장로들이 LH공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13억 원 중 얼마를 어떻게 썼고, 잔고는 얼마나 남았느냐는 질문에 최 목사는 "법인세를 1억 500만 원씩 2차례와 지방세 2,100만 원 등 총 2억 3,000만 원을 세금으로 지출했다"고 교인들에게 밝혔다. 그런데 교인들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달랐다.

교인들이 국세청에서 받은 세금 납부 증명원에는 8,332만 3,330원씩 2차례 낸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최병남 목사가 교회에 낸 영수증은 1억 532만 3,330원짜리다. 앞자리 833이 1053으로 바뀐 것이다. 즉 2,200만 원씩 2차례 총 4,400만 원이 차이 난다. 국세청이 확인해 준 지방세도 1,666만 4,660원으로, 최병남 목사가 제출한 영수증은 2,106만 4,660원이다. 440만 원이 차이 난다.

교인들은 토지 보상금 추가 입금 분 9,800여만 원과 세금 차액 분인 4,840만 원 등 총 1억 4,600여 만 원을 최병남 목사가 횡령했다고 검찰에 형사 고소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공문서인 세금 영수증을 위조한 혐의도 추가해 공문서변조죄와 공문서변조행사죄도 있다고 했다.

최병남 목사는 검찰이 무혐의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위조된 것이 있다면 검찰에서 다 밝힐 것이고, 사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미스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40년 가까이 이 교회를 지휘해 온 사람인데 검찰이 나부터 다 파헤치지 않겠나. 그 점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교회 통장을 재정부에 넘기지 않고 왜 개인이 보관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 교인들 입장에서 하는 소리다. 목사는 교회 대표자 아닌가. 토지 보상금 받은 건 내 이름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내가 관리해도 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교인들에게 통장을 넘겼으나 도장과 비밀번호는 넘기지 않은 상태다.

▲ 위 영수증은 최병남 목사가 교회에 제출한 세금 영수증이고, 아래는 교인들이 평택세무서를 통해 발급받은 영수증이다. 323,330원은 그대로고 앞의 83이 105로 바뀌었다. 교인들은 이런 식으로 총 4,840만 원의 세금 차액을 최 목사가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현재 공문서 변조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최병남 목사 "교회 장악하려는 사람들이 문제 일으키는 것"

현재 토지 보상금 통장에는 7억여 원 가량이 남아 있다. 교인들은 남은 7억 원을 최 목사가 가지려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개월 넘게 이 문제로 씨름해 온 장로들은 "전별금 6억 원 정도를 드릴 테니 이제 통장 비밀번호 넘기시고 은퇴하시라"고 했지만 최 목사는 이를 수긍하지 않다고 했다. 한 교인은 "그냥 그 통장 갖고 가겠다는 것이다. 교회 한 해 예산이 3억 원인데 6억 원 주는 것도 엄청난 것이다. 목사님이 정말 돈 욕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최병남 목사는 교인들의 문제 제기에 "교회를 장악하려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부탁했지만 최 목사는 응하지 않았다.

다른 한 교인은 "예장합동 동평양노회 노회장도 역임했고, 나이도 많아 노회 내 어른이다. 노회에서도 쉽게 건들지 못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100명 넘는 교인들이 교회를 떠났다. (교회를 위해서) 결국 형사 고소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한 교인은 "최병남 목사에게 회개할 기미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의 기소 여부는 1월 말께 결정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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