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2015년을 돌아보면서 교계 이슈 10개를 선정해 하나씩 기사로 연재합니다. 아홉 번째 이슈는 '보수 개신교계의 역사 참극'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교회사·역사신학 교수들은 개신교 서술 분량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며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했다.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 안양대 이은선 교수, 총신대 박용규 교수 등은 현행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개신교를 공정하게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인정교과서에 개신교의 역할이 충분히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 2015년 10월,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한국교회언론회 등 보수 개신교 단체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고신·대신(구 백석) 등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총회장들도 위 교수들의 주장에 동의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국정교과서를 지지했다. 개신교 서술 분량이 적다는 것과 함께 현행 교과서들이 좌편향되어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답습했다.

많은 시민이 분노하고 정부의 억측에 반발했다. 현재 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검인정 체제를 통해서 고치는 게 합리적이다. 제대로 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절차상 민주적이지도 않았다. 국정화에 찬성하는 학자들의 면면을 보니, 과거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역사 교과서에 개신교 부분이 불공정하게 서술되었기 때문에 국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했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는 "교과서라는 것은 그 시대 연구 업적을 반영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경우 목사들이 '우리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이런 걸 많이 했다'고 자랑은 많이 했지만 그런 걸로는 부족하다. 논문을 쓰고 학문적 성과를 내서 역사학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에 개신교의 활약이 더 많이 담길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천재교육 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주진오 교수(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는 국정화가 이뤄지면 오히려 개신교 서술이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교육부가 2017년부터 사용할 국정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현재 50%에서 30%로 줄이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온 국정교과서를 봐도, 현 검인정제에서 나온 교과서보다 개신교 서술이 더 적다.

정부가 10월 중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를 예고한 후, 이를 반대하는 수많은 의견과 근거가 나왔다. 그러나 정부가 11월 초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후 발표된 예장합동 박무용 총회장의 성명서에는, 이미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잃은 주장들만 반복되었다. 국정화 반대 기독교인 서명을 주도한 역사강사 심용환 씨는 "지난 한 달간 상당한 논쟁이 벌어졌다. 수많은 자료들이 제시됐고 국정교과서에 대한 무수한 반박이 있었는데 조금도 참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보수 개신교계는 지난 12월 말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도 환영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모습은 한국 보수 개신교계의 빈곤한 역사의식을 보여 주는 일이었다. 양진일 목사(가향공동체)는 "한국교회는 역사의식이 부족하다. 더욱이 권력 친화적 태도를 오랜 시간 견지해 이제는 체질화했다. 이들이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이유는 철저하게 이익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친일과 독재에 편승했던 과거를 세탁하려 하는 것이다"고 평했다. 

이는 지난 12월 말 한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을 때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기총·한교연·한국교회언론회 등은 당장 성명서를 발표해 협상 결과를 '정부의 외교적 성과'라고 환영했다.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대하고 많은 국민이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지만, 보수 개신교계는 "협상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모두 다 얻을 수는 없다"며 일단 받아들이자는 식이다.

정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지지하는 모습에 많은 기독교인이 실망하고 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괜히 나서서 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약자의 편에 서는 게 기독교의 정신 아닌가. 보수 개신교계는 정권 유지가 목적인 단체들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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