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가 2015년을 돌아보면서 교계 이슈 10개를 선정해 하나씩 기사로 연재합니다. 여섯 번째 이슈는 '반동성애 연합 운동'입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 주요 교단지를 보면 2015년 성과 중 하나로 반동성애 연합 운동을 꼽는다. 분열을 거듭하던 한국교회가 동성애라는 위협을 하나 된 모습으로 막아 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2015년, 22개 교단과 5개 단체가 참여한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조직적인 반동성애 운동을 전개했다. 본부장 소강석 목사는 "동성애 축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소수 인권 보호를 표방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네오마르크시즘을 확장하는 도구로서 동성애 문제를 사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의 반동성애 운동은 6월 퀴어 문화 축제를 기점으로 폭발했다. 원래 서울광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퀴어 퍼레이드는 29일로 연기됐다. 한국을 휩쓴 메르스 사태 때문이다. 그사이 반동성애 운동은 더 거세졌고, 보수 교계 단체와 퀴어 퍼레이드 주최 측이 서울광장 선점을 놓고 노숙까지 했다. 전 세계 퀴어 퍼레이드가 개최되는 대도시들 중 유일하게 펼쳐진 풍경이었다.

▲ 2015년 한국교회는 연합 단체를 만들어 동성애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6월 9일, 대한문 앞 퀴어 문화 축제 반대 집회에 참여한 기독교인들의 모습. ⓒ뉴스앤조이 최승현

서울광장에서 6월 28일 열린 퀴어 퍼레이드에 기독교인들이 대거 나타났다. 이들은 길 건너 대한문 앞에 자리를 잡고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 전 대표 양병희 목사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광훈 목사 및 각 교단 총회장도 총출동했다. 교회학교 선생님,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교회가 이렇게 단결된 모습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퀴어 퍼레이드가 열리기 전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는 인식이 팽배한 한국 목회자들 사이에, 가만히 있다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성 커플이 결혼하는 날이 올 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들은 인터넷, SNS 등으로 미국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에 반대했다가 불이익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퍼 날랐다.

'2015 퀴어 문화 축제' 이후 교계에는 동성애 관련 포럼들이 개최됐다. '바로 알자, 동성애', '통일 한국과 동성애' 등의 포럼에서는 늘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다.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교회는 불법 집단이 되고, 성경은 불법적인 책이 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가 통일을 방해한다는 새로운 의견도 나왔다.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는 정신병 목록에서 제외됐지만, 교계 인사들은 동성애를 치유 가능한 '질병'이라고 했다.

2016년에도 퀴어 문화 축제는 계속된다. 벌써부터 교계에서는 한국교회 전체가 연합해 치밀한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세습·성범죄·횡령 등 내부적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는 일이 생겨도 쉬쉬하던 한국교회가 성 소수자를 공공의 적으로 삼았다. 교회는 '동성애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얼마큼 공감대를 살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교회 내부 문제를 해결 못 해서 외부로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위원 백찬홍 목사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대형 교회 목사의 비리나 전횡, 사기업화 등 교회 내부 문제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외부의 공통 적을 만들어 덮으려는 시도들이 최근 부쩍 늘어났다. 그중 하나가 동성애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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