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팽목항에 왔습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잊지 말자고 다짐했는데…살면서 순간순간 (세월호 참사를) 잊을 때가 많았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세월호 안에 9명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전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최대한 노력해 알릴 생각입니다."

▲ 성탄절인 12월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들을 위한 예배가 열렸다.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미수습자들이 온전히 인양될 수 있도록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참석자들은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목이 잠겼다.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닦던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엄마 이금희 씨는 "괜찮다. 정말 고맙다"면서 오히려 그들을 위로했다.

성탄절인 12월 25일 오후 6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옆 컨테이너에서 미수습자들을 위한 성탄 예배와 간담회 등이 열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땅끝노회(송정술 노회장)가 주관한 예배는 예수의 탄생을 기억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컨테이너 네 개를 이어 붙인 쉼터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목회자와 교인 등 60여 명이 참석하고, 미수습자 가족으로 은화 부모님과 권재근 씨의 친형 권오복 씨가 함께했다.

컨테이너 내부 정면에는, 미수습자 9명의 캐리커처와 유가족들의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 오른편 크리스마스트리에는 미수습자 이름이 적힌 노란 리본이 주렁주렁 달렸다. 단상에는 나무로 된 흰색 십자가와 양초, 빵, 포도주가 놓였다.

성탄 예배는 간소하게 진행됐다. 땅끝노회 최대중 부노회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세월호 참사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면서 위로해 달라고 기도했다. 신호식 목사(진도영락교회)는 '큰 기쁨의 좋은 소식(눅 2:8-14)'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신 목사는 "메시아가 이 땅에 와서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십자가를 지고 죄와 죽음의 문제를 해결했다. 고통, 죽음, 가난 등 무거운 멍에를 주님께 맡기자"고 했다.

광고 시간 직전 노회장 조원식 목사(신진교회)는 참석자들에게 여전히 세월호 안에 9명의 미수습자가 있다면서 △신속하고 온전한 인양 △철저한 유실 방지 대책 △작업 안전 등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목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주변에 미수습자와 그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 달라"고 말했다.

▲ 예장통합 땅끝노회가 주관한 예배에는 60여 명이 참석했다. 예수의 탄생을 노래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자신의 삶을 반성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배에 참석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권오복 씨는 찾아 줘서 감사하다면서 동생과 조카 혁규를 꼭 찾아서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고 짧게 말했다. 은화 아빠 조남성 씨도 인사를 전하면서 세월호 인양 문제를 언급했다. 조 씨는 9명 전원이 가족 품에 안길 수 있게 신중을 기해야 한다면서 유실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은화 엄마 이금희 씨는 눈물을 쏟아 가며 말했다.

"성탄절, 미수습자들을 위해서 함께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전원 구조됐다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안고 살았을 것입니다. 대학도 가고 크리스마스인 오늘 친구들과 선물을 주고받았겠죠.

딸을 금방 볼 줄 알았는데, 619일째(12월 25일 기준) 못 보고 있습니다. 은화를 포함 미수습자 9명은 아직도 차디찬 바닷속에 있는데, 사람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혹자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면 팽목항부터 찾을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신다면 세월호부터 찾아가 미수습자 9명을 안아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제 소원은 내년 이곳에서 은화 생일과 성탄절을 맞이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루라도 은화를 찾아, 보내 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미수습자를 찾아야 세월호 진상이 규명될 수 있습니다. 왜 304명이 무고한 희생을 당했는지 알 수 있는 열쇠입니다. 미수습자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은화 엄마 이금희 씨의 소원은 딸 은화를 찾아 보내 주는 것이다. 내년 은화 생일과 성탄절에는 팽목항이 아닌 안산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은화 엄마의 이야기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오현선 교수(호남신대·기독교교육)는 기억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이제는 함께 행동하자고 제안했다. 한국교회가 미수습자들 가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간담회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예배가 끝난 뒤 은화 엄마와 함께하는 간담회가 진행됐다. 일정상의 이유로 먼저 간 사람을 제외하고 30명 정도 남았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생각만 했다. 지금부터 미수습자들을 위해 행동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딸을 따라 예배에 참석한 중년의 여성은 기자에게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까지 미수습자 가족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진실을 알리겠다고 한다. 출석하는 교회에 미수습자 가족들을 돕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성탄절 팽목항에 모인 기독인들은 유가족들과 함께 예배와 간담회를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성탄절인 12월 25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19일째 되는 날이었다. 미수습자 9명은 지금도 세월호 안에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어린 자녀와 함께 분향을 하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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