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터콘티넨탈 호텔 객실에서 한국 기독교인 5명이 "귀신을 내쫓겠다"며 박 아무개 씨(여, 41세)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독일을 비롯한 유럽 한인 교회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크리스챤신문> 발행인 이창배 목사는 지난 12일, 이 사건의 범인이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있는 한 교회에 출석하다가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에 온 기독교인이라는 소식이 유럽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한인 교회들의 이미지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우리 한국교회, 특히 성령 운동을 지나친 은사주의 운동으로 이해하는 몇몇 교회들이 마구잡이로 섞어 놓은 왜곡된 성령론·마귀론·교회론이 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행하신 모든 병 고침, 축사(逐邪), 기적 등은 그리스도가 오셔서 하나님나라가 임했다는 증거다. 또 사도들의 증거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표적으로 나타내 주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사도 시대 이후 이런 현상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다가 미주에서 19세기 순복음 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침체되고 경직되어 있었던 '율법적'인 교회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성령의 강한 능력을 보여 줬던 은사주의 카리스마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조용기 목사를 포함해, 심지어 개혁주의 신학을 가진 한국교회의 수많은 목회자들에게 영향을 줬다. 그 후 "방언을 하지 못하면 신자가 아니다"는 망측한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교회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만든 장본인 조용기 목사는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으니 감옥에 가야 한다.

또 구원파, 김기동 성락교회, 큰믿음교회,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이런 수많은 이단성이 있는 교회들이 "오늘도 하나님은 살아 계셔서 역사하신다"면서 순진한 성도들을 유혹했다. 실로 하나님은 살아 계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역사·사회 속에서 성도들의 마음속에서 오늘도 쉬지 않고 일하고 계신다. 이 하나님의 거룩한 역사를 겉으로 드러나는 한낱 비이성적인 신비한 현상으로 증명하려고 하는 시도는 정말 유치한 발상이다.

에스라하우스를 섬기는 노우호 목사는 오늘 우리나라 기독교는 '방언교'가 되었다고 개탄하면서 실제로 방언이 가져오는 피해들을 낱낱이 밝혀냈다. 방언이 조금 수그러들자 예언을 강조하는 큰믿음교회가 나타나 그 세력을 키워 가고 있다.

이 모든 표적과 기사는 정경이 나오기까지 복음을 확정하기 위한 매우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오늘날 병원이 왜 필요할까. 의사 없이 목사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인식이 아직도 한국교회 안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암 환자를 기도로 살린다고, 의사에게 가지 않고 기도원에 데려가 기도하다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진정한 구원과 능력을 찾지 못하고 외부적인 현상에서 구원을 찾으려는 인간의 우상숭배 본능에서 온다고 본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충분하고 완전한데도 '복음+α'를 찾아 헤매는 현상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 자본주의와 합쳐져 번영신학, 성공주의, 은사주의 운동으로 우리 한국교회를 황폐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런 모든 현상은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보는 오류에서 발생한다.

본래 이단에는 '부분'이 다르다는 뜻이 있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못하고 성경의 한 부분만 보고 그것을 강조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단적인 성경 해석자, 교주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신학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보통 목회자 후보자들은 신학교에 입학해서 가장 먼저, 이때까지 알고 있었던 지식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들이었는지부터 배운다. 그래야 모든 선입견을 버리고 성경을 바른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증오와 불평등과 육신적인 쾌락에 물든 우리 사회를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이 사회야말로 귀신에 사로잡혀 있다. 이슬람이 왜 그렇게 기독교 세력을 적대시하는가? 콘스탄티누스대제 이후 기득권을 쥐고 있었던 기독교 지주들이 만든 불평등 사회가 한 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는, 자본주의사회에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밤 문화, 음란한 문화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기도로 축사해야 하는 현상이다. 이런 천민자본주의 안에 있는 것들을 마귀와 귀신의 세력을 보고, 저항과 기도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하나님나라와 유사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회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 내야 한다. 예레미야 5장 1절에서 하나님은, 진실로 정의를 행하고 하나님의 뜻을 찾는 한 사람이 있다면 전 예루살렘을 용서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교회가 그 한 사람을 길러 내야 한다. 독일에 있는 한인 교회들이 그런 청년들을 길러 낼 수 있는 선교적 디아스포라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권영진 / CMI 유럽 선교사, Weinstockgemeinde in Frankfurt 협동 목회자, <엘베 강변 하얀 언덕 위의 친구들>(예영커뮤니케이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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