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를 명예훼손 공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12월 11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형사 3단독은, 김 목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재석 씨와 <예장뉴스> 발행인 유재무 목사 측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내년 2월 12일 금요일 오후 3시 5차 공판에 출석할 것을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렇게 우회해서 가야만 하는 겁니까? 김삼환 목사가 나오면 진실이든 허위든 상당한 무언가가 밝혀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우회해야 합니다. 정말 법의 권위가 이렇게 무력해도 되는 겁니까."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12월 11일,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 2호 법정.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재석 씨와 <예장뉴스> 발행인 유재무 목사의 4차 공판이 열렸다. 

지난해 6월 명성교회 재정을 관리해 온 박 아무개 수석장로가 숨지자, 윤 씨와 유 목사는 보도와 광고를 통해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박 장로가 김삼환 목사의 1,000억대 비자금을 관리했고, 김 목사가 해외 부동산 투기와 사채업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명성교회 장로 3명은 김 목사를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윤 씨와 유 목사의 변호를 맡은 엄상익 변호사는 판사에게 김삼환 목사를 증인으로 소환해 달라고 끈질기게 요청했다. 판사는, 재판부가 교체될 수도 있고 시간이 부족하다며 곤란하다는 듯 말했지만, 변호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김삼환 목사의 소송 대리인으로 나선 명성교회 장로 3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이들은 피고 측 변호인의 질문에 대부분 모른다고 답변했다. 엄 변호사는 10월 21일 3차 공판에서 "'모른다'고만 할 거면 법정에 왜 나오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4차 공판도 마찬가지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 아무개 장로는 숨진 박 아무개 장로 사건과 관련해 명성교회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음에도 '모른다'로 일관했다. 박 장로가 △숨진 원인 △관리한 수십 개의 계좌 △트렁크에 남긴 자료 내용 등에 모른다고 대답했다. 엄 변호사는 "대리로 나왔는데 '모른다'고만 한다. 김삼환 목사에게 (직접) 물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장로는, 피고인들이 주장한 '비자금 1,000억'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아무개 장로가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이라고 진술한 것은 잘못 알고 말한 것이고, '비상 자금'이라고 말했다. 비상 자금은 매년 발생하는 이월금을 모은 것으로, 교회 건축이나 긴급 상황에 사용한다고 했다. 가장 많이 적립된 액수는 800억 원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장로는 당회 결의를 거쳐 집행하기 때문에 비리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전체 교인에게 비상 자금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것은, 자칫 교회에 돈이 많다는 소문이 날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저기서 돈을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증인신문은 30분도 안 돼 끝이 났다. 엄 변호사는 판사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엄 변호사/ "비상 자금이 전체 공판의 주제입니다.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김삼환 목사가 증인으로 출석해야 합니다." 

판사/ "고소 대리한 장로들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모자라는 부분도 있어서…지금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신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현재로서는 상황이 곤란합니다. 내년 재판부가 바뀔 수도 있어서요. 그렇다고 다음 기일에 부르기도 그렇고…." 

엄 변호사/ "(김삼환 목사) 본인이 나오면 간단히 끝나는데, 이럴수록 교회만 불명예를 떠안게 됩니다. 중대한 결심 한번 해 주셨으면 합니다." 

판사는 공판 자료를 넘기면서 1~2분 정도 뜸을 들였다.

판사/ "신문 시간을 잡기가 어려워서요. 제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문제인데 1월은 불가하고요. 2월에나 가능한데, (신문을) 30분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엄 변호사/ "30분이라도 신문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판사와 엄 변호사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공판 검사도 말을 보탰다.

"김삼환 목사가 나오시면 신문 시간이 30분 가지고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만만치 않게 물어볼 것 같은데, 짧은 시간 안에 하기가…."

잠시 고민하던 판사는 내년 2월 12일 금요일 오후 3시, 김삼환 목사를 피고인 측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판사가 고심 끝에 김삼환 목사를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공판이 끝나고 만난 명성교회 한 장로는 기자에게 "목사님의 출석 여부는 미지수로 (보도)해 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