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슬람 개종을 거절하는 크리스천 가정의 아기를 IS(Islamic State) 성직자가 공개적으로 밟아 죽이는 장면'이라며 지난해 가을에 돌았다가, 지금 다시 온라인과 SNS에 퍼지고 있는 사진이다.

한 페이스북 친구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공유받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과 글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들의 옷차림과 표정, 생김새가 낯설었다. 아랍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진 속 인물들은 무슬림 복장을 하고 있지 않다. IS가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 지역이나 시리아 북부 지역 옷차림은 전혀 아니다. IS 성직자로 소개되는 사진 속 인물도 아랍 지역 이슬람 성직자 옷차림을 하고 있지 않다. 사진과 사진을 바탕으로 주장하는 내용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뭔가 이상했다.

그렇다면 사진 속 인물과 그를 둘러싼 이들은 어디 사는 누구인가. 이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함을 풀기 위해서는 수고가 필요하다. 출처를 찾아봤다. 사진 속 무대를 인도로 지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방글라데시였다. 사진이 찍힌 시점은 2010년 봄이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암자드 파키르(Amjad Fakir)라는 방글라데시인이었다. 사람들에게 그는 이크발 치스트(Iqbal Chist)로 불리는 예언가다. 사람들에게 신적인 치료 능력자로 받아들여진다. 방글라데시 북동부, 잘랄라바드로 불리는 인구 50만의 실헷 지역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악한 것을 몰아내 준다는 그만의 치유 의식 장면을 담은 것이었다. 아래 사진들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의 사진 모음은 Activist Hub에서 옮겨 온 것이다.

그렇지만 원출처는 아래 사이트로 보인다.

http://grognards2011.blogspot.kr/2014/10/barbarie-tutte-le-da-giorni-gira-un.html?m=1

암자드 파크리는 사기 혐의 등으로 2010년 3월 중순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사진이 IS가 크리스천 아기를 살해하는 장면이라고 하면서 온라인과 SNS에 돌게 되었을까. SNS에 돌아다니는 글은 영문판 자료가 원출처다. 영문판 자료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2014년 9월 23일에 올라온 글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핀터레스트라는 이미지 공유·검색 사이트다.

여기서는 단순하게 사진만 올라와 있다. 2014년 9월 28일을 전후로 많은 사이트에서 동시에 사진과 글을 공유했다. 단지 한 사이트에서 번져 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올해도 1~5월까지 매달 새롭게 이 자료를 공유하는 사이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놓고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달랐다. 시간과 장소, 대상과 내용 모두가 달랐다. 의도성 없이 이렇게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각색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글판이 2014년 10월 1일 온라인에 노출된 것을 보면 영문 사이트에 대대적으로 이런 주장 글에 공유된 것 같다. 한 단체의 강 아무개 씨가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옮겨 둔 것을 재공유하는 식으로 한국교회 안팎에서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글판의 공유 과정을 살펴본다. 강 아무개 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실린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서 2차 공유 자료들을 개략적으로 짚어 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2014년 10월 1일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에, 10월 2일 다음 블로그에 소개되었다. 이 글들의 인용 출처는 두 개가 나와 있다. 블로그 링크는 아래 주소이지만 출처는 강 아무개 씨의 카카오스토리로 보인다. 게시 글에 걸려 있는 링크는 지금 닫혀 있다.

온라인에서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내용은 전체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조금씩 첨삭되는 느낌이 든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충격을 넘어 분노하게 만드는 사진 한 장…. 고민하다 올립니다. 아래 슬라이드 포스터는 이슬람으로 개종을 거절하는 크리스천 가정의 아기를 IS 성직자가 공개적으로 밟아 으깨어 죽이는 장면을 포착한 것입니다. 자칭 평화의 종교? 개종 거절시 여자는 강간, 남자는 총살 내지 십자가형, 아이는 참수형. 이슬람의 현주소입니다. 종북 세력 못지않게 대한민국 생존에 위험한 이슬람의 확산을 적극 막아서지 않으면 현재의 미국·유럽처럼 한국 내에서도 IS 같은 극단주의 조직이 자생하게 될 것입니다."

이 포스팅을 다시 인용한 곳은 다른 사이트였다. 10월 9일에 올라갔는데, 그 내용은 1차 한글판 게시물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약간의 변형이 있었다. 그리고 10월 11일, 갓톡에 비슷한 내용의 글이 올려졌다.

"아래 사진은 이슬람으로 개종을 거절하는 크리스천 가정의 아기를 IS 성직자가 공개적으로 밟아 죽이는 장면입니다! 이슬람은 개종을 거절하면 여자는 강간, 남자는 총살, 십자가형 아이는 참수형을 합니다! 이슬람의 확산을 적극 막아서지 않으면 현재 미국, 유럽처럼 한국 내에서도 IS 같은 극단주의 조직이 자생하게 될 것입니다."

2015년 12월 현재 다시 갓톡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IS와 전혀 무관한, 2010년 봄에 방글라데시 매체에서 보도한 사진을 IS가 크리스천 가정의 아기를 살해하는 장면으로 묘사한 것은 단순한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 부주의했다고 해도 그 정도는 지나쳐 보인다(영문판 글을 염두에 둘 때).

이 내용을 한글로 번역하고 다듬어서 한국교회에 공유한 이들은 이 글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 사진이 담긴 영문판의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이슬람의 잔악성을 알리고 경계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 다시 사용했던 것 같다. 이런 일련의 행동에는 부주의함 또는 이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진과 내용이 이슬람을 악하다고 묘사하기에 적절한 자료로 보이기에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공유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건강한 토론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건강한 비판을 위해서는, 상대는 악하다고 혐의한 상태에서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보다 사실에 바탕을 둔 근거를 제시하고, 그만큼만 비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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