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황규철 목사에게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박석구 목사가 11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박 목사는 자신도 마치 황규철 목사를 칼로 찌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양팔에 붕대를 감고 환자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기자회견은 박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금천구 예복교회에서 진행됐다.

하루 전인 9일, 황규철·박석구 목사의 소속 교단이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예장합동·박무용 총회장)는 두 목사에 대해 면직 및 제명·출교 조치를 내렸다. 두 사람의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처리한 것이다. 총회는 "이 두 사람이 이권을 쟁취하기 위해 교회를 무시하고 짓밟았다"고 했다. (관련 기사: 예장합동, 황규철·박석구 목사 영구 제명 및 출교)

박석구 목사는 총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국교회와 총회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긴 했지만, 자신이 피해자인데, 황규철 목사와 동급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총회의 조치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으로 해결할 것이다"라며 앞으로 총회와 소송전에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황규철 목사 최측근에서 도운 이유, 노회에서 내보내기 위해?

박석구 목사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을 둘러싼 잘못된 소문들이 퍼져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박 목사는 황규철 목사의 총무 선거를 돕는 등 오랜 기간 황 목사의 최측근으로 지냈었다.

그는 총무 선거를 도와준 대가로 이권을 요구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황규철 목사의 총무 선거를 도왔던 이유는, 순전히 황규철 목사를 노회에서 밀어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황 목사가 하도 노회에서 전횡을 일삼으니 총무로 보내놓고 노회는 평안한 상태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황규철 목사가 가스총 사건으로 총무직을 내려놓을 위기에 처했을 때 앞장서서 황 목사를 방어한 이유도, 그러지 않으면 황 목사가 노회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황규철 목사에게 총무가 되면 노회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나 박석구 목사는 2012년 8월 황규철 목사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총회 사업권 등 각종 이권을 약속했다고 말한다.

"귀하(황규철)가 교단 총무 선거에 나갈 시 선거 자금을 요구하였기에 본인(박석구)은 총무 선거 자금으로 3,000만 원을 주었고, 그 대가로 총대 자리, 노회 서기 3년, 총회의 각종 사업권을 주기로 약속받았다. 이것에 관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박석구 목사는 <뉴스앤조이> 기자에게 "황규철 목사가 먼저 말한 것이지 내가 요구한 게 아니다. 황규철 목사가 '내가 총무 되면 네가 노회 서기도 하고, 총대도 하고, 총회 사업권도 가져가야지 누가 하냐'고 말한 것이다. 총회 사업권도 난 뭐가 뭔지 전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총회에서 회의록 같은 거 한 번 만들면 수천만 원이 든다. 그런 거 어디에다가 맡길지 선택권을 준다는 차원에서 나에게 알아보라고 말한 거다. 실제로 나는 알아만 보고 그 이후는 황규철 목사가 알아서 했다"고 해명했다.

최근 3년간 평동노회 서기를 하고, 총회 총대에 선출된 것 또한 황규철 목사가 밀어준 게 아니라 노회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황규철 목사가 총무로 당선될 당시인 2011년 가을, 자신은 노회 부서기였기 때문에 2012년 봄 노회에서 서기가 될 차례였는데, 황규철 목사가 자신을 빼고 다른 사람을 서기로 앉혔다고 했다.

노회 재판국 회부된 황규철 목사, 박석구 목사에 무마 요청…거절하자 범행

박석구 목사는 쌍방이 서로 칼을 찔렀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최근 코너에 몰린 황규철 목사가 자신을 회유하려다 실패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박석구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지난해 9월, 총무 임기를 마치고 노회에 복귀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황규철 목사는 2015년 4월 노회장이 되면서 노회 행정에 관여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노회 산하 교회인 ㅇ교회 재산을 탐냈다는 것이다. 분쟁 중인 ㅇ교회에 박석구 목사가 임시당회장으로 있었는데, 40억 원대에 이르는 교회 부동산을 지켜 주려는 박 목사와 이를 탐내는 황 목사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고 했다. (관련 기사: 황규철 목사는 왜 박석구 목사를 찔렀나)

이에 반발한 박석구 목사는 황 목사를 끌어내리기 위해 노회 공금횡령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다른 노회원들도 이에 가세해 지난달 열린 가을노회에서 황 목사의 노회장직을 정직하고, 노회 공금횡령 문제를 다루기 위해 재판국을 설치했다.

박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노회 재판을 무마하려고 자신을 찾아왔다고 했다. 박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노회에 공금횡령 문제 제기했던 건 황 목사에게 화가 나 우발적으로 한 것이니 없던 걸로 하자고 말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석구 목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총무 선거 때 빌려간 돈 1,700만 원을 갚으라는 등 황 목사에게 협조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이에 격분한 황 목사가 자신을 일방적으로 찔렀다는 것이다.

실황 녹취록 경찰에 제출…"가해자 꼬리표 떼겠다"

박석구 목사는, 황규철 목사가 한쪽 다리는 탁자 위에, 다른 다리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린 채 자신의 복부를 여러 차례 찌르는 등 일방적으로 피습을 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자해를 시도하던 황규철 목사가 갑자기 자신의 목을 겨눴고, 칼을 양손으로 막는 와중에 경찰이 도착한 건 하나님의 은혜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대장 10cm 정도를 절제해 배변 주머니를 달고 생활하는 등 앞으로도 수개월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는 박 목사는, 상처가 커 6개월 뒤 한 번 더 큰 수술을 해야 한다고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말했다.

박석구 목사는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당시 상황 녹취록 등 증거자료를 이날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자신이 황규철 목사를 찌른 게 아니라 황 목사가 자해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경찰 최초 출동 당시 쌍방 범죄로 규정해 자신도 가해자로 몬 것도 책임을 묻는 등, 앞으로 진행될 수사에서 자신이 피해자 신분임을 밝히고, 자신에게 씌워졌던 가해자 꼬리표를 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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