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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의 유체 이탈

자기 잘못은 '고난'으로, 문제 제기하는 교인들은 '판단자'로

구권효 기자   기사승인 2015.11.10  15: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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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정치인들의 '유체 이탈' 화법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자신이 책임자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왜 잘못했느냐고 따진다. 때로는 다수의 국민에게까지 '나는, 우리 정당은 잘하고 있는데 왜 너희들은 그 모양이냐'고 혼낸다. 본인의 눈이 비뚤어진 것을, 세상이 비뚤어진 줄로 착각한다. 듣는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

유체 이탈 화법은 교회 안에서도 횡행한다. 특히 담임목사 때문에 분쟁이 생긴 교회에서, 목사가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어려움을 '고난'으로 포장하고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불순분자'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광주 ㅍ교회의 경우를 보자. (관련 기사: 광주 ㅍ교회 담임목사, 교회 돈 수십억 횡령 혐의로 피소) 교회는 담임목사의 과도한 재정 사용 때문에 1년간 내홍을 겪었다. 예배당 안에서 유인물이 돌고 고성이 오간 적도 있었다. 지난 11월 8일 주일, 이 아무개 담임목사의 설교를 자세하게 들어 보았다.

   
▲ 11월 8일, 광주 ㅍ교회 예배 현장. 담임 이 아무개 목사는 이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예배를 빼앗기지 말라"고 설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이날 설교 본문은 이사야 66장 1~3절이었다.

"1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판이니 너희가 나를 위하여 무슨 집을 지으랴 내가 안식할 처소가 어디랴 2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 손이 이 모든 것을 이었으므로 그들이 생겼느니라 무릇 마음이 가난하고 심령에 통회하며 내 말을 듣고 떠는 자 그 사람은 내가 돌보려니와 3 소를 잡아 드리는 것은 살인함과 다름이 없이 하고 어린 양으로 제사드리는 것은 개의 목을 꺾음과 다름이 없이 하며 드리는 예물은 돼지의 피와 다름이 없이 하고 분향하는 것은 우상을 찬송함과 다름이 없이 행하는 그들은 자기의 길을 택하며 그들의 마음은 가증한 것을 기뻐한즉"

본격적인 설교 전, 이 목사는 이사야를 담임목사에 빗댔다.

"오늘 본문이 기록되던 당시 성도들은 부족함이 없는 교회 생활을 했습니다. 좋은 예배당 지었고 사람들이 많이 출석했고, 이 당시에 담임목사가 누굽니까? 이사야 선지자입니다. 귀족 출신입니다. 좋은 가문의 사람이고 지식이 풍부하고 영성이 누구보다 깨어 있는 사람입니다. 구약시대 선지자들은 하나님이 직접 뽑으시고 직접 사용하시는 그야말로 생생하게 하나님의 능력이 드러나는 종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 아시나요? 선지자들은 거의 다 성도들에게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 (성도들이) 설교가 강하다고, 목회가 자기중심적이라고, 불편하다고 대들고 그들을 진흙 구덩이에 몰아넣기도 하고 차꼬에 발을 채우기도 하고 때리기도 했어요."

이날 설교의 골자는 '예배'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예배를 실패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목사는 본문을 통해 예배를 강조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3절을 보세요. (중략) 예배당에 나오긴 하는데 판단자로 나오는 거예요. 예배에 나와서 설교도 예배도 아무 상관없어요. 오직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계획대로, 내 뜻만을 택하는 거예요.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고 하나님 말씀대로 나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예배당에 나와서 예배에 초점을 맞추고 예배자가 되어야 하는데, 자기가 기준이 되어서 사람들을 미워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고. 목사·장로·행정·재정·인사… 이런 것들에 초점을 맞춰서 시험에 들어요. (중략) 이사야 당시 성도들은 예배당에 올 때 자기 판단, 자기 기준을 가지고 판단자로 늘 예배당에 나왔습니다. 예배·설교·목회, 다른 사람 판단하고. 열매가 없는 거지요."

이 목사는 ㅍ교회를 예루살렘 성전에 비유했다. 하나님은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형통의 복을 준다고 설교했다.

"그러면 질문이 생깁니다.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돌봐 주시고 복 받을 그런 믿음은 어떤 믿음인가. (중략) 시편 122편 6절을 보세요.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 교회의 평안을 구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은 형통함이 있다는 거예요. 여기서 이렇게 반문할 수 있어요. 목사님, 교회가 교회다울 때 평안을 구하고 사랑하지요. 시편 122편이 기록될 당시 형편은 교회가 고통 속에 있을 때였어요. 가정·직장·민족·회사가 고통당하고 사분오열될 때, 그 속에서 예배자로, 꿈을 꾸는 사람으로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의 평안을 구하는 사람에게 형통의 복이 나타난다는 거예요."

교회가 어떠한 상황인지 판단하지 말고 오직 예배에 초점을 맞추고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형통의 복을 약속했다. 이 목사는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예배자가 되십시오. 예배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마십시오. 남의 예배를 절대로 방해하지 마십시오. 예배자가 되는 사람을 하나님은 반드시 돌보십니다."

이 정도면 보통의 교회에서 전파되는 평범한 설교일 수 있다. 그러나 담임목사의 재정 사용 때문에 내홍을 겪고 있는 교회에서는 표적 설교가 될 수도 있다. 본문 자체의 역사적 상황과 맥락의 분석이 타당한지는 둘째 치더라도, 이 목사의 설교는 교회 안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 조용기 목사는 배임과 조세 포탈로 유죄를 받은 그 주에 어떻게 설교했을까.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실 ㅍ교회 정도는 양반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는 작년 2월 20일, 배임 및 조세 포탈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형을 받았다. 그 주 주일이었던 23일, 조 목사는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배임과 탈세는 '고난'으로 둔갑했다. (관련 기사: '유죄' 조용기 목사, "진주 만들려고 고난 주셔")

"요 이태 동안에 저는 50년의 목회 생활 중 가장 어려운 고난을 겪었습니다. 시련을 겪고 고통 속에 있었습니다만, 제가 이때까지 신앙해 온 중에 하나님이 가장 유익된 날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많은 고통이 다가오고 내가 변명을 하고 싶고 사람이니까 대항하고 싶고 복수하고 싶고 여러 가지 착잡한 잘못된 생각들이 마음에 많이 떠올랐습니다. 그럴 동안에 회개할 수 있고 성령의 변화를 받을 수 있고 그리고 진주조개가 되는 것을 바라볼 수도 있고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제가 고난을 당하는 동안 우리 성도 여러분께서 저를 위해 많이 기도해 주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중략) 이 시험과 환난도 저에게 크게 좋게 만들어 줄 것을 믿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오정현 목사는 논문 표절로 겪은 어려움을 '형벌'로 표현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도 비슷하다. 오 목사는 지난 6월 초 <뉴스앤조이>의 보도로 목회 활동비 사용 내역이 밝혀진 그 주 주일 설교를 통해, 피켓 시위를 벌이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를 비판했다. 설교의 내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교회 안에서 원망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관련 기사: 오정현 목사, "순장들이 왜 피켓을 드나. 제자 훈련 잘못한 것")

"성령은 원망의 영이 아니에요. 성령은 원망하지 않아요. 원망 뒤에는 사탄이 있어요. 사마귀(사탄·마귀·귀신)가 지엽적인 것을 가지고 공동체를 어렵게 끌고 갑니다. 원망과 불평의 소리가 무서운 이유가 있어요. 시편 106편 25절을 보세요. 불평과 원망이 갖는 약점은, 원망하는 순간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가 않아요. 들으려고 하지도 않아요. 원망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보이지도 않아요. 성도들이 정말 가까이하지 말아야 할 사마귀의 음모예요. 잘못된 사탄의 궤계에 놀아나지 맙시다. 초대교회 갈등의 실체는 원망과 불평으로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성령의 뜻이 아니에요. (중략)

사도들은 자기반성을 했어요. 기도와 말씀 전하는 일이 약해진 것을 깨닫고 자신들은 기도와 말씀 사역에 전념하겠다고 했어요. 우리 사랑의교회에도 수천 명의 순장이 있어요. 순장들이 말씀 사역에 전념해야 해요. 그런데 왜 피켓을 들어요? 제자 훈련 잘못한 거예요. 자기반성을 통해 우선순위에 집중하는 게 영적인 본능이 되어야 해요."

오정현 목사는 논문 표절과 초호화 예배당 건축으로 받은 비난을 '고난', '형벌'로 표현했다. 지난 9월 당회에서도 오 목사는 장로들에게 "내가 형벌 받았잖아요, 3년 동안"이라고 말했다.

당사자뿐만 아니다. 옆에 있는 다른 목사들도 부추긴다. 2013년 11월,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 입당 예배에 초청받아 온 사람들은 새 건물과 오정현 목사를 칭찬하기 바빴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오 목사를 산모로 비유하면서, 아이를 낳을 때는 당연히 고통이 따른다고 말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 노창수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살전 1:3)로 시련을 이겨 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사랑의교회 새 건물 입당에 찬사 쏟아져)

   
▲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 입당 감사 예배 현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고난', '시련', '형벌'. 성경에 나오는 이런 단어들은 주로 선지자들이나 사도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행동하다가 어려움을 당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이것은 결국 죽기까지 순종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본으로 한다. 목사가 설교 시간에 이런 레토릭을 구사하는 것은 피해가 심각하다. 보통의 교회에서 목사의 설교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항변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니기 때문이다.

교인들은 위와 같은 설교를 들으면서 "아멘"으로 호응한다. 목사는 교인들의 화답 뒤에 숨고,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비판자', '판단자'라는 오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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