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제주 강정에서 열린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350만 원을 선고받은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지난해 벌금을 내는 대신 제 발로 구치소에 들어갔다. 쌍용차 부당 해고, 용산 참사, 세월호 현장에서 기독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최헌국 목사(촛불교회)도 지난 5월 벌금 200만 원을 내는 대신 구치소를 선택했다.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 역시 2008년 참가했던 집회에서 도로 교통을 방해했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6월 자진해서 구치소에 걸어 들어갔다. 헌법이 명시한 집회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고, 시위대에 부과되는 과도한 벌금 폭탄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관련 기사: 교회협, 벌금형 받은 기독인 돕기 위해 모금)

▲ 자진 노역을 선택해 서울구치소로 이송되는 방인성 목사를 지지하기 위한 기도회가 11월 9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11월 9일, 또 한 명의 목사가 시위 중 부과된 벌금에 항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갇힌 몸이 되었다. 한국교회 개혁 운동에 앞장서 온 방인성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실행위원장·희년함께 공동대표)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것이다.

방인성 목사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반대 시위는 격해지고 있었고 방 목사는 시위가 폭력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위대에 뛰어들었다. 서울 감리교회관 앞 인도는 모두 경찰들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그는 도로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찰은 방 목사에게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차량 통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및 집시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5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하지만 방인성 목사는 위에 언급한 다른 목사들처럼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화적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무분별하고 과도한 벌금형에 항의하기 위해 노역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노역은 1일 10만 원으로 계산된다. 방 목사는 5일을 구치소에서 보내야 한다.

11월 9일 아침, 방인성 목사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그가 이송되기 전, 경찰서 앞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쟁취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최헌국 목사(촛불교회)의 사회로 조헌정 목사(향린교회), 박득훈 목사(새맘교회) 등이 방인성 목사를 지지하는 발언을 맡았다.

▲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들과 박득훈(새맘교회), 조헌정(향린교회) 목사가 기도회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조헌정 목사는 "방인성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행동하는 이 시대 의인의 상징이다. 작년 세월호 현장에서 40일 금식을 통해 이 땅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특히 국가 폭력으로 아픔을 당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삶을 다해 함께해 왔다"고 했다.

박득훈 목사는 "경찰은 평화적으로 저항하는 방인성 목사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을 묶었다. 외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우리의 입을 막고 손을 묶고 있다. 이 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저항하는 것이다. 모세 한 사람이 저항했을 때 새 역사가 일어났다. 방 목사님의 몸짓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기도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떠나는 방인성 목사를 배웅하기 위해 종로경찰서 입구에 모였다. 하지만 채증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경찰 예닐곱 명이 참석자들 앞을 막아섰다. 방 목사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몇 분 후, 경찰 두 명이 방인성 목사의 팔짱을 끼고 나타났다. 방 목사의 손에는 수갑과 포승줄이 묶여 있었다.

▲ 방인성 목사가 서울구치소로 떠날 때가 되자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경찰서 입구에 서 있었다. 경찰은 채증 카메라를 들고 이들을 막아섰다. 경찰은 방 목사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을 묶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방인성 목사는 종로경찰서에서 검찰 유치장을 거쳐 서울구치소에 수감된다. 면회는 하루 1회, 면회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5명으로 제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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