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강혜원 인턴기자] 빚쟁이 청년들에게 '희년'을 가져다주자는 청춘희년운동본부의 청춘희년프로젝트(청춘희년). 지난 기사에서 만난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은 청춘희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청년 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잠정적 연체자인 대학생들을 위한 제도 마련을 원했다. 부채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단순한 시혜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관련 기사: 빚질 수 있음에 감사한 대학생들에게 '청춘희년프로젝트'란?)

나는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유무와 청춘희년에 관한 설문 조사를 했다. 총 95명의 학우가 참여했다.

95명 중 24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 중 17명이 앞으로도 추가로 학자금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았다고 한 71명 중 5명은 앞으로 대출받을 계획이 있다고 했다. 설문 조사의 통계로 보면, 약 30%의 학생이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은 71명 중 22명(31%), 학자금 대출을 받은 24명 중 20명(83%)이 청춘희년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학자금 대출자 16명은 나중에 자신이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자가 된다면 청춘희년에 지원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반면, 12명은 청춘희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 같다', '200만 원 지원금이 너무 작다', '프로젝트의 단발성이 걱정 된다' 등의 우려였다.

설문지에 참여한 95명의 학우와 지난 기사에서 인터뷰에 응한 5명, 총 100명의 성공회대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생각보다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런 결과를 안고 지난 10월 8일, 청춘희년운동본부 김덕영 사무처장을 만났다. 김덕영 사무처장은 대학생들의 생각을 듣고 어떤 말을 전했을까. 청년 부채 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과 청춘희년에 얽힌 여러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청춘희년운동본부 김덕영 사무처장을 만났다. 김 사무처장은 청춘희년프로젝트가 '희년'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0만 원의 '한계'를 '효과'로

대학생들이 청춘희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갸웃했던 건 역시 '200만 원'이라는 지원 금액이었다. 일반 대학에서 한 학기 등록금이 저렴해야 350만 원 정도인데, 200만 원이라는 돈으로 과연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덕영 사무처장도 물론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1차 프로젝트 당시 청춘희년운동본부가 지원할 수 있는 총 금액이 2,000만 원이었습니다. 이를 최종 선발한 10명에게 200만 원씩 지원했죠. '200만 원이 청년들의 부채 탕감에 도움이 될까'라는 인식이 팽배한데요. 당시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차라리 1명의 부채를 완전히 탕감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죠.

1차 프로젝트 지원 자격이 학자금 대출 연체 6개월 이상이었습니다. 2차는 3개월 이상입니다. 우리가 연구한 결과, 연체가 6개월 이상이 되면 점점 부채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200만 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늪에 완전히 빠지기 전에 구출하는 거죠. 저희에게 주어진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이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청춘희년운동본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아직까지 홍보도 부족하고 후원의 손길도 더디다. 김덕영 사무처장은 교회 차원의 후원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했다. 청춘희년은 직접적으로 청년들의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지만, 그 바탕에는 '희년'의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의 교회는 '빚지는 청년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교회는 청년들이 얼마나 힘든지에 관심이 있다기보다, 요즘 청년들은 왜 교회에 나오지 않는지 정도의 인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교회는 먼저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신음을 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많은 교회들이 청년 부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청춘희년운동본부를 후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춘희년에 후원하는 것은 교회가 '희년'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무상 지원 아닌 '자활' 위한 부채 탕감

▲ 청춘희년프로젝트는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부채의 늪에 빠진 청년들에게 재무 교육과 상담을 제공해 자활을 돕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스스로 진 빚은 스스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독교인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교회의 참여를 위해서는 이런 입장도 포용해야 한다. 김덕영 사무처장은 "1차 프로젝트 당시 단순히 연체자들의 부채를 일부 갚아 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2차 프로젝트는 1차 프로젝트에 비해 자활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 확대했다"고 말했다.

2차 청춘희년프로젝트의 지원은 지난 10월 21일에 마감됐다. 최종 대상자 선발 날짜는 11월 16일이다. 최종 선발되지 않아도 1차에서 선정된 대상자들에게 무료로 청년 금융 복지 상담 서비스와 채무 조정, 금융 컨설팅, 복지 서비스, 서민 금융제도 등의 시스템을 지원한다. 이 과정을 거쳐 상담을 통해 최종 10명을 선발한다.

11월 16일, 최종 대상자 선정이 완료되면 대상자들은 4개월간 금융 재활 교육을 받게 된다. 1차 청춘희년에서는 금융 교육 수료 후 바로 200만 원의 원금을 탕감해 주었으나, 2차 때는 50만 원을 지원하고 200만 원은 무이자 전환 대출해 준다. 무이자 대출을 받은 200만 원을 다 갚아야 하느냐, 아니다. 200만 원의 70%만 갚으면 나머지 30%는 자동 탕감된다. 부채 원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금액을 2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낮추고 거기에 200만 원 무이자 대출 제도를 추가한 것이다.

청춘희년운동본부는 연체자들의 '자활'에 초점을 뒀다. 이들의 저축 습관을 기르기 위해 '2배 통장' 제도를 만들었다. 대상자들이 4개월 교육 기간 동안 청춘희년운동본부에 저축을 하면, 저축 금액을 2배로 불려서 되돌려준다. 또 'THE 바짝 소모임', '채무자 교육 프로그램', '멘토 연결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실용적인 재무 습관을 만들고 무료 금융 교육을 진행한다.

부채는 당신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다양한 프로그램과 금융 교육은 연체자들이 적은 재원으로 소비 습관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주도적으로 삶을 계획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둔다. 김덕영 사무처장은 특히 재무 교육의 일환인 소모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종 10명에 선정된 대상자들은 소모임을 통해 서로의 소비 습관을 개선하는 과정을 나누고 소통하게 된다.

"연체자들이 단지 금융 교육만 받는다고 해서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최종 선발된 10명은 4달간 월 4회에 걸쳐 'THE 바짝 소모임'을 합니다. 이 모임의 핵심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1차 프로젝트에서 부채로 고통받는 청년들은 주변과의 관계를 끊고 지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연체자들에게 '부채는 당신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이들이 이 모임 안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어려운 청년들에게 시혜를 베푸는 개념이 아니라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중요합니다. 단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청년들을 도와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회에서 청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게 하고 싶다는 거죠."

청년 부채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청춘희년운동본부가 갈 길은 멀다. 청춘희년운동본부는 청춘희년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 그동안 대학가와 청년 연체자들의 주거지역인 노량진, 신림, 경기도 외각에 위치한 고시원을 중심으로 전단지를 나누고 포스터를 붙였다.

"청년들의 부채 문제를 청년들의 문제로만 돌리지 말고 사회가 나서서 함께 해결해야 해요. 청년들과 소통할 장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차 때는 홍대 거리에서 피케팅과 퍼포먼스를 통해 거리 행진을 했어요. 2차 때는 일부 뮤지션을 초대해서 공연을 하는 등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더 활성화할 예정이에요. 11월 16일, 최종 대상자 발표가 끝나면 그 달 말에 청춘희년 축제를 열 것입니다.

청년 연체자들은 굉장히 억눌려 있는 상태예요. 거기다 청춘희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이곳을 경계하는 연체자들도 있죠. 청춘희년이 더 알려져서 정말 절박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 청춘희년운동본부 홈페이지
* 청춘희년운동본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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