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규철 목사가 박석구 목사를 칼로 찔렀다는 사실에 교계는 물론 사회도 떠들썩하다. 황 목사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예장합동 총회 총무를 역임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목사가 목사를 칼로 찔렀다." 황규철 목사와 박석구 목사의 칼부림이 며칠째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 목사는 10월 22일 저녁 6시경 서울 금천구 예복교회 당회실에서 박 목사를 만났다. 1시간 정도 후 별안간 비명 소리가 들렸고, 부목사가 당회실에 들어가 보니 박석구 목사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칼은 황규철 목사가 가져온 것이었다.

박석구 목사는 수차례 칼을 맞고 고대구로병원에 실려 가 9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옆구리와 얼굴, 손에 상처를 입어, 내과·성형외과·신경외과 수술을 받았다. 황규철 목사도 상해를 입고 강남성심병원에 실려 가 수술을 받았다. 한 언론은 황 목사 가족들의 말을 빌려, 황 목사가 간과 횡격막, 손가락 인대에 상처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10월 25일, 두 목사는 모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했다. 둘 다 가족들의 간호를 받으며 취재를 거부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예복교회는 25일 주일, 이전처럼 예배가 열렸다. 박석구 목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부목사가 "담임목사님 부재 중이라 제가 설교합니다"라 말하고, 한 장로가 "목사님 건강 회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게 다였다. 사건 현장과 관계된 것은 모두 정리했고, 담임목사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에는 여전히 황규철 목사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붙었다가 떨어졌다가, 두 목사의 이상한 관계

▲ 황규철 목사는 총무 재임 시 상당한 추문을 일으켰다. 사진은 2012년 9월 예장합동 총회 석상에서 가스총을 빼들어 겨누는 황규철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황규철(68)과 박석구(47). 두 목사는 얼마 전까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평동노회 소속이었다. 황 목사는 2011년 9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예장합동 총무로 지내며 온갖 추문을 만들어 냈다. 2012년 9월, 총회 석상에서 가스총을 꺼내 보이고 총대들을 겨냥한 행동은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 그렇게 교단에 먹칠을 하고서도 퇴임할 때는 4억 원을 챙겼다. 박석구 목사는 수년간 평동노회 서기를 지내며 총회 일에도 관여해 왔다.

두 목사는 원래 사이가 좋았다. 황규철 목사가 2011년 9월 총무로 당선되기까지, 박석구 목사는 그의 참모 역할을 했다. 좋은 관계였지만 건전한 관계는 아니었다. 박 목사는 총무 선거와 관련해 교단 내 지도급 인사들에게 황 목사 대신 돈 봉투를 뿌렸다. 박 목사는 선거 자금으로 3,000만 원을 황 목사에게 마련해 줬다고 했다.

이 일은 2012년 8월, 박석구 목사가 황규철 목사의 지시로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자필 진술서를 써서 금권 선거를 폭로하며 알려졌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황 목사가 총무 선거를 도와주면 노회 서기와 총대 자리, 총회의 각종 사업권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합동 총무 이번엔 금권 선거 의혹)

진흙탕 싸움으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2013년 9월 예장합동 98회 총회 현장에서는 황규철 목사의 총무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원성이 높았다. 여기서 박석구 목사는 벼랑 끝에 몰린 황규철 목사의 편을 든다. 황 목사에게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는 총대들의 말에, "증거를 제시하라"며 황 목사를 변호한 것이다. (관련 기사: [합동21-동영상] '황규철 총무 감싸기'에 총대들 분노 폭발)

황규철 목사가 약속을 지켜서였을까. 실제로 박석구 목사는 지난 3년간 평동노회 서기를 역임했고 2년간은 총대로도 선출됐다. 하지만 좋은 관계도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9월, 예장합동 100회 총회 현장에서 만난 박석구 목사는 기자에게 "욕심을 못 버리고 또다시 노회장 자리를 꿰찼다"며 황규철 목사를 욕했다. 황 목사는 지금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기도 창피하니까 어디 도망가지 않았겠느냐"고 답했다.

▲ 박석구 목사가 수천만 원의 돈을 써 가며 황규철 목사를 보좌하던 때도 있었다. 사진은 2013년 9월 예장합동 총회에서, 황규철 목사의 총무직을 해임하라고 총대들이 아우성칠 때 온몸으로 막는 박석구 목사(사진 가운데).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코너에 몰린 두 목사, 파국으로

그렇다고 칼부림까지 날 정도였을까.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은 이유에 대해, 노회 관계자들은 'ㅇ교회 사건'이 결정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ㅇ교회 사건으로 두 목사는 서로 다른 코너에 몰렸고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ㅇ교회는 예장합동 ㄴ노회 소속으로 지난 2013년부터 분쟁을 겪었다. 몇몇 교인들이 A 담임목사를 규탄했고, A 목사는 이들을 출교하며 맞섰다. ㄴ노회는 A 목사를 비판하는 교인들 편에 섰다. A 목사를 면직하고 임시당회장을 파송했다. 그러나 A 목사는 그 전에 노회를 탈퇴해 버렸다. 양측은 사회 법으로도 소송을 계속했다.

2014년, A 목사가 교회 재산 수십억 원을 평동노회에 증여하고 평동노회에 가입하면서 일이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평동노회는 박석구 목사를 ㅇ교회 임시당회장으로 파송했다. 박 목사는 ㅇ교회를 ㅅ교회로 이름을 바꾸고 총회에 등록한 후 대표자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그러나 이것이 빌미가 되어 박 목사는 올해 9월 예장합동 100회 총회에서, 총회를 기망했다는 이유로 총회 및 노회 공직 정지 5년을 선고받는다.

▲ 박석구 목사가 시무하는 예복교회 주차장에는 황규철 목사의 차가 여전히 세워져 있다(사진 맨 앞 은색 벤츠). ⓒ뉴스앤조이 최승현

한편, 황규철 목사는 2014년 9월 총무 임기를 마친 후 두문불출하다가 2015년 4월 다시 평동노회 노회장이 된다. 황 목사는 ㅇ교회에도 일선에서 관여했다. ㅇ교회 사건으로 총회에 소송을 걸었다가 패했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예장합동 총회는 총회를 상대로 교단법을 거치지 않고 먼저 사회 법에 고소했다가 패한 사람이나 노회의 총대 자격을 박탈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평동노회가 지난 100회 총회 부총회장 후보로 추천한 장대영 목사는 총회 현장에서 입후보가 취소됐다.

총회가 끝난 후 지난 10월 정기노회에서, 그동안 전횡을 일삼아 온 황규철 목사에 대한 평동노회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ㅅ 목사를 중심으로 황 목사가 노회 돈을 횡령하고 가짜 장로를 세워 총무에 입후보했다는 비리가 폭로되었다. 노회원들은 ㅇ교회 문제도 황 목사가 ㅇ교회 재산에 눈독을 들여 총회와 노회 사이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더욱 꼬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회원들은 황 목사를 노회장으로서 불신임하고 그에 대한 재판국을 구성했다. 황 목사가 담임하는 예인교회에는 임시당회장을 파송했다.

코너에 몰린 황규철 목사는 10월 15일, 노회를 탈퇴해 버렸다. 그리고 칼을 갈았다. 평동노회 사람들은, 황규철 목사가 이 모든 일이 박석구 목사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코너에 몰린 박 목사가 앙심을 품고 자신의 비리를 다른 목사들에게 제보했다고 추측한 것이다.

황규철 목사, 노회 재판과 경찰 수사 예정

평동노회는 황규철 목사에 대한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황 목사가 이미 노회를 탈퇴했지만, 노회는 이번에 확실하게 끝장을 보겠다는 심산이다. 일단 황 목사가 회복하기를 기다렸다가 소환할 작정이다.

황규철 목사와 박석구 목사가 회복되면 칼부림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박석구 목사를 면회한 관계자에 따르면, 박 목사는 황 목사가 자신의 옆구리를 세 번 찌르고 비틀려고 하기에 황 목사의 손을 잡고 버텼으며, 황 목사에게 난 상처는 황 목사가 자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규철 목사는 위협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박 목사가 먼저 자신을 찔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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