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기독교인 교사들로 구성된 좋은교사운동(좋은교사·공동대표 김진우·임종화)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좋은교사는 서명을 토대로 오는 10월 23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 세미나실에서 '기독 교사 실천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명 바로 가기)

좋은교사는 선언문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권력이 자신들의 정치 이념을 주입하기 위해 교육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교육과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만약 현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느리더라도 학문적 토론과 자유로운 선택의 과정을 통해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명은 기독교인 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역사 교과뿐 아니라 다른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도 해당된다.

다음은 좋은교사의 선언문 전문.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기독 교사 실천 선언

우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육기본법 6조 1항은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은 정치 세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합니다. 국가권력이 과도하게 교육과정에 개입하게 될 때 교육은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세력은 현재의 교과서가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바로잡는 방법은 학문적 토론과 자유로운 선택의 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약 현재의 교과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 있다면 학문적으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질 높은 교과서를 제작함으로써 공정 경쟁을 통하여 선택받아야 합니다. 그 과정이 답답하고 어렵다고 하여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강요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적 방식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발상의 근저에는 자신들만이 옳다는 독선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민과 교사들은 무지하거나 사악하기 때문에 그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독재자가 필요하다는 사고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어떤 의견이 정말로 잘못되었다 해도 그것을 억압하는 행위는 여전히 악이라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탄압받는 의견이 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온 인류를 대신하여 그 문제의 답을 결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판단 수단을 박탈할 권한이 그들에게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불행한 일이지만 인간이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는 사실은 이론상으로는 늘 허용되지만 실제 판단에서는 중요시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탄식합니다. 역사적 비극은 바로 이러한 점을 망각한 권력자의 독선적 사고에서 자주 일어나고,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를 우리 사회의 원리로 채택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원리는 특히 학문과 교육에 적용되어야 합니다. 어떤 특정 정치 세력이 학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학자와 교육자들의 양심에 기초한 자유로운 연구와 토론이 일어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입니다. 심판이 심판의 역할을 벗어나 직접 한 편을 들겠다고 나선다면 게임이 성립될 수 없습니다.

현 정부의 무리수는 역사 교과서 적용 시점에서도 나타납니다. 2015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시점이 2018년입니다. 그러나 국정 역사 교과서는 2017년부터 적용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근거를 개정 교육과정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명백한 자기모순을 강행하는 이유가 대관절 무엇입니까?

우리 교사들은 현재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권력이 자신들의 정치 이념을 주입하기 위하여 교육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이 권력에 예속될 때 교사는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되고 맙니다. 교육공무원은 현재 정당 가입이 제한될 만큼 엄격하게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여당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으며, 그들의 의도대로 교육과정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교사로 하여금 특정 정치 세력의 이념을 선전하도록 강요하는 것이고,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지금까지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학문의 진실에 바탕을 두고 묵묵히 교실을 지켜온 현장 교사들은 교육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침해하는 이와 같은 권력의 횡포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낍니다.

이에 우리 기독 교사들은 분명히 밝힙니다. 우리는 특정 정치 세력의 입장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교육과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고 교사에게 주어진 교권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의 교육권은 특정 정치 세력에 복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는 다음 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자로서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길러 주는 일과 그러한 여건을 만들어 가는 데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생각하며 반성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어진 교과서를 마치 경전인 것처럼 떠받든 측면이 있습니다. 교과서도 얼마든지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과 다른 학문적 입장도 균형 있게 다루는 것이 합당한 태도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고, 현재의 시험 체제에서는 별로 소용없는 경우가 많았기에 교사로서 그러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를 배우도록 하는 것에 부족함이 있었음을 겸허히 반성합니다.

이에 우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상황 앞에서 아이들과 국민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고자 아래와 같이 실천할 것을 선언합니다.

1. 우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2. 우리는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해당 교과와 연결 교과는 물론이고, 교과를 뛰어넘어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기에 힘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스스로 먼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3. 우리는 교사가 교육과정의 전문가임을 자각하고, 한국사뿐 아니라 내가 가르치는 모든 교과목에 있어서 어떠한 교과서가 주어지더라도 교과서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학문적 전문성과 교사의 양심에 바탕을 두고 재구성하기에 힘쓸 것입니다. 특히 우리는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하나의 관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관점을 소개해 주고, 이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을 하도록 힘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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