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교사운동 기독역사교사모임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 김진우·임종화) 기독역사교사모임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사들은 성명서에서 "우리는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역사 교사로 친일을 친일이라, 독재를 독재라 말하지 못하게 하는 역사교육의 탄압을 꾀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 발표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기독역사교사모임 김영식 교사는 "역사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이 역사를 다양한 해석으로 토론하고 생각하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국민 의식과 애국심 고양은 부수적인 부분이고 긍정적인 역사의식은 목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화는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해 비판적 사고를 막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국민들의 의식을 통제하고 교화하려는 요소가 있다"며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들은 진리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싸운 과거 그리스도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역사적 진실을 지키고 가르치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연대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규탄하는 기독역사교사모임 성명서

교육부는 역사 해석의 다양한 관점을 봉쇄하고 역사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즉시 철회하십시오.

우리는 역사 속에서의 하나님의 섭리와 주권을 신앙으로 고백하는 역사 교사로서 역사 해석의 다양한 관점을 원천 봉쇄하는 획일화된 역사교육과 친일을 친일이라, 독재를 독재라 말하지 못하게 하는 역사교육의 탄압을 꾀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 발표를 엄중히 규탄합니다.

역사교육은 과거의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밝혀내고 재구성하며,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평가하는 토론의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분석 능력을 키우는 교과입니다. 역사적 탐구의 과정에서 민족적 정체성과 민주 시민 역량은 자연스럽게 배양되는 자질일 뿐 이것 자체가 역사교육의 목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자가 역사에 대한 해석을 독점하는 것은 폭군이라 불렸던 연산군이 사초를 열람하고 관련자를 숙청했던 것과 같이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몰상식적이며 폭압적인 조처이자 역사교육 자체를 왜곡시키고 파괴하는 조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역사의식과 국민적 정체성 확립이라는 미명 아래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집권층의 역사의식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독재식 발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 교과서의 내용이 균형을 잃었다는 판단이 있다면 이는 학계에 맡겨서 해결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역사에 대한 해석과 역사 교과서의 집필을 독점하려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매우 자랑스러운 역사입니다.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 지배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했으며, 전쟁과 분단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힘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공화국을 되찾고 지켜낸 역사이며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룬 역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았습니다. 세계 그 어디에 이런 선조를 가진 나라가 있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 헌법 전문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 민주이념 계승을 표방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역사를 배울수록 자긍심이 생기지 부정적인 역사 인식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을 다루는 일은 덮고 감추는 것보다 정면으로 응시하여 정확하게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이는 개인사나 사회사 모두에 해당되는 일입니다. 과거를 덮는 것은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 친일 행위와 독재가 있었으면 이 사실을 다루고 이에 대해 학생들이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공산주의에 의한 탄압과 학살이 있으면 이도 당연히 다루어야 하는 일이지요.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독재자가 하나의 업적이 있다고 해서 독재자가 아니게 되지는 않습니다. 독재자는 독재자일 뿐입니다. 과거의 사실을 가르치는 것을 자학 사관이라 비판하고 긍정적인 역사 인식을 위해 과거의 어두움을 덮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자기 역사에 대한 냉소와 함께 속한 공동체에 대한 환멸을 불러오는 일입니다. 오히려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정확하게 응시하고 평가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거쳤을 때, 자기 공동체를 자랑스러워하며 공동체에 대한 자기 책임을 성실하게 감당하려는 미래 세대가 배출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 기독역사교사모임은 현 정부에 요구합니다.
1. 역사교육을 왜곡하고 탄압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당장 중지하십시오.
2. 역사교육은 역사학계와 역사 교사들에게 맡기고, 역사교육에 개입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당장 중단하십시오.

우리 기독 역사 교사들은 진리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과거 그리스도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역사적 진실을 지키고 가르치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많은 단체와 연대할 것입니다.

2015년 10월 16일 
좋은교사운동 기독역사교사모임 

고정란, 곽문환, 곽충훈, 김고운, 김미라, 김복환, 김영식, 김준이, 노규호, 박준혁, 백동렬, 신경희, 신만식, 오유선, 이건홍, 이병환, 이승열, 이승환, 이진경, 정승민, 정인영, 정정미, 조태늠, 최경희(경기), 최미선(경남), 이현송, 정종현(경북), 송효현, 이영희, 임성진(광주), 윤영자(대구), 석은정, 이미영(대전), 김아네스, 박미성, 박창열, 유희선, 이소희, 이은선, 이진명, 이명선, 정선아, 조혜경, 한인지(서울), 강민경(울산), 김곡현, 김이준, 김재광, 유진아, 이상기, 이은혜, 한수경(인천), 김민국, 성방헌, 유선경, 이용식, 이형순, 하향자(전북), 구본길, 구본태, 김은진, 장재훈, 전대희(충남), 김이준(인천) 이상 6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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