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이 불일치하거나 차이가 나더라도 염려하지 마십시오. 형제 간 온정의 진짜 무덤은 격렬한 논쟁이 아니라 냉담한 무관심입니다."

지난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방문 직전 사제 그룹을 향해 한 말이다.

전 세계 270명의 주교들은 10월 4일부터 25일까지 3주간 진행하는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열띠게 토론 중이다. <릴리전뉴스서비스>(Religion News Service)의 로지 스캠멜(Rosie Scammell)에 따르면, 지난 5일 헝가리 추기경 피터 드르도(Peter Drdo)가 이혼하고 재결합한 커플을 성찬에 참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주교 62명의 반발에 부딪혔다. 바티칸 언론담당보좌관인 토마스 로시카(Thomas Rosica) 주교는 동성애자들과 동거 커플들에 대한 성직자들의 말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교회의는 이러한 가족 문제뿐 아니라 폭력과 성폭행, 전쟁과 난민, 세계화의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다.

10월 6일에는 지금까지보다 더 깜짝 놀라게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릴리전뉴스서비스>의 데이비드 깁슨(David Gibbson)은 이번 주교회의에서 가장 논쟁적인 문제는 동성 결혼이나 이혼 문제가 아닌 '여성 안수 문제'라 평했다. 퀘벡의 대주교인 폴 안드루 듀로셔(Paul-Andre Durocher)가 제안한 것으로, 가톨릭교회에 역사적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문제다. 교황은 최근의 미국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 방문 마지막 날 주교들에게 한 연설은 다른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깁슨은 지적했다. 이 연설에서 교황은 "사도들이 모든 과부와 고아들의 필요를 다 돌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성령이 그들을 고무시켰고 그들은 모여 집사 제도를 마련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깁슨은 교황이 같은 감화를 받는다면, 여성 부제(주교 아래 지위)를 안수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주교회의의 활발한 토론이 늘 있어 왔던 것이 아니다. 영국 BBC의 종교문제통신원인 캐롤린 와이어트(Caroline Wyatt)에 따르면, 교황 바오로 6세(1962~1965)가 주교회의 제도를 시작했다. 몇 년마다 만나 교회 협치를 위해 더 학구적이고 협동적이며 수평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와 2005년 베네딕트 16세의 선출로 가톨릭교회는 다시 권위적인 위계질서 구조로 회귀했으며 공개 토론은 막혔다. 주교회의는 형식적인 행사가 되었고 많은 주교들이 예정된 결론에 고무도장 찍기만을 기다리며 바티칸 홀에서 졸음을 견디면서 몇 주를 보내야 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했다.

와이어트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2001년 주교회의에서 거명되었을 때 자신이 준비한 발언을 발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2014년 주교회의 직전, 교황은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못 박았고 회의는 뜨거운 논쟁으로 불이 붙었다. 교회의 가르침과 행사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지난 10월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들에게 교회가 그저 '기억의 박물관'을 보존하고 있지만은 말 것을 지시하며, 편견을 없애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릴리전뉴스서비스>의 로지 스캠멜(Rosi Skammel)은 10월 6일 미사에서 교황이 자비와 유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데 주목했다.

"주님이 계신 곳에 자비가 있습니다. 주의 성직자들이 있는 곳에 경직성이 있습니다. 사명을 무시하는 경직성은 자비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교들의 소그룹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주교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교황이 견지하고 있는 입장은 분명하다. 교황은 주교들이 어떤 민감한 사안이라도,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 찾기 위해 함께 충분히 대화하고 머리 맞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각자가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형제이기 때문이다. 형제애는 자기 자신과 서로의 의견을 단정 짓거나 서로 간 분열을 일으키기보다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과 형제간의 온정일 것이다.

교황은 논란의 위험을 정면으로 뚫고 나가며 형제애로 만날 것을 당부하고 몸소 실천했다. 2013년 선출된 후, 교황은 동성애적 행위가 죄라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게이인 한 사람이 하나님을 구하고 선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면, 내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하나님에게 형제의 구원을 간절히 내맡기며 교회가 그들에게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방문 중에도 자신의 옛 제자가 게이 연인과 동행하는데도 몸소 전화로 챙기며 옛 제자와의 만남을 강행하기도 했다.

한편 교황은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도록 머리 모양을 바꾸고 바티칸 대사관에 들어오게 하면서까지 킴 데이비스와의 긴밀한 만남을 추진했다. 킴 데이비스는 동성애 커플에게 결혼 성명서 발급을 거부한 것으로 수감되어 논란의 정점에 섰던 켄터키 공무원이다. 교황은 그의 양심적 거부에 지지를 보내며 그녀의 용기에 '감사'했다. 또한 "강해지라"고 격려하며 묵주를 선물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하고 그녀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바티칸 당국은 이번 만남이 동성애를 거부하는 킴 데이비스의 입장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양심적 거부에 대한 분명한 동의를 나타낸 것이라 강조했다. 교황은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앞서 이슈가 되었던 킴 데이비스의 동성 커플 결혼 증명서 발급 거부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그와 비밀리에 만났던 일은 언급하지 않은 채 "양심적 거부는 모든 인권에 속하는 권리"임을 분명히 했다. 어떤 논란의 여파가 있을지 모르지만 형제를 향한 진실한 연대를 마다하지 않았다.

양심적 거부를 인권의 기본 권리로 중시하고 있는 교황은 의회 연설에서 미국 역사에 기여한 인물로 토마스 머턴(Thomas Merton)과 도러시 데이(Dorothy Day)를 호명하여 오랜 세월 미국과 가톨릭이 외면해 왔던 두 형제에 대한 지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탈리아의 바티칸 역사가인 알베르토 멜로니(Alberto Melloni)에 따르면, 이들 두 사람은 모두 '급진적 평화주의자들'로, "머턴은 2차 대전 동안, 그리고 데이는 베트남전쟁 동안 전쟁을 반대한 양심적인 거부자들이었다." 둘은 모두 가톨릭 신자로, 특별히 급진적 사회주의자였던 도러시 데이를 언급한 것은 교황이 어느 정도까지 '급진적'인지 보여 주는 단서로 미국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서 자유주의 운동 단체인 '공적삶에서의신앙'(Faith in Public Life)의 가톨릭 프로그램 이사 존 게링(John Gehring)은 갈지자 같은 이러한 교황의 행보가 미국에 문화 전쟁을 일으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그들 안에 있는 모순을 반영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프란치스코가 발생시킨 효과는 좌파와 우파가 불편해지게 하는 것이며 그 미션은 성공했다. (중략) 나는 교황이 종교적 자유는 인정하되 문화 전쟁은 거부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붙잡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점이다."

<소저너스>(Sojourners)에서 조지타운대학의 정치학 박사과정인 야곱 룹퍼(Jacob Lupfer)가 지적하듯이, 교황의 이러한 만남은 사회적 자유주의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야기한다. 룹퍼는 교황이 데이비스와의 만남을 통해 전통주의자들에게 자신이 그들의 염려를 잊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 분석했다. 야곱 룹퍼는 교황이 우리의 엄격한 이념적 틀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황이 데이비스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형제를 향한, 주의 백성을 향한 은총과 자비의 본을 계속해서 보여 주며 엄격한 이념적 틀에 갇혀 있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며 도전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교황은 이런 과감한 행보를 통해 우리에게 형제애가 있는지 묻고 있다. 열띤 논쟁과 충돌에도 우리는 형제애를 지키며 일치로 나아갈 수 있는가. 이는 비단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톨릭 주교회의의 관건일 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의 접점에서, 형제를 잃고 일치를 손상당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도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미네소타 세인트폴 성토마스대학의 교회사학자인 마시모 파기올리(Massimo Faggioli) 교수는 "주교회의의 성공은 공식 교리를 밤새 어떻게 잘 수정해 내놓는가가 아니라, 교회가 무리한 만장일치로 내달리지 않아도 일치를 기반으로 전진해 나가는 능력을 획득하느냐에 의해 판가름 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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