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사 이중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예장통합 국내선교부는 노회와 총회가 단순히 헌법이나 규정을 근거로 '이중직'을 막거나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총대들은 보고서를 통과시켰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채영남 총회장) 100회 총회 마지막 날인 9월 17일, 국내선교부의 '목사이중직연구위원회 최종 보고서'가 통과됐다. 목사 이중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고, 노회와 총회가 단순히 헌법이나 규정을 근거로 막거나 정죄해서는 안 된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이중직을 '생계형'과 '소명형'으로 구분하고,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는 목회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사 이중직 보고서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갈 것으로 봤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800여 명의 총대는 국내선교부의 보고와 청원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는 총대들을 찾아가 이중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이중직은 '현실'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어휴, 대안이 있나요. 새로운 형태의 목회 시스템이 나와야 합니다. 이중직은 장점이 있습니다. 개척하고 잘 안 되면 3~5년 안에 교회 문을 닫아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직업을 갖게 되면 꾸준히 이어 갈 수 있습니다." - 노치준 목사(전남노회)

"텐트 메이킹(자비량 목회) 시대입니다. 목회자들이 사도바울처럼 자부심을 갖고 다른 직업도 병행해야 합니다. 총회는 적극적으로 이중직을 논의해 나가야 합니다. 신학생들은 담임목사, 선교사, 신학교 교수, 기관 목사만 생각합니다. 다른 직업을 통한 사역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가르쳐 줘야 할 때입니다." - 정성진 목사(서울서북노회)

"다른 일을 병행하는 한 목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목회만 하면서 굶는 것보다 낫다고 합니다. 헌금을 강요할 일도 없고, 도리어 교인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중직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정성현 목사(순천남노회)

보고서에는 이중직 목회자의 증가를 우려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소명형이 아닌 생계형 목회자가 늘어나면, 목회직과 교회의 정체성이 약화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와 유사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목사 이중직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목사님은 심방과 새벽 기도, 부흥회 등 할 일이 많지 않습니까. 목사님이 다른 직업을 병행하면서 제대로 목회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는 목사의 아내가 일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목사는 "생계형 목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여유가 없는데 과연 목회가 잘될 수 있을까요. 차라리 목사의 아내가 일을 하는 게 낫습니다. 충북 영동에 있는 한 간호병원의 간호사 80%가 목사 아내라고 합니다. 물론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서로 이야기가 돼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개혁 교회의 전통과 성경에 따라 목회자의 생계비를 회중(지역 교회)이나 기관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목회자의 생계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는 목사 이중직으로 이어진다.

이에 국내선교부는 "청빙을 받지 못하거나 무임 상태에 있는 목사들을 위해 마을과 일반 직장에서 목사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생계형 목회 이중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노회·총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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