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단으로 규정한 레마선교회 이명범 씨에 대한 논의로 회의장은 시끄러웠다. 예장통합은 논쟁 끝에 1년 더 이단성을 연구하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채영남 총회장)은 레마선교회 이명범 씨에게 이단성이 있는지 1년 더 연구하기로 했다.

100회 총회 마지막 날인 9월 17일 오전,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보고로 회의장은 시끄러워졌다. 이대위는 8건에 대한 연구 결론을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중 '이명범 씨의 재심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가장 논란이 됐다. 이대위는 이단성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보고했지만, 총대의 판단은 엇갈렸다.

앞서 예장통합은 지난 1992년 77회 총회에서 이명범 씨를 이단으로 결의했다. 그러나 이대위는 이 씨를 이단으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했다. 이 씨가 신학적으로 미숙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했고, 반성과 사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의장은 술렁였다. 채영남 총회장은 찬반 의견을 듣고 표결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삼경 목사(서울동노회)는 "총회가 23년 전 이단으로 결의했는데, (이 씨 측은) 이단으로 조작·왜곡됐다고 맞서 왔다. 그러나 조작·왜곡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무슨 내용을 사과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이단 해제를 반대했다. 김학수 목사(서울북노회)는 과거 이 씨의 불륜으로 한 가정이 파탄 났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단 해제를 찬성하는 이들은 '전문성'과 '호소'를 앞세웠다. 권위영 목사(서울노회)는 "이단 전문 교수들이 1년간 심도 있는 연구를 했고, 결과물을 내놓았다. 앞서 이대위 실행위원회에서도 8(찬성):2(반대):1(기권)으로 통과됐다. 잘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전 이대위원장 임준식 목사는 "이명범 목사는 총회의 지도와 가르침을 받기를 원한다. '할머니' 목사님이다. 어둠의 세력에 의해 이단으로 규정됐다"며 안건을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찬반 의견이 나올 때마다 각각 지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표결을 앞두고 한 총대가 "극단적으로 가지 말고, 1년간 더 연구·주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임준식 목사가 "전문위원들이 신중을 다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1년간 연구한 교수님들의 마음을 저버리고 또 연구하라는 말이냐"며 반대했다.

채영남 총회장은 총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총대들은 1년 더 연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 전 이대위원장 임준식 목사가 보고하고 있다. 임 목사는 "이명범 목사는 할머니 목사다. 어둠의 세력에 의해 이단으로 규정됐다"며 총대들에게 이단 해제를 요청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명범 씨는 예장통합뿐만 아니라 예장고신·합신 등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바 있다. 이 씨는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베뢰아 아카데미 1기 출신이다. 1981년 7월 레마선교회를 창설해 성경을 가르쳐 왔다. 가톨릭에서 유래한 영성 훈련 프로그램 '트레스디아스(TresDias)'를 이용해 '렘(REM)'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큰 호응을 얻었지만, 렘 집회가 극단적인 신비주의를 강조하고, 양태론적 삼위일체를 강조한 게 문제가 됐다.

반면, 한국기독교장로회(최부옥 총회장) 총회는 9월 16일, 이명범 씨의 '이단성'을 판단하지 않겠다고 결론지었다. 레마성서연구원 이단성 조사연구특별위원회는 △레마선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복음주의 교단이 지난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가입했고 △레마선교회가 특별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기각·취하됐다면서 조사위 활동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한 총대는 "우리도 여전히 다른 데서 이단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함부로 이단을 정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장통합 이대위의 나머지 보고는 모두 통과됐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사이비 종교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 달라는 청원이 제기됐다. 이대위는, 총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심도 있게 연구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보고했고, 총대들은 이를 허락했다.

가톨릭의 '영세' 문제도 다뤘다. 이대위는 '가톨릭의 영세를 세례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라 매우 큰 파장이 초래될 것이라며 총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구해 달라고 제안했다. 다만, 특별위원회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난 2004년 총회 결의대로 가톨릭의 영세를 세례로 인정하기로 했다.

▲ 총대들은 이단 해제 안건을 놓고 엇갈렸다. 곳곳에서 고성이 나왔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인터콥(최바울 대표)은 96회 총회 결의대로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인터콥과 개교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 되고 있고, 해외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인터콥이 교계 이단 사역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하고 있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 1991년 76회 총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고 박윤식 씨(평강제일교회)는 이단에서 해제되지 않았다. 박 씨가 한국교회에 납득할 만한 반성과 사과를 한 적 없고, 교회를 해산하지 않고 유지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대위는 9월 16일 오후 회무 시간 두 가지 청원을 올렸다. 신옥주 목사(은혜로교회)를 이단·사이비로 규정해 달라는 헌의가 오른 것과 관련해 이대위가 연구·보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총대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신옥주 목사는 예장합신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바 있다.

이대위는 이단 옹호 언론으로 규정된 인터넷 신문사와 인터뷰한 목사들도 연구·보고하기로 했다. 인명진·박진석 목사가 각각 총회 연금재단, 교회 홍보 등의 이유로 <크리스천투데이>와 인터뷰했는데, 총회 차원에서 조치해 달라는 안건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 예장통합 총회가 열리는 상당교회 앞에 설치된 이명범 씨의 현수막.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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