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연구원느헤미야가 '영화 쿼바디스에 답하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사진 제공 느헤미야)

"큰 교회당은 더 이상 보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이나 종교적 전율을 주지 못한다." 
"백화점처럼 지어진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를 보며 사람들은 하나님을 느끼기보다 충격에 빠지는 일이 더 많다." 

기독연구원느헤미야(느헤미야)가 9월 14일,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세 번째 포럼을 열었다. 한국교회의 민낯을 드러낸 영화 '쿼바디스'가 제기한 문제들을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번에는 예배당, 교회 건물을 도마에 올렸다.

발제는 느헤미야 연구위원 김동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조석민(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권연경(숭실대학교 기독교학) 교수와 유정훈 변호사가 맡았다. 포럼에는 40여 명이 참석했다. 20대 청년부터 50대를 훌쩍 넘긴 중년까지, 일반 교인부터 신학생·목회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재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인 예배당 건축이 주제인 만큼 참석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발제자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동의의 뜻으로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 김동춘 교수는 건물 교회는 필요하지만 일부 목회자들의 탐욕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 느헤미야)

김동춘 교수가 '건물 교회론을 검토한다: 교회의 본질과 현실'이라는 제목의 발제로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교회 건물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배당 크기로 하나님을 가늠하려 하는 목사와 교인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건물 교회를 무조건 비판해야 하는 건 아니다. 건물 교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예배나 신자들의 회집 장소로서 필요하다. 교회 공간은 예배나 모임이 있을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가 낮고 낭비적이라는 비판이 일견 타당하지만, 교회가 일반 회사와는 다른 점도 인정해야 한다. 문제점을 인식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런 이유로 모든 형태의 건물 교회를 무가치하고 무용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일부 목회자들의 탐욕이다. 신약시대에 들어서면서 새 언약의 중보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화목제물이 되셨다. 성전의 제사 의식은 종결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성전은 더 이상 건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목회자들은 교회에 대한 교인들의 충성심을 자극하고 교회 성장 효과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교회당을 성전이라고 부른다. 보이지 않는 예수를 보이는 것으로 대체한 것이다. 심지어 예배당 건축이 목회의 큰 열매이자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는 목사도 있다.

대형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와 그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에게 하나님은 교회 건물의 웅장함만큼 위대한 분이 된다. 건물이 클수록 전능하신 하나님으로 이야기된다. 작고 초라한 상가 교회에서는 그 왜소함만큼 작고 초라한 하나님이 된다."

▲ 유정훈 변호사는 교회가 예배당을 건축할 때, '사회 법'을 따르지 않고 그저 '하나님의 은혜'로 포장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제공 느헤미야)

유정훈 변호사가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이어 갔다.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라는 말은, 2013년 말에 사랑의교회가 서초역 앞 새 예배당에 입당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유 변호사는 오정현 목사가 서초 예배당 건축을 강행할 때 강남 예배당에 있던 교인이었다. 그는 교회도 세상 속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법을 지켜야 하는데도, '교회법', '사회 법'이라는 말을 쓰면서 성과 속을 나누고, 마치 교회가 사회 법을 초월한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주식회사에서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제대로 된 회사라면,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를 하면서 의결권자에게 어느 정도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 어느 범위까지 의결을 받아야 하는지, 상법에 따라 이사의 책임이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 혹은 배임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한다.

그러나 보통 예배당을 건축할 때 이러한 과정은 생략된다. 사랑의교회의 경우, 공동의회를 거치지 않고 먼저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면서 신앙의 이름으로,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라는 말로 사회생활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을 무시했다. 하나님의 교회가 인간의 법을 가볍게 뛰어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 조석민 교수는 성서에서 말하는 예배와 예배 공간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교회가 놓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 제공 느헤미야)

세 번째로, 조석민 교수는 조금 더 원론적으로 '예배'에 초점을 맞춰 발제했다. 그는 성서에 나오는 예배와 예배 처소를 예로 들며,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는 예배는 경건의 표상이 아닌 포장된 탐욕이라고 경고했다.

"성서는 예배 공간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 구약에서는 하나님이 지시하신 장소였다. 신명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할 때 예배를 드릴 공간으로 유일한 '성소의 중앙화'를 요구하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방 종교와의 혼합이나 우상숭배로 인한 종교의 타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하나님이 예배 공간에 제약을 받으시는 분이라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신약으로 넘어와서, 예수님이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훈계하시고 사흘 만에 허문 성전을 세울 것이라 말씀하신다. 이는 친히 성전이 될 자신을 미리 선언하는 모습이다. 건축물로서 성전이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배 자체로 보면, 이스라엘 공동체가 행위와 의식만 있고 삶에서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때 하나님이 그 예배를 더 이상 받으시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참된 예배는 예배를 드리는 공간보다 중요하다. 예배드리는 사람의 생각과 믿음, 그리고 예배를 받으시는 하나님이 가장 중요하다. 만일 삶이 종교 행위로만 예배당 안에서 나타난다면 그것은 가식이고, 포장된 욕망일 수 있다. 일상의 삶과 종교 행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 권연경 교수는 예배당을 성전이라 표현하고 우상숭배적 경향을 보이는 것은 이단 사설이라고 현 문제를 짚어주었다. (사진 제공 느헤미야)

마지막으로 권연경 교수는 성서가 말하는 '성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발제했다. 성전을 왜 예배당 건물이라고 할 수 없는지 통찰하면서, '예배당=성전'이라고 하는 것은 복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단적인 주장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성전은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규정하고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매개 중 하나였다. 이에 하나님의 백성임을 자처했던 이스라엘에게 성전은 본인들의 정체성을 상징할 수밖에 없었다. 신약시대로 넘어와, 이 성전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적용되었다. 이후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까지 '성전'으로 보았다. 복음이 이방인에게도 증거되었을 당시, 초대교회는 유대인이 가지고 있는 성전에 대한 열성에 본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래서 스데반은 사도행전 7장에서 자기를 변호할 때, 하나님이 이스라엘 밖에서 영광스런 임재가 나타났던 사례들을 들며, 하나님이 성전과 무관한 이방의 땅에서 임재를 드러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데반의 비판은 '사람의 손으로 지은' 현대 교회의 움직임이 왜 위험한지 보여 준다. 이런 우상숭배적 경향은 그리스도와 교회에 관한 결정적인 복음의 통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치명적인 이단 사설이다.

이렇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무리로 확장한 성전 개념은 현대에서, 초대교회가 그러했듯,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상적 삶의 리듬에 취해 영적인 삶의 역동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를 참된 예배라고 말한다. 바울은 그런 예배를 우리의 몸, 우리의 삶 전체를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라 선포한다."

▲ 한 참석자가 발제에 관련한 내용을 질문하고 있다. (사진 제공 느헤미야)

네 사람의 발제가 끝나고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은 나왔지만, 일반 교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발제자들은 "대안은 사실상 없다"는 입장이었다.

권연경 교수는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국교회가 자정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허물어지는 것 외에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현실적 대안은, 우리가 환멸을 깊게 느끼고 자극을 받아 성경적인 비전이 무엇인가 집요하게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덩어리가 허물어지고 하나님이 새로운 방식으로 한국교회를 이끌어 가실 때, 선명한 복음의 기준을 가지고 쓰일 수 있는 사람으로 준비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조석민 교수는 "큰 교회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점 작은 교회로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슴없이 예배당을 성전이라 말하고 건물을 우상화하는 교회에서 하루빨리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를 본 김근주 교수도 "이제 예배당을 성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아니라고, 그건 이단적인 발상이라고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포럼에 참여한 40여 명의 사람들이 발제에 집중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느헤미야가 기획한 '쿼바디스에 답하다 -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연중 포럼'은 총 4회로 구성돼 있다. 느헤미야는 오는 11월, '한국교회의 보수화'라는 주제로 마지막 포럼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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