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오후 5시, 한국 교계 동성애 찬반 운동에서 빠질 수 없는 이요나(갈보리채플)·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가 광주YMCA를 찾았다. '동성애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간 기독교계에서는 '동성애 반대' 입장에서 대부분의 행사를 진행해 왔다. 주로 반대 포럼,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고, 동성애를 찬성하는 교계 소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았다.

광주기독단체연합회는 광주 지역 약 80개 선교 단체가 모인 연합체다. 소속 단체들이 연합해 집회도 하고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동성애에 대해 잘 알아보자는 취지로 양측 다 초청했다. 사회를 맡은 장헌권 목사(서정교회)는 동성애를 둘러싼 교계 갈등 해소를 위해 포럼을 주최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지한 담론으로 토론을 이끌어 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 9월 7일, 광주 YMCA에서 광주기독단체연합회가 주최하는 '동성애 포럼'이 열렸다. 동성애 찬반 진영에서 두 명씩 참석해 각자 준비한 내용을 발제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포럼에는 이요나·임보라 목사 말고, 두 명의 변호사가 동성애의 사회적·인권적 접근 방법을 상반된 입장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성애 반대 진영에서 활동하는 이태희 변호사(온누리교회 부목사)가 돌연 참석을 취소했다.

이요나·임보라, 두 목사의 발표는 신학적 입장 차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성서에서 말하는 '동성애는 죄'라는 명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지금 이 시대에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와, 성서가 쓰일 당시와 지금 시대의 문화적 차이를 비교하고, 간극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했다.

▲ 이요나 목사(갈보리채플)는 동성애자는 '탈동성애'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치료'가 아닌 예수님의 복음으로 동성애자가 변화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요나 목사가 먼저 '동성애 문제에 대한 신학적 조명과 복음적 해법'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 목사는 '퀴어신학'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퀴어신학은 헬미니악이라는 가톨릭 신부로부터 시작했다며, "거룩한 하나님의 품성과 신적 작정을 훼손한 악의적이고 고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17페이지에 달하는 발제문을 준비했지만 주어진 시간이 10분이었기 때문에 준비한 내용의 반도 발표하지 못했다.

이어 임보라 목사가 '동성애 옹호' 입장에서 발제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시대적 책임과 신앙인의 양심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이었다. 임 목사는 성경이 언급하는 동성애를 해석할 때 당시 문화와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독교에서는 성적 지향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랜 연구 끝에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1970년대에 시작된 퀴어신학은 이제 3세대에 걸쳐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신학의 한 분야라며 이 목사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성 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을 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 줘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두 목사의 발표가 끝나고 류민희 변호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류민희 변호사는 '헌법·인권법상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차별 금지의 원칙'이라는 발제문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성 소수자 청소년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 이들을 '정상인'으로 전환하려는 '전향 치료'가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했다. 미국은 '탈동성애', '교정' 등으로 이름을 바꾼 '성 소수자 전향 치료'를 금지했고, 이는 소비자 보호법으로 볼 때 '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류 변호사는 한국 교계에서 반동성애에 치우친 정보만 말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성적 지향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자주 접해야 성 소수자가 우리 주위에 늘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류민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미국을 비롯한 21개국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전향 치료'가 이미 미국에서는 금지됐음 또한 알렸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전향 치료'에 대한 엇갈린 견해가 오갔다. 이요나 목사나 임보라 목사 모두 동성애를 '치료'한다는 개념이 잘못됐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이요나 목사는 자신이 주도하는 '탈동성애'는 '전향 치료'와 다르다며, 예수가 복음서에서 행한 일들이 '이적'이라고 했다. 자신은 분명히 신앙의 힘으로 동성애에서 벗어났고, 다른 동성애자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임보라 목사는 동성애자를 존재 그대로 인정하고, 교회 공동체로 들어올 수 있게 받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발제문에서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며, 동성애를 반대·혐오하는 인식이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시기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비정상인' 취급되며, 교회에서 죄인으로 낙인찍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런 자리를 자꾸 마련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성애 포럼 청중들은 '동성애 반대'라는 한국교회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포럼 말미에 임 목사에게 질문이 쏠렸다. 목사이면서 잘못된 삶을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으냐, 당신 자녀가 동성애자라도 그냥 보고만 있겠는가, 저주 받은 인생이 되라고 악담하는 것이라는 의견들이었다.

▲ 특별한 광고 없이도 포럼에는 약 60명이 참석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발제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런 질문에 류 변호사가 대답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 여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며, 자신은 십대 때 여성을 좋아하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동성애자는 최근 들어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사람들이 아닌, 인류 역사상 2~10% 범위 내에서 늘 존재해 왔으며, 이들이 어둡게 사느냐 아니면 행복하게 사느냐가 한국 사회의 문제라고 밝혔다. 한국 교계에서도 보편적인 인권과 평등권을 인정하는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했다. 

'동성애 포럼'을 주최한 광주기독단체연합회의 요청으로 발제자 한 분의 발제 내용과 성함을 삭제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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